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으로 상속세 납부, 드디어 ‘1호’ 나와…어떤 작품인가 보니 ‘대박’

[사진 = 챗GPT]

지난해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 납부가 가능한 물납제가 법제화된 이후 최초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낸 사례가 보고됐다. 국보급 작품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초의 물납제 미술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다. 중국의 저명한 작가인 쩡판즈의 ‘초상(1·2)’과 서양화 대가로 불리는 이만익의 ‘일출도’, 추상미술의 거장인 전광영의 ‘어그리게이션08(Aggregation08)’ 등 4점이다.

문체부 미술품 물납심의위원회는 실사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작품의 보존 상태와 활용 가치, 역사·학술·예술적 가치, 감정가액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속세를 갈음할 가치가 있다며 물납 허가를 통지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쩡판즈의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쩡판즈는 아시아에서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013년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유화 ‘최후의 만찬’이 2330만달러(약 250억원)에 낙찰돼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만익은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맡은 작가다. 문체부는 이만익의 작품이 1990년대 초기 화풍이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전광영의 작품은 2점을 심의했는데 예술시장이 선호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1점만 적합 판정을 받았다. 감정업계에서는 상속인이 미술품을 통해 마련한 세액이 3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상속세 미술품 물납 첫 사례 작품인 중국 화가 쩡판즈의 초상 작품.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첫 번째 미술품 물납 사례가 나온 것을 환영하면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금융재산가액보다 많을 때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20년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영상 어려움에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자 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이건희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물납 허용 요구가 거세졌다. 그러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상속 개시분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미술품이나 문화재로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물납 특례가 포함된 세법이 개정됐다.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소유주를 등록하지 않아 자진 납세가 쉽지 않다. 음지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을 양지로 끄집어내려면 상속세뿐만 아니라 증여세와 보유세 등에 대한 미술품 물납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네덜란드는 예술품을 공공재로 환원하기 위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물납제를 시행했다. 프랑스는 상속세, 증여세, 보유세 전반에 걸쳐 미술품 물납이 가능하다.

미술품 기부 시 기부금액의 90%까지 세액공제까지 해 주고 있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파블로 피카소 사망 후 유족으로부터 200점가량의 작품을 넘겨받아 피카소 미술관을 채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재나 미술품을 기증해도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