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직속 부하 “군 조직이 거짓말”···대통령실은 ‘VIP격노설’ 사실 확인 거부
박세진 중령, 김계환 사령과 통화 내용 설명
박 중령 “‘혐의자 빼라’는 말 옆에서 들어”
대통령실, VIP 격노설엔 “국가안보 관련 사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부하였던 박세진 전 중앙수사대장(중령)이 25일 법정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 있는 공개석상에서 ‘군 조직이 거짓말을 한 것을 알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이 억울하다는 취지다. 한편 대통령실은 ‘VIP 격노설’에 대한 재판부의 사실확인 요청에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 중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중령은 박 대령의 직속 부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 정리 등의 작업을 했다.
박 대령 변호인측은 지난해 8월 2일 오후 9시48분에 있었던 박 중령과 김 사령관의 통화 녹취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며 박 대령을 두둔했다. 변호인 측이 지난해 9월 언론에 공개됐던 통화 녹취를 법정에서 공개한 이유는, 김 사령관의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보류 지시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중령은 해당 녹취 파일을 박 대령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중령은 “‘군검찰도, 군사법원도 국방부(소속이)니 (이기기)어렵다. 2심 민간법원에서 나가서 (재판)할 때 쓰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중령은 이어 “(김)사령관님이 회의석상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해서 ‘자식한테도 거짓말하는 것은 용서 못한다고 해왔는데, 25년 동안 몸 담았던 군 조직이 거짓말을 한 것을 알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녹취 파일이 공개된 이후 “사령관님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 됐다. 지금까지도 이것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녹취 파일 전달을)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중령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죄명과 혐의자를 빼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중령은 지난해 7월 31일 박 대령이 유 법무관리관과 2차례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4차 공판에서 유 법무관리관은 “제가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며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중령은 지난해 8월 군 검찰의 1차 조사 당시 VIP 격노사실을 진술했지만, 군 검찰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조서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 조사에는 해당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 비서실은 재판부의 사실조회 신청을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는 발언을 했는지, ‘02-800-7070’ 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통화를 했는지 등에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응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조회는 답변의 강제성이 없다. 다만, 박 대령측은 VIP격노설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채 상병 어머니는 이날 대한민국순직군국장병 유족회 게시판에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며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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