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I훈풍에 초고압 변압기 품귀" 선봉에 선 LS일렉 부산사업장을 가다
1008억 투입된 2생산동 내년 10월 준공
연간 캐파 3배 확대…2027년 7천억 목표
[부산=강민경 기자]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LS일렉트릭이 생산능력(CAPA) 확대에 선제적 투자를 결정, 퀀텀 점프를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선다. 글로벌 전력설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급 계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력 슈퍼 사이클'이 도래함에 따라 신속한 투자를 단행, 성장 기회를 움켜쥐겠다는 복안이다.
주력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 LS일렉트릭이 초고압 캐파 확대에 투입할 비용은 총 1600억원. 이중 1008억원을 핵심 생산기지인 부산사업장에 지원한다. 부산사업장 1공장* 1생산동 옆 유휴부지 약 4000평(1만3223㎡)에 진공건조 설비 2기를 증설하고, 조립장·시험실·용접장 등 전 생산공정을 갖출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부산 강서구 진해경제자유구역 화전산업단지 내 △1공장-초고압 변압기 △2공장-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2개 공장에서 각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 1공장에 이어 2011년 2공장을 준공했다. 2공장 준공 당시 국내 최초 HVDC 생산기지여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들 공장은 공단 내 약 5분 거리에 위치한다.
'525kV↔34.5kV' 저압·초고압 넘나드는 기술력
지난 10일 LS일렉트릭의 부산사업장 1공장을 찾았다.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의 인기가 이곳서 오롯이 느껴졌다. '권선공정→철심공정→본체공정→진공건조→총조립→최종시험' 등 통상 6차로 이어지는 각 생산공정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중간에 들어서자 거대한 변압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파트 3~4층 높이에 달하는 이 변압기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사막으로 납품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 곳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주문한 제품이다.
크기뿐 아니라 성능에 더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당 제품은 최대 525킬로볼트(kV) 전압을 최저 34.5kV로 낮추고 또다시 높일 수 있는 게 특징. LS일렉트릭이 보유한 최고 스펙 제품이자, 저압과 초고압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 그 자체가 담겼다.
곧 2생산동이 지어질 부지도 둘러봤다. LS일렉트릭은 기존 1생산동 바로 옆에 동일한 면적의 용지를 마련해뒀는데, 바로 이곳에 2생산동이 지어진다. 당초 올해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선정 등 문제로 한 달가량 늦어졌다. 2생산동은 이달 말 첫 삽을 떠 내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S일렉트릭은 현재 1800억원 규모의 부산사업장 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2생산동이 구축되면 4200억원 가량 캐파가 추가 확보, 총 6000억원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기진행된 KOC전기 지분인수로 1000억원의 캐파까지 더해진다. 종국엔 2027년말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총 캐파가 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비 800억에 200억 더 얹은 이유
LS일렉트릭이 과감한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까닭은 글로벌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훈풍에 반도체 신규공장이 잇따라 설립되고, 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전기장비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8년까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최대 36%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전기 소비량이 20배 높은 AI 데이터센터에 초고압 변압기는 필수로 꼽힌다. 이에 한국 기업의 변압기 수출액도 급증하고 있다. 올 7월 국내 전력 기업들의 변압기 누적 수출액은 10억3200만달러(약 1조3786억원)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87%에 달했다. 올 연간 실적은 지난 2010년 수출액(11억8600만달러)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이 부산사업장 투자액을 8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 5월 부산사업장 초고압 변압기 캐파 확대를 위해 803억원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8월엔 205억원을 추가 투자키로 했다.
글로벌 수요 급증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재 LS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2조7600억원, 향후 5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둔 상태다.
LS일렉트릭은 이번 전력 호황기를 발판 삼아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는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목표는 70%다. 이보다 앞선 2028년부터 초고압 변압기로만 연간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포부다.
이승욱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공장장은 "해외 진출 시 어려웠던 점은 후발주자에 대한 보수성에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기존 해외 실적 첨부가 필수였는데, '레퍼런스(Reference)'를 쌓는 것 자체가 선발주자에게 유리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초고압 변압기 품귀 현상이 일면서 당사의 해외 진출에도 가속이 붙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매출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레퍼런스를 활발히 쌓아 추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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