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삼성, ‘상속세’ 여파…‘금융보험사’ 비중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블로터 DB)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공개하는 국내 대기업 집단 현황 자료는 매년 디테일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분석에서는 새롭게 ‘주식지급 약정체결 현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처럼 대상 집단의 소유지분 구조 현황을 분석하고 특징을 포착해 총수일가 중심의 각종 부당 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기업 집단에서 1위를 유지하는 삼성은 올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하락하는 변화를 겪었다. 친족 구성원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매각 등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금융보험사의 출자에 따른 지배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오너일가, 연초 대규모 ‘블록딜’…내부지분율 하락 전환

공정위가 공개한 대기업 집단 내부지분율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의 지배력은 전년보다 약화됐다. 오너일가의 전체 그룹 지배력을 나타내는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52.07%에서 올해 51.96%로 0.11%p 하락했다. 지배구조의 한 축인 친족 지분율이 0.54%에서 0.46%로 0.08%p 하락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 외에 동일인 관련자 지분율도 0.03%p 내렸다. 삼성의 내부지분율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상승했지만 올해 이 같은 추세가 꺾였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초 삼성가 세 모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에 나선데서 비롯됐다. 재계에서는 블록딜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 관련 상속세 재원 마련 목적으로 분석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으로 오너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앞서 1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홍 전 관장이 가장 많은 1932만4106주를 매각했고 이 이사장이 810만3854주, 이 사장이 240만1223주를 각각 처분했다.

이들은 보통주 2982만9183주를 2조원 넘는 금액에 처분했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밖에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삼성생명 일부 지분을 매각했고, 동생인 이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을 팔았다.

반면 동일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을 팔지 않은 채 배당금과 신용대출 자금으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에 지분율은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 회장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2조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세청의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부터 5년간 분납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

이 회장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전체 내부지분율은 50%대를 유지했다. 그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총 6개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1.44%), 삼성물산(18.9%), 삼성생명보험(10.44%), 삼성SDS(9.2%), 삼성E&A(1.54%), 삼성화재해상보험(0.09%)이 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보험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5.01%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동일인인 이 회장은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2020년 기소된 이후 1심 재판을 진행했고 2월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 부담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다만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30일 첫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보험사 출자 23건…10대 기업중 가장 많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삼성은 상속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50%대의 내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1.04%에 불과한 상황이나, 다른 대기업 집단과 마찬가지로 계열사를 활용해 이를 보강하고 있다. 물론 삼성의 계열회사 지분율은 49.01%로 10대 대기업집단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LG그룹이 기록한 38.23%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보다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삼성의 지배력 강화에 기여한 금융·보험사의 출자 건수는 여타 대기업집단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의 5개 금융·보험사가 23개(비금융 8개, 금융 15개) 계열사에 출자했다. 출자금은 총 1조2535억원(금융 1조971억원, 비금융 156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금융·보험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자산운용을 포함해 10개로 집계됐다.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계열사는 대부분 동종업계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삼성전자와 삼성E&A, 호텔신라 등 비금융 계열사도 상당수 포진했다. 특히 삼성에프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비금융 계열사임에도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율이 38.7%에 달했다. 이 외에도 금융·보험사는 삼성전자(8.8%), 호텔신라(11.5%), 에스원(9.6%)에도 일정 수준의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공정위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적한 삼성물산과 4개 자회사 지분 현황은 지난해와 동일한 상황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자회사'와 '해당 자회사가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사익편취 대상으로 정했다. 총수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32.25%로 20%를 넘긴다.

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