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렌즈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 중인 국내 콘택트렌즈 산업을 조명한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아래 정작 산업 발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렌즈와 협회, 윙크컴퍼니… 깊어지는 갈등
9일 현재 논쟁의 중심에 선 곳은 국내 콘택트렌즈 업계 1위 오렌즈(운영사 스타비젼)와 컬러렌즈를 제조·유통하는 윙크컴퍼니(모회사 피피비스튜디오스)다. 윙크컴퍼니가 2021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두고 오렌즈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기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대한안경사협회 역시 오렌즈 편에서 제휴 안경원을 대상으로 계약해지를 종용하며 윙크컴퍼니를 압박하고 있다.
현행 의료기사법 제12조 제5항은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방법으로 판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윙크컴퍼니는 30여개 컬러렌즈 브랜드가 입점한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윙크 앱에서 안경원과 제품을 선택하면, 안경원이 윙크컴퍼니에 주문을 넣고 제품이 안경원으로 배송된다. 소비자는 자신이 고른 안경원에서 렌즈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윙크컴퍼니는 이 과정을 온라인 판매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합법이라며 맞서는 중이다. 고객의 예약만 지원할 뿐, 판매 주체는 안경원이며 실제 결제나 구매 계약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송사 길어지나
지난 2022년부터 윙크컴퍼니 본사와 제휴 안경원을 상대로 이어진 고발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29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렌즈 등 원고 측이 주장하는 의료기기의 전자상거래 및 유인·알선 혐의를 두고 윙크컴퍼니의 사업 행태가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3년여 간의 송사 끝에 나온 결론이지만 원고 측은 이달 중 항고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의 결정이 온라인 픽업(예약) 서비스의 합법성이나 정당성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한안경사협회는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방치할 경우 안경사들이 본연의 전문성과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잃고 안경원이 '픽업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안경사가 단순히 봉투만 건네주는 전달자 역할에 머물 거라는 것이다.
윙크컴퍼니가 콘택트렌즈의 판매 주체를 부인한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온라인 예약을 통한 거래 시 시력검사 등 안경사의 케어나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음에도, 판매에 대한 책임은 안경사에게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택트렌즈를 처음 구매하는 고객은 시력검사와 상담이 필수적으로 이뤄지지만 윙크 앱을 통할 경우 이런 과정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며 “이때 소비자가 안질환 등을 문제 삼으면 안경사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윙크컴퍼니는 고객과 안경원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 그 외엔 기존 대면 판매 방식에서 바뀐 것이 없기 때문에 안경사 고유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책임이 확대될 일이 없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안경원의 재고 부담을 완화하고 홍보 경로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상생의 취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또 안경사가 상담이나 주의 권고 없이 콘택트렌즈를 단순 건네는 일이 팽배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제휴 안경원에 지속적으로 검안 및 제품 사용 주의사항 안내 의무를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역시 불기소 결정문에서 “안경원들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안경사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고, 안경원들이 사용하는 윙크 앱에 ‘윙크 픽업공급상품 판매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안경원들로 하여금 3가지 준수사항을 안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적었다.

왜 이렇게 반대할까
오렌즈는 장기적 관점에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규제가 국내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뼈대가 된다고 본다. 즉 윙크컴퍼니처럼 온라인을 통한 예약과 픽업이 활성화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공급 업체가 난립하고, 대외 이미지는 물론 소비자 눈 건강을 쉽사리 해칠 수 있다는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이다.
오렌즈 운영사 스타비젼의 박상진 대표는 “콘택트렌즈가 단순 미용기기가 아닌 의료기기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까다로운 검증과 선진화된 규제가 뒷받침됐을 때 K렌즈의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다”며 “온라인 판매 규제는 무분별한 판매를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역시 그래야만 진정성과 안정성을 느끼고 국내산을 폭넓게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 350여개를 운영하며 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있는 오렌즈가 윙크컴퍼니에 견제구를 던지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한 오렌즈 입장에서 주도권이 약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윙크컴퍼니가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인디브랜드 등의 시장 참여자가 늘어날 것이고 오렌즈의 통제력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오렌즈 운영사 스타비젼은 연결 기준 1537억원의 매출과 5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윙크컴퍼니의 피피비스튜디오스는 매출 490억원과 영업손실 42억원을 냈다.
오렌즈와 대한안경사협회의 압박에 윙크는 현재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협회는 윙크의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3월 말 제휴 안경원에 계약 해지를 종용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제휴 안경원 중에선 안경사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협회의 엄포에 떠밀려 제휴를 철회하는 곳이 쏟아졌고, 1700여곳에 달했던 제휴 안경원은 지난달 기준 522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해관계 싸움, 발전은 뒷전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앞서 온라인 판매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정부는 2023년 11월 '민생 규제 혁신방안’에 해당 내용을 담았고 지난해 3월에는 ICT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실증 특례 업체로 ‘픽셀로’를 선정, 온라인 판매의 조건부 허용을 시도했다. 이후 픽셀로는 플랫폼 ‘내눈N’을 통해 1년 이내 검안 이력이 있는 안경원에서 동일한 도수의 콘택트렌즈를 재구매할 경우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 1·2위에 해당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전자상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다. 실제 미국은 처방전이 있다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고, 일본 역시 처방전을 권장사항으로 둔 채 온라인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점진적 규제 완화의 움직임도 잠시,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는 현 상황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아닌 예약 서비스 조차 이해당사자들의 견제를 받으며 소비자 편익이 발목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윙크컴퍼니 모회사 피피비스튜디오스의 장준호 공동대표는 “윙크컴퍼니의 온라인 예약서비스는 ‘비파괴적 혁신’”이라며 “시장을 재분배하는 게 아니라 만들면서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 안경원이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도와줘야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형성되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을 때 K렌즈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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