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 시장은 늘 변화하고 있지만, 과거와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크루저 시장이다. 흔히 ‘말발굽 소리’나 ‘심장박동 소리’로 일컬어지던 공랭 빅트윈 엔진 특유의 사운드와 진동은 크루저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져왔으나, 환경규제 때문에 공랭 엔진의 유지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제품을 단종시킬 수는 없으니 새로운 엔진 도입이 필요한데, 문제는 기존 공랭 엔진의 업그레이드만으로는 환경규제 충족이 어렵고, 새로운 공랭 엔진을 개발하기에는 비용도 상당한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기 때문에 한 번 개발한 엔진을 십수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

따라서 브랜드에서는 아쉽더라도 공랭 엔진을 포기하고 수랭 엔진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명 크루저 전문 브랜드 중 하나인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 과거 썬더스트로크 엔진을 필두로 여러 제품을 선보여왔으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새롭게 파워플러스 엔진을 선보였다.

이 파워플러스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공랭식보다 더 낮은 회전수에서 높은 토크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교외에서 잘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크루저지만, 실제 사용의 대부분은 고속으로 달리는 시간보다 시내에서 중저속으로 달리는 시간이 더 많다. 여기에 300kg 전후의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 크루저인 만큼 출발하는 과정부터 적잖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세팅은 필수적인데, 이에 맞춰 새로운 파워플러스 엔진도 저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부품의 변형이나 파손을 막기 위해서도 수랭 엔진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엔진의 흡기와 배기를 구분짓는 밸브 사이에는 배기 브리지라고 하는 금속 부품이 장착되는데, 적극적인 냉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복적인 팽창과 수축으로 밸브 끝단에 균열이 일어나거나 변형되어 공기 누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 밖에도 피스톤과 링 등 엔진 주요 부품 역시 열에 의해 변형이나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사운드와 진동 같은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수랭 엔진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처음 등장한 파워플러스 엔진은 108큐빅인치, 즉 1,769cc V형 2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22마력/5,500rpm, 최대토크 17.6kg·m(173.5Nm)/3,800rpm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당시에도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보여줬으나, 그리고 6년이 지난 올해, 유로 5+ 도입에 맞춰 많은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이 파워플러스 엔진 역시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공개했다.

일단 기존 108큐빅인치였던 배기량이 112큐빅인치(1,835cc)로 업그레이드됐다. 이에 성능 역시 상승해 최고출력은 126마력, 최대토크는 180.3Nm(18.3kg·m)으로 향상됐다. 특히 최대토크 발생구간이 기존 3,800rpm에서 3,600rpm으로 낮아졌는데, 이는 중저속 구간에서의 토크를 한층 더 강화했다는 의미다. 엔진을 개발했으면 테스트가 필요한데, 단순한 도로 주행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가장 극한의 환경으로 보냈다. 바로 레이스. 크루저와 레이스가 어울릴까 싶겠지만, 미국에서는 크루저로 진행하는 레이스가 있다. 바로 ‘킹 오브 배거’라고 불리는 레이스로, 크루저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인 배거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펼치는 레이스로, 크루저가 다른 모터사이클 못지 않게 스포티한 모습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다. 이 레이스에 신형 엔진을 투입한 인디언은 2024년 챔피언십을 달성했다고 하니, 실력은 충분히 입증한 셈.

이렇게 강력한 엔진은 어울리는 모터사이클에 탑재해야 한다. 인디언에서는 상위 모델인 로드마스터와 퍼슈트, 챌린저, 치프테인에 이 신형 엔진을 얹었다. 이 모델들 모두 이번 신형 엔진 탑재에 맞춰 크고 작은 변화가 이뤄졌다. 먼저 치프테인과 로드마스터는 외관에서 페어링 디자인을 변경해 매끄러운 모습을 만들면서도 공기저항을 줄여 고속에서 향상된 핸들링과 안정성을 제공해 차량 제어가 한결 수월하다. 또한 LED 헤드라이트를 추가하고 중앙에 주간 주행등을 통합해 세련된 외관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성능이 높아질수록 각종 기능들을 더해 안전을 강화한다. 이번 파워플러스 적용 모델에도 여러 기능들이 탑재됐는데, 먼저 경사로에서 3분 간 모터사이클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바이크 홀드 컨트롤, 라이더가 입력한 브레이크 레버의 압력에 따라 앞뒤 브레이크 압력을 최적화해 효율적이면서도 균형잡힌 브레이크 성능을 제공하는 전자식 복합 브레이크 시스템, 사이드미러의 시야각에서 벗어난 후측방 차량의 존재를 알려 사고를 방지하는 사각지대 경고, 후방에 차량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을 경우 이를 운전자와 후방 차량에 경고하는 후방 접근 경고 및 후방 충돌 경고, 그리고 차량 기울기에 따라 브레이크 및 트랙션 컨트롤, 코너링 제어, 드래그 토크 제어 등을 조절해주는 스마트 린 테크놀로지 등이 갖춰진다.

이러한 주요 기능들은 178mm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제어하는데, 라이드 커맨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커넥티비티 기능,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연결 등을 지원한다. 또한 전자식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상황에 맞춰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쉽게 세팅 변경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스마트 키, USB 충전 포트, 원격 잠금 새들백 등의 편의 장비도 더했다. 신형 파워플러스 엔진이 투입된 모터사이클은 국내에도 출시 예정이나 정확한 일정이나 가격 등의 정보는 미정이다.

2025년은 전 세계적인 유로 5+ 도입으로 많은 브랜드에서 크고 작은 업그레이드를 거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인디언의 신형 엔진 도입 역시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브랜드에서도 엔진만 살짝 다듬어 내놓기엔 뭔가 아쉬웠는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여러 변경점들이 적용되는 혜택을 얻게 됐다. 이제 남은 건 빠른 국내 도입인데, 다행인 점은 한국 시장은 이미 유럽보다 1년 먼저 유로 5+ 환경규제가 적용되어 일찌감치 홍역을 치른 덕분에 올해 신제품들은 작년에 비해 좀 더 빨리 인증을 마무리해 출시가 예년보다 일찍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