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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를 지원받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발표된 사회조사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의 무려 79.7%가 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가 직접 부담한다고 답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2015년 66.6%에서 꾸준히 상승해온 이 흐름은 한국 가족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적 독립 뒤편에는 짙어지는 정서적 고립이라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자녀 손 안 빌리는 노년층…그러나 현실은 ‘일’이 중심
생활비 조달 방식을 살펴보면 자녀·친척 도움은 10.3%, 정부·사회단체 지원은 10.0%에 불과하다. 노년층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립의 실상은 여유로운 은퇴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상적인 노후로 취미활동(42.4%)과 여행·관광(28.5%)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지만, 실제 고령층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소득 활동(34.4%)이었다.
기대수명 증가와 노후 자금 부족, 청년층의 부양 능력 저하가 맞물리면서 60대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다.
‘같이 사는 것보다 따로가 편하다’…분리 거주 선호 80% 돌파

사진=연합뉴스
거주 형태의 변화도 뚜렷하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72.1%가 이미 자녀와 따로 살고 있으며, 향후에도 81%가 분리 거주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독립적 생활(34.6%), 따로 사는 것이 더 편함(34.0%),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음(18.1%)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가 독립성을 강화하는 이 흐름에 맞춰 정부도 2026년 3월부터 지역·가정 기반의 통합돌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수직적 가족 돌봄에서 수평적 지역사회 돌봄으로의 전환이 제도적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반면 자녀 세대의 독립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그냥 쉬는 청년’이 4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월 최대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60대 부모는 일터로 나가고 자녀는 집에 머무는 세대 간 역할 역전이 구조적 불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 자립 뒤 깊어지는 고독…사회적 연결망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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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정서적 고립의 심화다. 65세 이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은 43.4%에 달한다. 주 5회 이상 외출하는 비율은 48.7%에 그치고, 주 1회 이하 외출자도 5.3%에 이른다.
고령층의 대면 활동은 전 세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치매 유병률 증가(2025년 6.89% → 2070년 11.21% 전망)까지 더해지면 사회적 고립과 신체 건강 악화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
통합돌봄사업이 의료·요양 접근성 개선에는 기여하지만, 정서적 고립을 해소할 문화·여가·지역공동체 활동 강화 정책은 아직 구체적 대응이 미흡한 상태다.
한국 노년층은 지금 경제적 자립과 거주 독립이라는 두 축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의지와 각자의 삶을 지키려는 욕구가 맞물려 새로운 가족 형태가 자리잡는 과정이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이 곧 삶의 충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40만 명을 넘는 ‘쉬는 청년’을 부양하면서도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년층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깊어지는 고독. 이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사회적 해법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