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Corner

직업 특성상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판매 수익으로 소득을 얻는 예술가 건축주 부부, 반복되는 이사 생활 끝에 더 이상 작업실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에 풍족함이 더해지는 듯하다. 주거동과 작업동을 잇는 침실의 효율성은 동선을 아끼고, 곳곳에 그림을 걸 수 있는 벽의 활용성은 소득으로 이어지니 두 사람에겐 금상첨화다.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조한준건축사사무소│사진 조한준, 이정환 작가
DATA
위치 강원 양구군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철골조
대지면적 440.5㎡(133.25평)
건축면적 169.77㎡(51.35평)
연면적 194.94㎡(58.97평)
건폐율 38.62%
용적률 44.25%
설계기간 2021년 3월 ~ 2022년 3월
시공기간 2022년 4월 ~ 8월
설계 조한준건축사사무소
02-733-3824 www.the-plus.net
시공 ㈜KSPNC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비드법단열재, STUCCO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지정천장지
내벽 - 석고보드 위 지정벽지
바닥 - 포세린타일
창호 시스템창호(레하우)
주방가구 제작
위생기구 대림


예술인의 일상을 담은 집
집을 짓는 목적이 특별한 경우가 있다. 특히, 예술인의 거주 환경은 일상에 작업 환경이 따라다니곤 하는데 부부가 예술가인 경우 그 경계가 더 모호해진다. 그래서 그들의 집을 지을 때에는 라이프스타일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건축주 부부는 집을 짓는 목적이 거주 공간과 작업 공간의 이동 시간을 줄이고 일상에서 좀 더 밀도 있는 작업 환경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집짓기를 마음먹고 찾은 곳은 강원도 양구군의 박수근미술관 부지 내에 조성된 미석예술인촌. 이곳은 국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토지를 분양하는 특별한 곳으로 아직 비어 있는 나대지들도 많이 있었다.




예술가와 건축가의 시선 충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박수근미술관은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부터 존재감이 너무 컸다. 지역 마을 내에 자리잡은 집이 아니었기에 모여 사는 사람들과의 교류나 예술 활동이 집의 기능과 공간 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즉, 이제까지 설계해 왔던 주택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에서 부분적으로 벗어나야만 했다.
땅을 사용하는 배치와 여러 계획안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중에 선택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안을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는 도로를 등진 ‘ㄴ’자 형태로 배치하고 안마당으로 주변 풍광을 끌어오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건축주는 안마당으로 진입하는 방식을 좋아하신 것이다.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예술가들의 시선과 충돌하는 건축가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가며 설계를 진행해야만 했다.



작업실이 있는 집? 집이 있는 작업실?
집을 설계하며 늘 기능의 효율성에 기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상적인 주택의 경우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기 위해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면 집을 구성하는 기능들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많은 수납공간을 활용하고자 애를 쓰기 마련이다. 전원주택의 건축주는 내외부를 넘나드는 마당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 빈 외부공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집은 위에서 언급한 보편적인 집과는 다르게 수납에 대한 욕심도 적고 외부공간 활용에 대한 큰 고민이 없었다. 오로지 실내에서 집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 같은 느낌에 침실도 필요한 크기와 개수로만 마련되길 바랐다. 최종 완성된 모습은 얼핏 숙소가 딸린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보는 듯하다.



철과 나무를 조합해 지은 집
어떤 집도 규모에 상관없이 예산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한 번도 자기 집을 가져본 적 없던 건축주 부부 역시 집짓기 예산을 마련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좋은 집과 성능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이지만 최대한 경제성을 고려하면서 두 사람이 바라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목구조와 철골구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했다. 철골구조가 들어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높은 층고와 실내 기둥을 설치하지 않아야 하는 작업실 등의 공간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그 외 실내에서는 공간을 구획하기 위한 벽체가 존재하므로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을 가지면서 공정을 줄일 수 있는 경골 목구조를 채택해 설계를 진행하고자 했다.


작업하고 전시하는 갤러리 같은 집
건축주 부부는 생활보다는 작업이 우선되는 직업이었기에 10년 넘게 작업실을 따라 이사를 다녔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집짓기에서 우선했던 것은 바로 ‘그림’이었는데 집을 주거동과 작업동으로 나눠 주거동은 전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어 달라고 덧붙였다. 그 요구를 반영해 실내는 각종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벽으로 채웠다. 게다가 그림 촬영을 위해 최소화한 콘센트는 전부 무광으로 계획하고, 어디든 그림을 걸 수 있도록 실내 벽을 보강했다. 아울러 다양한 각도와 크기를 가지는 벽과 높은 층고로 공간의 답답함을 덜었다. 이로써 갤러리 같은 집이 탄생했다.
집을 짓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목적에 맞게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정적인 집에서 작업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건축주 부부, 두 사람의 풍요로운 일상과 예술적인 삶의 모습을 기대한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건축사사무소 고우건축과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스튜디오 더함을 개소한 후 2013년 건축사사무소 더함(ThEPluS Architects)을 설립하였고 2020년 상호를 조한준건축사사무소(JoHanjun Architects)로 변경했다. 클라이언트와의 밀접한 유대관계와 작업을 통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