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좋아서가 아니다', 곤충들이 조명에 몰리는 진짜 이유

곤충들이 조명에 몰리는 이유는 빛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인공 불빛이 곤충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주는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의 깊은 산속. 고속 카메라 2대 등 장비를 잔뜩 챙긴 한 연구팀이 구름으로 뒤덮인 숲인 운무림 속으로 들어다. 황혼의 어둠과 함께 안개가 피어오르자, 연구팀은 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를 카메라와 연결한 후 눈이 어둠에 적응하도록 기다렸다.

이 연구팀은 두꺼운 점퍼로 무장하고 타프 아래에서 모기와 말파리에 물려가며 몇 주간 현장을 지켰다. 수백 년간 과학이 풀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왜 야간에 곤충은 불빛으로 몰려드는가?’

일부 과학자들은 곤충이 단순히 빛에 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빛의 따뜻함이 곤충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중 우세한 의견은 곤충이 인공 불빛을 평소 비행에 사용하는 자연광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 연구자들은 곤충의 비정상적인 비행 패턴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다른 가설이 나왔다. 곤충들은 인공 불빛을 이용해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플로리다 국제 대학의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모션 감지 카메라를 사용해 곤충이 3D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마치 광원 주위에 그려진듯한 궤도로 돌고 있었다.

동물이 자신의 시야 내에서 가장 밝은 물체를 향해 등을 돌린다는 ‘배광반사(dorsal light response)’라는 현상이다. 곤충은 너무 가벼워서, 사람처럼 지면 반력(지면이 몸에 가하는 힘)을 이용해 몸을 원하는대로 가누기 힘들다. 또한 날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느 방향이 위쪽인지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안정적인 원천이 필요했다. 인류가 인공 불빛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밤에는 달과 별이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공학자인 사무엘 파비안은 “곤충은 낮에 하늘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밤에 광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따라서 어디에 있든 항상 광원을 머리 위쪽에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션 감지 카메라를 통해 야간에는 곤충이 광원을 등진 채로 광원 주위 궤도에 갇힌 것처럼 움직인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등불처럼 한 점 형태로 된 광원은 하늘에 떠있는 달이나 별과는 다르다. 거리가 충분히 가깝다보니, 곤충은 광원을 등진 채로 광원 주위를 끝없이 돌게 된다. 비행기가 회전하기 위해 기울어질 때, 비행기의 전방 가속도와 양력의 힘 때문에 곡선 운동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보통은 곤충이 지평선과 수평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현상이, 곤충을 계속 빙빙 돌리는 것이다.

파비안은 플로리다 대학 곤충학 연구원인 야시 손디와 함께 코스타리카에서 진행된 현장 연구는 물론 실험실 연구에도 참여했다. 실험실 연구는 8대의 고속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대형 비행장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곤충 등에 1mm 크기의 표시를 해서 작은 곤충들을 데이터 포인트로 전환했다.

파비안은 “카메라에는 사진을 찍을 때 빛을 내는 스트로브 라이트가 있기 때문에 곤충에게 찍힌 작은 표시는 카메라를 통해 밝은 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카메라가 데이터 포인트로 판독한 내용을 컴퓨터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파비안은 이를 “엄청나게 정확한” 결과라고 표현했다.

방법은 저마다 달라도, 학계에선 잠자리부터 초파리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곤충들에게서 비슷한 행동을 관측하고 있다. 배광반사 형태의 움직임은 곤충이 밤에 인공 조명으로 모이는 이유에 대한 과거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가장 널리 알려진 가설 중 하나인 곤충이 ALAN을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달로 착각한다는 가설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플로리다 국제 대학교의 생물과학 교수인 제이미 테오볼드는 “달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이동할 때는 그냥 먼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때문에 비행을 할 때는 달이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좋은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연구자들이 현장과 실험실에서 관찰한 모든 특이한 패턴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궤도를 도는 것 외에도, 파비안은 실속현상(곤충이 빛의 측면을 따라 똑바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추진력을 잃고 진자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뒤집어진 상태에서 빛 위로 직접 날아가는 것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파비안과 손디가 투광 조명을 최악의 빛 공해로 꼽는 이유는 바로 이 행동 때문이다. 광활한 하늘을 가득 채우는 빛줄기는 곤충이 몸을 가눌 수 없게 만들고 불시착하게 한다.

빛 공해는 곤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짝짓기와 수분, 포식자 회피 등 많은 행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인공 조명은 곤충에게 더 많은피해를 입힌다. 곤충의 건강 유지와 생존을 위한 활동, 즉 수분이나 먹이 활동, 짝짓기, 포식자 회피 등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곤충학자인 아발론 오웬스는 “인공 조명은 곤충의 감각에 혼란을 유발해 곤충이 현재 있는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곤충은 행동과 발달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빛 공해에 관한 229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인공 조명은 곤충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현 추세에선 도시가 계속 확대(연간 10% 정도)되면서 빛 공해 또한 매년 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손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분을 곤충에 의존하는 농작물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인간을 포함해 몸집이 큰 동물의 식량 공급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파비안과 손디, 오웬스는 이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고 강조한다. 인공 조명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투광 조명 대신 색 온도를 낮춘 LED를 타이머로 설정해 쓰는 게 좋다. 또한 손디는 곧 발표될 독일의 한 연구에 조명을 아래쪽으로 비추면 “조명 주변에 곤충이 갇히는 현상이 약 70~80%까지 줄어든다”는 결과가 담겼다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인공 조명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는 수천 개의 가로등 조명을 더 낮은 온도의 빛을 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LED로 전환중이다. 다른 19개 주에서는 조명 사용을 줄이거나 차단하는 법을 시행중이며, EU의 여러 국가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나와있다.

파비안과 손디는 후속 연구에서 야간 불빛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곤충까지 끌어당길 수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오웬스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만족스럽게 설명한 사람이 없고, 이 주제에 대해 아직 알아낼 것이 많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했다.

파비안은 “빛의 방향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곤충에게 영향을 주는 범위를 줄이려면, 조명을 하늘을 향해 비추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