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륜구동 기반 대형 세단의 완성..볼보 S90 AWD

스웨덴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 ‘볼보자동차’는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흡수되며 많은 걱정을 낳았다. 지금 와서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포드 산하에서 암흑기를 보낸 볼보는 지리자동차의 거대한 자본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자동차의 안전’이라는 정체성은 유지한 채 ‘스칸디나비아 감성’을 입으며 멋까지 챙긴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포드 산하 암흑기에 유명을 달리한 라인업도 하나둘 복귀했다. 대표적인 차종이 볼보의 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S90이다. 1세대 S90은 볼보 900시리즈의 후속으로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명맥을 이었다. 포드 산하에서는 후속작으로 S80이 나왔다. 가장 큰 차이는 후륜구동 기반에서 포드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이 됐다는 점이다. S90은 19년 만에 2세대로 돌아왔다. 여전히 전륜구동 기반이지만, '전륜구동 기반'만이 갖출 수 있는 이점을 대폭 살렸다.

볼보 S90 B6 AWD

현행 S90은 2016년 출시 이후, 2020년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친 모델이다.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초기 모델과 큰 차이는 찾기 힘들다. 소소하게 디테일을 손본 것이 전부다. 토르의 망치를 시그니처로 한 2세대 초기 모델의 외관 디자인이 호평 일색이라서 크게 바꿀 부분이 없었다.

2024년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지도 어느새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S90 디자인의 특징은 프론트 오버행을 줄이고, 프레이던트 디스턴트(캐빈과 프론트 휠의 거리)를 길게 뽑은 점이다.

그 덕에 전륜구동 기반 준대형 세단이지만, 외관 디자인은 후륜구동 정통 세단에 가깝다. 후륜구동 정통 세단의 비례를 갖춘 디자인은 전륜구동 기반으로 돌아온 2세대 S90에 아쉬움을 느꼈던 소비자의 마음을 달랜다.

볼보 S90 B6 AWD

한국 시장에 출시한 S90은 전량 ‘롱휠베이스(LWB)’ 버전만 나온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90mm, 전폭 1880mm, 전고 1445mm, 휠베이스 3060mm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제네시스 G80보다 크고, 기아 K9보단 작다.

2열 도어 길이를 통해 2열 탑승객을 위한 차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일반 모델에 비해 허리를 길게 늘렸지만, 루프 라인을 매끈하게 다듬은 덕에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볼보 S90 B6 AWD 실내

실내 디자인은 일반적인 볼보 라인업과 궤를 같이한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디스플레이에 기능을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물리 버튼이 줄어들면 불편함이 늘기 마련이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치밀하게 설계한 덕에 조작에 큰 불편함이 없다.

다만, 버튼류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인테리어 요소를 일반 볼보 라인업과 공용으로 사용한 만큼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이 붙은 S90에서 다소 아쉬움을 준다. 또한, 2024년에 나오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앰비언트 라이트도 부재했다. 야간에 빛을 발산하는 건 크리스탈 기어 노브뿐이다.

크리스탈 기어 노브는 조명이 적용돼 밤에 화려한 분위기를 낸다

다행히 아쉬움을 달래주는 요소도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제대로 몸을 감싸주는 가죽 시트와 천연 나무 장식이 감성을 더한다. 실내 대부분에 리얼 우드, 천연 가죽, 알루미늄을 대폭 사용했다.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SK텔레콤과 협업으로 개발한 해당 시스템에는 TMAP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앱 FLO, 음성비서 누구를 내장한다.

센터 디스플레이 상에 표시되는 TMAP 내비게이션은 그대로 디지털 계기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이 경로 확인을 위해 굳이 센터 디스플레이까지 오지 않도록 만들었다.

비발디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볼보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2.0 업데이트로 미디어 기능도 향상됐다. 비발디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으며, 윌라 오디오북 콘텐츠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차 상태에서는 유튜브 콘텐츠를 재생한다. 차량이 주행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재생을 멈춰,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지난 여름 만났던 볼보 C40 리차지는 볼보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1.0을 탑재했다. 당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음악 스트리밍 수준에 머물러 아쉬웠다. 그럼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았다. 터치 한 번에 기능이 즉각즉각 실행됐다.

업데이트 이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안정성이 소폭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TMAP 내비게이션이다. 디지털 계기판 상에 구현되는 TMAP 내비게이션 경로가 나올 때도 있고,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2열 공간은 다리를 꼬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2열 공간은 S90의 최대 강점이다. 전륜구동 기반으로 실내 공간의 손해를 최소화함은 물론 축간거리 3060mm를 갖춘 롱휠베이스 사양으로 광활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통상 2열 무릎 공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주먹 갯수로 표현하기 마련인데, S90은 그런 식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키 176cm 기자가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가 풀었다가 해도 여유로운 공간이 나온다. 다만, 높게 올라온 센터 터널 탓에 2열 시트 중앙에는 어린 아이만 앉을 수 있다. 사실상 4인승인 셈이다.

2열 공간이 워낙 넓어서 공조 컨트롤 패널이 다소 멀게 느껴진다
2열 암레스트에는 후방 및 2열 전동 블라인드 등 각종 조작부가 갖춰져 있다

2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시트를 지원한다. 2열 탑승객을 위한 송풍구는 B필러와 센터 콘솔에 마련했다. VIP가 탑승하는 상석 암레스트에는 후방 및 2열 전동 블라인드 등 각종 조작부를 갖췄다. 운전자에게 요구할 필요없이 손가락만 까딱 움직이면 된다.

아쉬운 점은 디테일이다. 상석에서 모든 윈도우를 조작할 수 있게 배려했지만, 공조 조작 패널은 다소 멀다. 이를 조작하려면 허리를 꽤 깊이 숙여야 한다. 2열 중앙 시트백에 숨은 암레스트를 펼치면 컵홀더만 달려있다. 넓은 면적이 허투로 쓰이고 있다. "암레스트에 공조 컨트롤 패널을 비롯, 미디어 등을 조작할 수 있는 패널을 넣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힘을 보탠다

파워트레인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힘을 보탠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약 14마력(10kW)의 출력과 4.1kg.m의 토크를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시스템 합산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8kg.m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감각은 시동을 걸 때부터 느낄 수 있다. S90 시동은 기어 노브 뒤에 위치한 다이얼을 비틀면 된다. 엔진이 부드럽게 깨어난다. 스타팅 모터가 힘겹게 크랭크 축을 돌리는 감각과 거리가 멀다.

B6 AWD 트림은 B5 트림보다 최고출력이 50마력 높다

일반적으로 볼보는 앞바퀴를 굴리지만, S90 B6 AWD는 이름처럼 네 바퀴 모두 구동한다. 특히 S90은 북유럽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겨울이 긴 탓에 나쁜 노면 상태를 자주 만날 뿐만 아니라, 숲속에서 튀어나오는 순록까지 피해야 한다. 눈길이나 빗길 등 노면 접지력이 불규칙한 상황에서 든든한 주파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볼보 차량은 '안전성'이 강조된 탓에 주행 성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볼보 S90 B6 AWD도 그런 자동차다. 육중한 몸매를 갖춘 준대형 세단이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차량을 몰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가벼운 코너링에 진입해보면 거동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급격한 코너링에서 가속 페달을 지지며 운전 재미를 느낄 정도로 스포츠성이 짙은 차량은 아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시원하게 속도계 바늘을 밀어 올린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6.6초 만에 끊는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은 2톤에 가까운 덩치를 가뿐히 굴린다.

S90의 승차감은 대형 세단이라는 차급에 맞게 부드럽게 세팅됐다. 고속으로 항속 주행할 때 노면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다만, 날카로운 요철을 반복적으로 만나면 충격을 걸러내는 실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낮은 편평비를 갖춘 타이어를 탑재한 게 원인이 아닐까 짐작된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2024년 현재 모델 노후화가 느껴지는 편이다

S90은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세이프티 어시스턴트 및 드라이버 어시스트가 빠짐없이 적용됐다. 핵심은 파일럿 어시스트다. 2020년 출시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기 충분한 성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차선 유지 및 선행 차량과의 차간 거리 유지가 안정적이다.

선행 차량과의 차간 거리 유지를 위한 대응이 다소 급격하다는 느낌이다. 2024년에 나오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에서 기대만큼의 성능은 아니다. 모델 노후화가 느껴지는 수준이 됐다.

바워스&윌킨스 오디오가 들려주는 음악은 차에서 내리기 싫게 만든다
별도의 B&W 앱을 추가하면 탑승객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90은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까지 완료한 뒤에도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1410W 바워스&윌킨스(이하 B&W) 오디오가 만드는 압도적인 사운드 탓이다. S90은 총 19개의 스피커를 탑재한 것은 물론 전용 방음 설계 그리고 차체를 울림통으로 조율했다.

그 덕에 음량을 아무리 높여도 귀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깨끗하고 힘 있는 음질을 낸다. 차 안이 순식간에 콘서트홀로 변신한다. B&W 오디오를 탑재한 건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볼보답게(?) 화려함을 티내지 않는다.

B&W의 EQ 및 사운드 효과 등을 바꾸려면 '설정'에 진입해야 한다. B&W 오디오씩이나 탑재했다면 탑승객에게 이를 더 드러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앱 형태로 꺼내놓는다면 더 자주 B&W가 구현하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약 367km의 시승 후 평균 연비는 13.5km/L를 기록했다

약 367km의 시승 후 평균 연비는 13.5km/L였다. 고속도로 주행 환경이 잦았지만 이 정도 크기, 이 정도 무게의 준대형 세단에서 보기 힘든 두자리 연비는 인상적이다.

볼보 S90 B6 AWD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으면서 친환경성을 챙기고, 전륜 기반 대형 세단으로 광활한 2열 공간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경쟁 상대를 나열해보자. 국산차로는 제네시스 G80, 기아 K9이, 수입차로는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가 존재한다. S90 만큼의 광활한 2열 공간을 만들어주는 준대형 세단은 없다.

출시 10년이 다 돼 가지만 볼보 S90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자동차는 국내 시장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볼보 브랜드가 주는 안전에 대한 신뢰성과 스칸디나비아 감성에 넘어가지 않을 소비자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줄 평

장 점: 7천만원대 수입차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매력만점 준대형 세단

단 점: 출시 10년차...모델 노후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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