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여는 신의 한수…"잠자는 자본을 깨워라"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4. 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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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돈은 공짜가 아니다"


미국-이란 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코스피는 굳건하게 6000 고지를 다시 넘었습니다.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정책도 계속 되는 중인데요. 이사의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이어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밸류업 논의가 본격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가 개최됐습니다. 자본시장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발제자로 나서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두 전문가 모두 '자본수익성', '자본비용'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강조하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저PBR 문제가 해소되면 코스피가 8000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저PBR 해소 대한 내용과 이날 토론회에서 나왔던 '자본수익성', '자본비용'에 대한 핵심 개념에 대해 짚어봅니다.

■ PBR 1배 미만 해소 핵심은 '자본'효율성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회사의 순자산(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몇 배인지'를 나타냅니다. PBR 1배 미만이라는 건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의 가치보다 현재 시가총액이 낮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저평가받고 있다는 거죠.

국내 주식시장에는 PBR 1배 미만 기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올해 2월 말 기준 PBR 1 이하 기업은 코스피 종목의 65%, 코스닥의 41%에 달합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BR 1 미만 기업이 많은 건 반도체, 조선, 원전, 방산 등 특정 섹터의 종목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저PBR 기업이 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과도한 자본의 축적'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시가총액(분자)이 상승하는 속도보다 순자산(분모)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면 PBR은 낮아집니다. 회사의 순이익은 자본이 됩니다. 회사가 창출한 이익을 재투자나 주주들에게 환원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면 순자산만 계속 늘어납니다. 시가총액이 제자리라면 PBR은 계속 하락하는 것이죠.

결국 PBR을 올리는 건 ①자본을 줄이거나 ②시총을 올리면 됩니다. 다만 시가총액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우므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자본을 줄여 PBR을 올리는 게 현실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죠.

현재 정부와 여당도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2년 이상 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배당가능이익 처분 계획 △자사주 취득·소각·처분 계획 △사업구조 개선 계획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지난 16일 열린 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소각 뿐 아니라 '자본수익성'과 '자본비용'에 대한 내용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본수익성은 '주주 돈(몫)으로 회사가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주 의 몫이란 자본을 말합니다. 자본수익성의 대표적인 지표는 ROE(Return On Equity)로, 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회사의 순이익이 100억원, 자본이 1000억원이라면 ROE는 10%입니다. ROE가 높을수록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본비용도 기업가치 제고안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본비용은 '주주 요구수익률'입니다. 주주 입장에서 이 기업의 주식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죠.

자본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COE(Cost Of Equity)가 있습니다. COE의 산식은 다소 복잡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무위험자산(국채, 예금 등)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에다 '주식투자의 위험(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더한 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통상 적정 COE는 8~10% 정도로 봅니다. 현재 예금 금리가 연 3%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5~7%는 위험 프리미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제고안에 ROE와 COE가 포함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ROE가 7%, COE가 10%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본수익성이 자본비용보다 낮으므로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주주들은 COE에 맞게 ROE를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회사가 ROE를 높이는 방법은 순이익을 높이거나 자본을 줄이면 됩니다.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면 자본이 감소해 ROE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PBR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 "주주의 돈은 공짜가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우진 교수와 김형균 본부장은 자본수익성과 자본비용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왜 기업들이 가치제고계획을 밝힐 때 스스로 산출한 자본비용과 자본수익성 목표치를 함께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매출, 영업이익 등 회사의 외형적 지표를 중요시합니다. 이 회사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얼마나 증가했는지,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반면 자본시장이 선진화 된 국가들은 '자본의 관점'에서도 회사를 평가합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로부터 받은 돈(자본)으로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해 이익을 창출합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자본 대비 회사의 이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따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자본시장 선진국에서는 ROE, COE가 기업 평가의 핵심 요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아직 자본의 개념이 잘 자리 잡혀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러므러 더욱이 기업가치제고안에 자본수익성, 자본비용에 대한 내용이 꼭 담겨야 된다는 것이죠. 김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기업의 대주주들은 유상증자로 들어오는 돈을 공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수년전부터 저PBR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일본의 상장 기업들도 과거에는 이익을 쌓아두고 주주환원을 소극적인 경향을 보여왔는데요. 일본 거래소는 2023년부터 PBR 1배 미만이거나 ROE 8% 미만인 일본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이 2022년 7월 50%에서 올해 3월 27%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ROE 8% 미만의 기업들의 비중도 43%로 정책 이전 대비 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일본은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정기적으로 리스트업 해 공시하도록 압박한다"며 "여기에 일본 특유의 체면 문화까지 결합하면서 기업들이 기업가치제고안을 공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고 말했습니다.

■ "저PBR 문제 해소되면 자본의 재분배도 가능"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PBR 1배 미만 해소방안을 입법화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습니다. PBR 1배 미만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는데 이를 획일화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PBR 1배 미만의 원인이 업황 부진, 성장성 둔화, 산업 구조 변화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사양산업은 PBR 1배를 밑도는 사례가 흔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종이목재기업의 평균 PBR은 0.4, 전기가스 0.6, 건설은 0.7 수준에 그쳤습니다. 산업의 성장성 둔화와 수익성 저하가 시장 평가에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강제하는 게 아닌 '당근'을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대주주가 증여세, 상속세 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를 부양할 의지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기업가치제고안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제도적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반박 역시 있습니다. PBR 1배 미만에 대한 문제가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자발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사양산업이더라도 기업에 누적된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면 ROE 개선과 PBR 1배 미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재분배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형균 본부장은 "사양산업은 주주환원을 통해 ROE를 개선함으로써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사양업종의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확대하면 그 돈이 성장산업에 재투자돼 진정한 자본의 재분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