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바람 따라 찾은 힐링 도량, 천안 태조산 각원사

여름의 열기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스며드는 9월, 마음을 쉬어가고 싶어 천안 태조산 자락의 각원사를 찾았습니다. 숲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시야를 압도하는 거대한 불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세운 청동대불입니다. 늦여름의 푸르름과 초가을의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불상의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줍니다.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사찰

각원사는 1975년, 경해법인 조실스님의 원력으로 창건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민족의 아픔을 겪으며 통일을 기원하는 서원을 세웠고, 그 뜻은 1977년 둘레 30미터 귀길이 175미터, 손톱길이 30센티미터, 무게 60톤의 청동대불 봉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사찰을 찾는 이들은 연화지 연못을 지나 203 계단의 무량공덕계단을 오르며, 불상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연화지와 203 계단의 의미

각원사에 이르는 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불법을 상징합니다. 사찰 초입에서 마주하는 **연화지(연못)**는 맑은 물 위로 알록달록한 연등이 걸려 있어 참배객들의 발걸음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연등에는 귀여운 캐릭터 그림도 그려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줍니다. 연화지에서 청동대불로 오르는 길은 203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무량공덕계단입니다. 이 숫자에는 깊은 불교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백팔번뇌 / 관세음보살의 32 화신 / 아미타불의 48 소원 / 12 인연과 삼보(佛法僧)

이 모든 숫자를 합한 결과가 바로 203입니다. 즉, 참배자가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며 마음의 번뇌를 내려놓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도록 상징하는 것이지요.
203 계단을 오르고 내려올 때면 단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짧은 수행의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내를 거닐며 만나는 공간들
9월의 각원사는 여름의 푸른 숲과 가을 하늘이 맞닿아 경내를 한층 더 평화롭게 만들어줍니다.

대웅보전 :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법당으로, 웅장한 건축미와 함께 장엄한 불상이 자리합니다.
태조산루(성종각) :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는 맑고 깊어, 가을 하늘 아래서 듣는 종소리가 마음을 더 울립니다.
천불전, 산신 전, 관음전 : 작은 전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갈해지고,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계절의 풍경 – 초가을에 더 빛나는 곳

각원사는 봄 벚꽃 명소로 유명하지만, 9월 초의 풍경 또한 놓칠 수 없습니다. 태조산의 숲은 여전히 푸르름이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 은은히 가을빛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불상 주변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무더위에 지친 여름의 끝자락을 위로해 주고, 파란 하늘은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이맘때는 인파가 적어 한결 여유롭게 경내를 둘러볼 수 있어,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방문 정보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 (안서동)
이용 시간 : 상시 개방
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무료
주차 : 가능
편의시설 : 장애인 화장실, 무장애 시설, 수유실
문의 : 041-561-3545
홈페이지 : www.gakwonsa.or.kr
함께 가면 좋은 주변 여행지

독립기념관 :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천안 대표 역사 명소.
천호지 둘레길 :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호수와 산책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코스.
유관순 열사 사적지 : 순국선열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문지.
마무리하며
각원사는 단순한 불교 사찰을 넘어, 통일과 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도량입니다. 여름의 뜨거움이 가고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깃든 지금, 산사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청동대불의 자비로운 미소는 누구에게나 마음의 쉼표가 되어줍니다.
9월의 천안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태조산 각원사에서 가을의 문턱을 차분히 맞이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순간,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마음 또한 한결 맑아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