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수작이 등장했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한 가족의 서사와 개인의 정체성으로 풀어낸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이 15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과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제7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는 잃어버린 이름과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949년의 조각들, 분홍 선글라스 너머로 비친 제주의 기억
영화의 배경은 1998년의 봄이다. 고등학교 2학년 소년 영옥에게 인생 최대의 고난은 자신의 ‘촌스러운 이름’이다. 그는 놀림감이 되는 이름 대신 ‘민종’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영옥에게는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불만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늦깎이 어머니 정순의 나이도, 그가 가끔 정신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는 창피한 모습도 사춘기 소년에게는 견디기 힘든 짐일 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영옥은 서울에서 전학 온 이른바 ‘쌈짱’ 경태의 영향력 덕분에 얼떨결에 반장이 되지만 권력의 단맛은 잠시였다. 단짝이었던 민수와는 사이가 멀어지고 경태가 주도하는 교실 안의 집단적 폭력과 세력 다툼 속에서 영옥은 점차 무기력한 방관자로 전락한다. 부끄러워 버리고 싶었던 소년의 이름처럼 영옥의 일상은 정체성의 혼란과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아들 영옥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폭력과 마주하는 동안, 어머니 정순은 자신을 평생 괴롭혀온 거대한 망각의 실체와 마주한다. 정순은 8살 이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찬란한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해리 증상은 그의 삶을 파편화했다.
정순은 서울에서 온 의사의 도움을 받아 분홍색 선글라스를 끼고 하얀 차에 올라 제주의 곳곳을 누빈다. 70여 년 전 1949년의 제주는 그에게 지독하게 아팠던 봄이었다. 까맣게 타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 맞출수록 반세기 넘게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슬픈 약속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들 영옥이 그토록 버리고 싶어 했던 그 이름은 사실 정순이 온몸을 바쳐 지켜내야만 했던 절박한 생존의 증거이자 누군가와의 간절한 약속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정순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은 비극적인 역사의 산증인을 연기하며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열연을 펼친다.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는 언론 시사회 등을 통해 배역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염혜란은 “정순이 어떤 피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고단함에 찌든 모습보다는 멋진 무용 선생님 같은 생동감을 가진 인물로 보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정순은 연민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며 주체적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됐다.
"올해 최고의 수작" 실관람객 극찬 쏟아지며 평점 고공행진
영화 ‘내 이름은’은 1998년 소년의 성장통과 1949년 어머니의 비극을 교차시키며 개인의 이름이 곧 역사임을 역설한다. 소년이 부끄러워했던 이름과 어머니가 생명처럼 지켜온 이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관객들은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작품은 15일 오후 4시 기준 10점 만점에 8.5점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내가 자세히 몰랐던 비극적인 역사, 제주 4.3사건을 이젠 잊지않겠다. 희생자와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리며 진상규명이 잘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염혜란 배우님의 주연과 연기는 역시 탁월했다", "평점 테러 당한다고 영화의 품격이 사라지지 않음. 우리 시대의 반성문. 폭력의 역사를 잘 담은 수작", "염헤란님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국민을 지켜야할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살인과 폭력을 저지른 말도 안되는 역사를 보면서 과연 내이름은 무엇인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영화", "너무 아픈 얘기를 현실에서 담담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염혜란 배우의 연기에 감동", "지금의 이란을 봐도 그렇고 나라를 어떤 놈이 이끄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 "댓글보니 안봐도 감동과 자숙이 그려지네..숙연한 시대비극이 영화로 우리에게 심어줄 그무엇을 기대하며 봐야겠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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