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N의 조상' 300마력 넘는 국산 고성능차의 역사
드디어 국산차도 600마력 시대가 왔다. 비록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힘을 빌렸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고출력 자동차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의 출력 인플레이션 때문에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300마력은 고성능의 기준과도 같은 숫자였다. 100~200마력대 평범한 승용차들이 주를 이루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300마력은 강력한 힘과 여유의 상징이기도 했다. 650마력의 괴물 전기차 '아이오닉5 N' 출시를 기념해 300마력이 넘는 국산 고성능 차량의 역사를 출력 순으로 모아봤다.
# 303마력, 현대 제네시스 쿠페
과거에도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 국산 쿠페형 자동차는 있었다. 그러나 전륜구동 방식에 100마력대 성능은 스포츠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한 스펙이었다. 그러던 중, 300마력이 넘는 후륜구동 방식의 정통 스포츠카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젠쿱'이란 별명이 더 친숙한 현대 제네시스 쿠페다.
2008년 출시한 제네시스 쿠페는 3.8리터 V6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03마력을 발휘했다.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한 엔트리 모델도 있었지만,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은 오직 6기통이었다. 특히, 동급 수입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다양한 국내 모터스포츠에도 투입되면서 국산 스포츠카의 자존심을 지키기도 했다.
소량 생산됐던 어울림모터스의 스피라 정도를 제외하면 제네시스 쿠페는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국산 후륜구동 2도어 쿠페로 남아있다.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해 단종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 306마력, 쌍용 체어맨 W
체어맨 W는 '국산차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최초로 5.0리터 V8 엔진을 적용했으며 최초로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또, 세단 중 최초로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을 탑재했고, 최초로 순수 차량 가격이 1억원을 돌파했다.
파워트레인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공급받았다. 7세대 S클래스(W220)에 적용된 V8 엔진은 최고출력 306마력이라는 넉넉한 출력을 냈다. 당시 쌍용차는 벤츠의 파워트레인을 강조하며 우수한 성능과 내구성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 334마력, 현대 제네시스
전륜구동을 고집하던 현대차가 후륜구동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초기형은 290마력을 발휘하는 3.8리터 V6 엔진을 썼는데, 부분변경을 거치며 334마력으로 향상시켰다.
단순히 모델명에 지나지 않았던 제네시스는 이후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로 거듭났다. 제네시스의 후속이자 현행 3세대 G80은 3.5리터 6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0마력을 발휘한다. 배기량은 줄이고 출력은 높였다.
# 340마력, 기아 모하비
현재 모하비는 V6 디젤 단일 사양만 운영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274마력 3.8리터 V6 및 340마력 4.6리터 V8 등 가솔린 라인업도 존재했다. 대배기량을 선호하는 북미 시장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트림이지만, 국내에도 일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4.6리터 V8 타우 엔진은 이후 5.0리터로 배기량을 키우고 출력도 460마력으로 높였다. 현대 에쿠스와 기아 K9, 제네시스 G80ㆍG90 등 고급 세단 라인업에 활용됐지만, 배출가스 규제와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인해 지금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 373마력, 기아 스팅어
기아 스팅어는 3.3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373마력을 발휘한다. 강력한 출력과 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등 다양한 옵션을 탑재하며 국산 스포츠 세단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300마력대 후반으로 출력이 높아지면서 주행 성능도 함께 좋아졌다. 계기판에는 300km/h라는 숫자를 볼 수 있는데, 고속 주행의 상징인 제로백도 4.9초로 당시 가장 빠른 국산차로 기록됐다. 최고속도는 무려 270km/h에 달했으며 빠른 출발을 지원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도 포함됐다. 형제 모델인 제네시스 G70 역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 500마력, 어울림 스피라 EX
국내 최초 수제 스포츠카 업체 어울림모터스가 만든 스피라 EX가 내연기관 국산차 중 가장 높은 마력을 가졌다. 2.6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500마력의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는 315km/h이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숫자로만 본다면 해외 유명 슈퍼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 585마력, 기아 EV6 GT
기아 EV6 GT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앞ㆍ뒤 두 개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무려 585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5초 만에 도달한다. 공식 광고 영상에 포르쉐, 맥라렌, 페라리 등 유수의 슈퍼카와 함께 달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출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전동화 시대에 들어서 고출력 차량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아이오닉5ㆍ아이오닉6, 기아 EV6ㆍEV9, 제네시스 GV60 등 E-GMP 기반 모든 라인업에 300마력이 넘는 트림을 보유하고 있다.
# 650마력, 현대 아이오닉5 N
현대차그룹은 500마력대에 그치지 않고 더욱 파격적인 숫자를 선보였다.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 N'이다. 고출력 모터와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최고출력 65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4초로, EV6 GT보다 0.1초 빠르다.
스포츠카는 감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듯, 내연기관차에서 영감받은 가상 변속 시스템과 가상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과연 전기차에서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감성을 어떻게 녹여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