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집값 급락…닛케이 “한국 빚 가장 위험”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1.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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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년 11월 20일자로 보도한 기사 캡쳐. 주요 국가의 가계부채 비율에서 노르웨이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한국, 호주, 캐나다, 영국, 일본, 미국의 순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

전세계 집값이 급등세에서 하락세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고점 가격에 비해 10% 정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도 올 여름을 지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적으로 풀린 250조달러(약 35경 원)란 엄청난 돈이 급하게 줄어들면서 가계 채무나 금융 기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동유럽 등지에선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알리는 전조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형 부동산 펀드인 롬스펜은 8일 출금을 중단했다. 주택 가격 하락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 인출 요청에 나서자, 당분간 출금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롬스펜이 돈을 빌려준 융자처인 부동산 업자들 가운데 무려 40%가 원활하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원인은 캐나다은행이 정책금리를 3.75%까지 올린데 있다. 활황세였던 캐나다 주택시장이 확 바뀐 것. 현지 통계인 테라넷내셔널은행 주택가격종합지수에 따르면 9월은 전월 대비 3.1% 하락해, 1999년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률을 보였다.

2020년 이후 급등한 주택 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다고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고 사람들은 저금리를 배경으로 주택 매입으로 돌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19년에 비해 35% 올랐다. 금리인상으로 중앙은행이 태세를 바꾸자, 주택 시장도 변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022년 1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가격이 11% 떨어졌고 스웨덴에서는 3월 최고점에서 9월까지 11% 하락했다. 북유럽과 미국·영국·독일 등도 이미 하락세다.

주택 담보 대출 금리의 인상도 가파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UBS를 인용해, 주요 25개 도시의 2022년 중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 전과 비교해 2배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엄청난 돈이 몰린 주택시장이 흔들리면 가계나 은행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대목이다. 영국 부동산서비스 사빌스에 따르면 세계 주택자산 가치는 2020년 기준 250조 달러다. 주식시장(약 100조 달러)의 2.5배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장 위험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채무 비율은 200%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최근 5년간 아파트값(전국 평균)은 무려 2배로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은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도 적지 않다”며 “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 때문에 이자 부담 증가가 일반 가정에는 직격탄”이라고 보도했다.

동유럽에서는 금융기관들의 파산할 우려까지 등장했다. 폴란드에서는 9월 중견은행인 게틴노블은행이 공적 지원을 받는 대상에 올랐다.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다. 폴란드에선 저리로 빌릴 수 있는 스위스 프랑 기준의 주택담보대출이 유행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폴란드의 화폐인 즈워티가 프랑에 대해 가치 하락하면서 폴란드 국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은행빚을 갚지 못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불안에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중앙은행도 등장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10월 이사회에서 정책금리 인상폭을 0.25%로 조정했다. 주택 가격 하락이란 위기 앞에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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