얼굴보다 큰 팔뚝…"형사님, 마동석 닮으셨어요" 피의자도 '깜짝'[베테랑]

김미루 기자 2024. 9.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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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1997년 7월 입직해 28년차 베테랑인 이 팀장은 "한 번 들어온 사건 피의자는 머리에 다 남아있다. 담당 형사라면 누구나 그렇다"며 "강력범죄 피해자가 된 시민들은 많은 불안을 느낀다.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들을 꼭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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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서울 강북경찰서 형사과 강력3팀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이재기 강북경찰서 형사과 강력3팀장. 동료들 사이에서 '강력반 마동석'으로 통한다. 민원인, 피의자도 조심스레 "형사님…많이 닮으셨어요"라고 한다. 28년차 베테랑 형사다. /사진제공=강북경찰서

"꼭 잡아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죠."

얼굴보다 큰 팔뚝에 짧은 머리를 한 이재기 강북경찰서 강력3팀장(53·경감)은 '강력팀 마동석'으로 통한다. 미제 사건 피의자를 우연히 길에서 붙잡아 구속시키는 그다. 합기도 4단, 태권도 2단, 검도 1단. 도합 7단의 무술 유단자다.

집요한 수사 스타일과 생김새를 보고 동료 형사들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 분)를 떠올린다. 이 팀장에게 붙잡힌 피의자도 "형사님…많이 닮으셨어요"라고 터놓는다. 이 팀장은 "동료들이 든든하게 느낀다면 감사하지만 민망하다"는 반응이다.

1997년 7월 입직해 28년차 베테랑인 이 팀장은 "한 번 들어온 사건 피의자는 머리에 다 남아있다. 담당 형사라면 누구나 그렇다"며 "강력범죄 피해자가 된 시민들은 많은 불안을 느낀다.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들을 꼭 잡을 것"이라고 했다.

CCTV 속 흐릿하게 찍힌 얼굴…태연히 걸어가던 범인 검거
초등학생을 납치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에 이재기 형사가 남성을 호송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말 서울 도봉구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도봉서 강력반 팀원으로 일하던 이재기 형사는 CCTV를 피해 얼굴을 숨긴 범인을 추적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당시 납치범은 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하고 부모에게 "2억원을 주지 않으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납치범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 틈을 타 학생이 결박된 테이프를 스스로 끊어내고 1시간만에 탈출에 성공해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강력반 형사들은 납치범 검거에 주력했다. 납치범은 치밀하게 몸을 숨겼다. 미리 챙긴 옷으로 갈아입고 범행 장소를 빠져나갔다. CCTV(폐쇄회로TV)가 있는 구간에서는 우산으로 자신을 가렸다. 당시 이 팀장을 비롯한 형사들은 CCTV를 분석하며 동선을 추적했다. 범행을 벌인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던 납치범은 자택에 있다가 긴급 체포됐다.

지난 2월 강북서 강력3팀장으로 발령받은 뒤에도 이 팀장은 CCTV 속 흐릿한 얼굴만 단서로 남긴 절도 피의자를 검거해냈다. 사우나에서 지갑을 훔친 피의자는 요금을 현금으로 계산했고 신원을 특정할 만한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사우나 바깥 CCTV 속 흐릿하게 찍힌 얼굴을 기억한 이 팀장은 강북구 수유사거리에서 태연히 걸어가는 피의자를 발견해 특수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도합 7단 무술 유단자…아들도 "형사 될게요"
서울 강북경찰서 형사과 문이 닫혀있다. /사진제공=강북경찰서

이 팀장의 '촉'은 강북서 내에서도 유명하다. 전과 10범의 강력 사건 범죄자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가 2~3개월 뒤 다른 현장에서 범인을 발견하고 추격 끝에 검거한 사례도 10년째 회자된다.

특기는 강철 같은 체력이다. 중학교 때부터 배운 합기도가 4단이고 태권도, 검도, 유도 등을 두루 경험했다. 불규칙한 강력반 형사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헬스장에서 2시간씩 몸을 키운다. 그래도 피의자를 만나면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고 한다. 가끔 저항하며 달려드는 범인이 있으면 맨손으로 제압해 수갑을 채운다.

한 가정의 아버지인 그에게 가족들은 "강력반 형사가 체질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항상 안전하게 일해달라"고 당부한다. 이 팀장을 보며 자란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형사가 되고 싶다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불안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는 말에 이 팀장은 "112 신고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작동하고 있고 혹여 사건이 발생해도 강력반 형사들이 언제나 있다"며 "나보다 훌륭한 분들도 엄청 많이 있으니 불안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했다.

흉기를 든 피의자를 제압할 때 사용하는 이재기 팀장의 삼단봉. /사진제공=강북경찰서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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