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광역 행정통합의 선구자 대구·경북…'멈춤' 아닌 ‘완성’ 향해야
통합도전→국가 과제→입법 단계
총 5편 13장 387개 조문 356개 특례 담은 특별법 법사위 보류
세 번의 도전이 남긴 것…이제는 ‘완성’의 문제

7년을 달려온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멈춰섰다. 늦어도 3월 임시 국회 특별법 통과와 선거, 7월1일 출범을 목표로 했던 통합특별시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좌초한 상황이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정책 지연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전략이 흔들린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행정통합 추진의 길을 열었던 대구·경북이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 사이, 한참 후발주자였던 광주·전남은 통합 선언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현재는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가 반영됐고, 특별법 세부 집행기준을 담은 시행령(안)이 지난달 말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 전국 최초로 시작된 통합 실험…'생존 전략'에서 출발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인 사업이 아니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9년 말부터 행정통합 이슈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논의를 시작했다. 2020년 1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신년사를 계기로 공식화된 통합 구상은 '지방 소멸 대응'이라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지자체 단위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2024년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시기였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 도지사가 전격적으로 통합 추진을 선언하면서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통합 문제가 지역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 의제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참여한 논의 구조가 형성되면서, 행정통합은 단순 지역 협력에서 국가 행정체제 개편 논의로 격상됐다.

◆결정적 기회였던 2026년…그러나 넘지 못한 마지막 문턱
2026년 1월1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발표한 정부 인센티브는 통합 논의의 불씨를 살리는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매년 5조 원씩 4년간 20조 원 재정 지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활성화 지원 등은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으로서는 실로 막대한 혜택이었다. 특히 재정지원의 상당수가 포괄보조금의 성격을 띠면서 이 같은 지원은 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가시화하며 그동안 우려를 보이던 지역에도 기대감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행정통합을 가장 우려했던 경북 북부권 또한 낙후 지역 발전을 위한 재원 확보와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행정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통합 논의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기까지 였다. 최고 문턱인 상임위원회 통과로 한숨을 돌렸던 특별법은 본회의 상정을 위한 통과 의례에 불과했던 법제사법위원회(전체 5편 13장 387조-356개 특례)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은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 국민의힘의 반대를 핑계 삼았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여당의 핑계에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당내 상황과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했다. 결국 세 번째 도전은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갔다가 멈춘 '문턱 좌절'로 기록됐다.

◆멈출 것인가, 완성할 것인가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재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TK통합특별법은 광주·전남 못지 않은 발전 전략을 담고 있다. 대구·경북을 AI·로봇·바이오·미래모빌리티·항공·방산 등 첨단 미래산업 중심으로 성장 구조를 전환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통합특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특례들이 담겨있다.
첨단지식산업 분야의 육성과 관련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대구경북첨단과학기술단지의 조성', 항공 및 방산클러스터 연계 신산업화 국가 지원 근거를 담은 '항공·방산클러스터 연계 신산업화 지원', 인공지능반도체 기술의 실증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인공지능반도체 도시 실증지구 지정 등이다.

특히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에도 광주·전남 특별법에는 없는 핵심적인 지역특화 특례들이 잘 갖춰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미래특구 특례'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규제자유특구 등 9개 주요 특구 지정 효과를 일괄적으로 부여받는 TK만의 독보적인 권한으로, 타 지역은 개별 조문으로 규정하는 것을 대구·경북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경북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학 연합 캠퍼스를 조성하고 산하 기관 이전을 지원하는 '도청신도시 행정복합 발전 특례'는 타 권역 특별법에는 없는 대구·경북만의 고유한 조문이다. 통합특별시의 확실한 '행정 심장'이자 북부권 경제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소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 조항이다.

7년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통합의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다시 쉼표로 남길 것인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7년간 대구경북이 걸어온 행정통합의 길은 2024년 말에서야 논의를 시작한 대전·충남, 최근 정치적 결단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올 3월 특별법을 통과시킨 광주·전남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축적된 행정력과 정교하게 짜인 특별법을 기반으로 통합 추진을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간다면 통합특별시 출범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내다봤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추진력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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