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이홍구와 ‘남북연합’

얼마 전 세상과 작별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정관계에서 합리적인 인물로 정평이 났다.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고인은 노태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국토통일원 장관과 주영대사를 역임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엔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거쳐 제28대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그의 이력은 보수 정권에 한정되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선 주미대사로 중용돼 외환위기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퇴임 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벌였다.
고인은 1989년 여야 갈등 국면에서도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정치권 합의로 이끌어냈다. 이 안은 자주, 평화, 민주를 원칙으로 3단계를 걸쳐 통일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민족공동체헌장’을 채택하고, 남북 각료회의와 남북평의회 등 과도 기구를 운용하는 남북연합(Korean Confederation)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종국에는 통일헌법 제정을 통해 통일 민주공화국 건설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이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의 별세 소식으로 고인의 통일 철학과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남북연합’이라는 의제는, 학계와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다. 개별 국가들의 연합인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할지, 통일의 과정으로서의 남북연합에 무게를 둘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화두임에는 분명하다. EU식 평화 공존이 자칫 남북 분단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포함, 제반 환경을 고려해 해법을 모색하는 일은 아직 과제로 남겨져 있다.
남북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한 지금, 남북연합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열린 자세로 소통의 폭을 넓힌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진지한 대화와 깊이 있는 논의가 쌓여간다면 강원 DMZ와 접경지에도 언젠가는 평화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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