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옻칠’ 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제 색깔을 낸다

이민아 2024. 9. 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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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 X가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 '우주 유영' 도전을 위해 비행을 떠난다고 하는데요.

퍽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우주 유영' 따위 꿈꿔본 적 없다 한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우주는 존재합니다, 드러내지 않을 뿐.

그 세상을 작품세계로 펼쳐낸 젊은 작가가 있습니다.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로 오묘하면서도 깊은 빛깔로 채워진 소우주를 탄생시킨 권여진 작가입니다.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진행 중인 권여진 개인전 푸른 행성의 궤도

충북 청주시 한국공예관에서 열린 ‘푸른 행성의 궤도’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렬로 늘어선 행성들에 눈길을 빼앗깁니다.

별무리가 지나가며 남긴 흔적일까 캔버스에는 군데, 군데 별의 파편들이 박혀 있습니다.

작가의 소우주를 유영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질문들이 고개를 드는데요.

자신을 옻칠, 채화칠 작가라고 소개하는 권여진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권여진 옻칠, 채화칠 작가

Q. 젊은 작가로는 보기 드문 ‘옻칠’ 작가시죠. 지금 진행 중인 개인전 소개를 좀 해주세요.

전시명이 ‘푸른행성의 궤도’ 인데요, 우주 속에서 부유하는 별들의 모습과 별의 흔적들, 행성의 느낌을 표현한 전시입니다. ‘옻칠’을 주제로 한 평면 작품과 입체 작품 30여 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옻칠은 공예품을 마감하는 데 많이 쓰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채색하는 재료로도 사용이 되는군요?

네 옻칠 분야 중에서 ‘채화칠’이라는 기법이 있어요.

옛날부터 쓰였던 기법인데,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나전칠기에 ‘옻칠’이 많이 쓰이다 보니까 채화칠을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이 채화칠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또 사람들한테 알리고자 하는데요.

옻칠은 갈색이랑 검정, 그리고 먹의 그런 은은한 색감을 띠는데, 저는 거기에 색 안료를 섞어서 활용을 하고 있어요.

별이 지나간 자리1-6, 종이에 옻칠, 교칠, 채화칠, 금박 99.9_35x27.4cm

Q. 그러니까 캔버스에 올린 게 유화물감이 아니라 옻칠, ‘금박’은 별처럼 보이는데요. 전통적인 것 같으면서 실험적이고, 동·서양의 조화가 엿보입니다.

네, 원래 옻칠은 나무에서 나온 재료라서 나무랑 가장 잘 맞는데 삼베에 입혔을 때 딱딱해지거나 혹은 그걸 가지고 조형을 할 수 있어요.

사실 캔버스 자체도 삼베의 일종이거든요. 광목 위에 코팅제를 입혀서 캔버스를 만든 게 서양화 바탕이 되는 거죠.

그래서 캔버스에 옻칠을 하면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는 느낌이 들어서 ‘캔버스에 옻칠을 한번 해보자’ 해서 이번에 좀 실험적인 시도를 해본 겁니다.

부서지고 합쳐진 것들_30x28cm_삼베에 옻칠, 흑칠, 금박_2024

Q. 입체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전시장 디스플레이도 재미있어요.

네, 달항아리가 우주랑 가장 가까운 느낌이 많이 들어서 작업을 하게 됐고요.

일렬로 디스플레이를 한 건 제가 위에서 보는 행성의 느낌들, 크기나 형태가 다양한 제각각의 행성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렬로 세워서 디스플레이 했습니다.

사실 입체 작품을 도자기인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요, 직접 들어보게끔 하면 되게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이게 도자기가 아니고 사실은 삼베거든요.

불상을 만드는 기법 중에 안은 흙으로 채우고 삼배를 겹겹이 붙여서 끝에는 삼배만 남기는 기법이 있는데, 저는 도자기 형태, 달항아리 형태로 제작을 한 거죠.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진행 중인 권여진 개인전 푸른 행성의 궤도

Q. ‘채화칠’이라는 전통기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어떤 매력 때문에 계속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신가요?

‘채화칠’ 옻칠이랑 안료가 섞이면 건조되면서 색이 굉장히 탁해지는 성질이 있어요.

원래 우리가 빨간색을 생각하고 채색을 했는데 건조가 되고 나면 갈색, 고동색이 되기도 하고, 이게 원래 제 색을 내는 데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립니다.

최소 한 달, 제대로 발색이 되려면 6개월 이상까지도 건조시켜서 제작을 하는데, 그걸 계속 지켜보는 과정이 있어요.

저는 그 부분을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작업을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칠한 거랑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이 저한테는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그 매력 때문에 계속해온 것 같습니다.

작업 중인 권여진 작가

Q. 젊은 MZ세대인데 인내심이 강하신 것 같아요 (웃음) 전통기법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으신 것도 그렇고요.

옻칠에 관심을 갖고 해온 지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요. 이 분야에 전문가분들이 보통 명장이 되신 분들이 되게 많으세요.

그분들에 비하면 제가 연차가 그렇게 많이 쌓인 건 아니라서 부족한 점도 많고 젊은 작가로서 함께 활동하기에는 힘든 점이 있죠.

저보다 후배들, 젊은 작가들에게 ‘옻칠’, ‘채화칠’에 대해 알리고 많이 전파해서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은데 시간도 많이 필요한 일이라서 쉽진 않습니다.

Q. 작가님도 ‘옻칠’처럼 제 색을 내는 과정 중에 계신데요.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또 시도해나갈 계획이신가요?

제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직관적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형태로 바로 보여지는 것보다 스토리가 있는, 그리고 ‘옻칠’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입체 작품을 해볼 계획입니다.

■ 권여진 개인전 ‘푸른 행성의 궤도’

장소 : 한국공예관 2-3 갤러리

일정 : ~ 9월 15일 (일)

#충청 #충북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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