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정상수치, ‘안전지대’는 없다… 당뇨정상수치 유지하려면?
- 공복 혈당 기준 당뇨정상수치 70~100mg/dL, 당신의 혈당 주소는?
- 2명 중 1명은 당뇨 위험군? 혈당정상수치를 위해 돌아봐야할 것들
최근 젊은 연령대에서도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 만성 대사성 질환이 호발하고 있다. 이들 질환은 대개 반복되는 습관으로부터 기인한다. 자신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자. 만약 건강한 습관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당뇨 안전지대’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뇨는 전형적인 만성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데, 대부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들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도 포함돼 있다. 심장질환, 뇌졸중, 신부전증, 시력 손실 등이 당뇨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대표적 합병증이다.
당뇨를 이해하려면 ‘혈당’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당뇨정상수치, 혈당정상수치는 어느 정도인지, 당뇨진단 기준이 되는 수치는 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혈당을 정상 범위 내에서 관리하려면 무엇을 가장 주목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30세 이상 63%가 당뇨 위험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당뇨 환자는 약 380만 명이다. 하지만 이달 초 질병관리청에서는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내용을 전했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약 2,200만 명이 ‘당뇨 위험군’에 해당한다.
비율로 따지면 약 63%, 2명 중 1명을 넘어 거의 3명 중 2명 가까이가 당뇨 위험군에 해당하는 셈이다. 당뇨 위험군이란, 현재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부터 당뇨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통계에서 확인한 당뇨 환자 380만 명이고 약 5만여 명을 제외하면 모두 30세 이상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하면, 약 1,800~1,900만 명 정도가 당뇨 전단계 등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아마 대부분은 ‘에이 설마 내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혈당정상수치를 넘는 위험군에 속하더라도, 그다지 눈에 띄는 증상은 없는 경우가 많다. 당뇨에 대해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는 근본적 이유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50대 이하에서도 당뇨가 상당히 흔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들 중 절반 정도만이 ‘나에게 당뇨 징후가 있다’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질병관리청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9월 초 ‘레드서클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혈관 건강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의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뇨 역시 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성 질환이므로, 캠페인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혈당의 개념과 혈당정상수치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혈당의 개념부터 다시 한 번 짚고 가기로 한다. 혈당은 피 속의 당분 농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혈액 내에 포도당이 얼마나 돌아다니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먹은 음식 중 탄수화물로 분류되는 것들은 대사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이들은 혈액에 섞여 혈관을 타고 이동하며 몸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남으면 간이나 근육 등 장기와 조직에 저장된다. 이로 인해 혈당 수치가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일이 생긴다.
혈당 조절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두 가지 호르몬, ‘인슐린’과 ‘글루카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둘은 일종의 시소 같은 관계에 있다. 음식을 섭취해 혈당 수치가 상승하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저장하도록 해, 혈당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글루카곤은 혈당 수치가 떨어졌을 때,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액 속으로 방출하게끔 함으로써 혈당 수치를 끌어올린다. 혈당정상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두 호르몬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혈액 속 포도당은 체내를 돌아다니며 에너지원으로 소모되므로, ‘언제 측정하느냐’에 따라 혈당수치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혈당정상수치를 판단할 때는 보통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으로 나눠서 측정하게 된다. 보통 공복 혈당은 70~100mg/dL, 식후 혈당은 140mg/dL 이하를 혈당정상수치로 본다.
공복과 식후, 각각의 혈당정상수치는?
공복 혈당은 글자 그대로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를 말한다. 일상적으로 말하는 공복과 같다. 혈액 검사를 위해 일정 시간 전부터 식사를 하지 않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복 혈당은 ‘8시간 이상’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다. 음식 섭취로 인해 혈당이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복 혈당은 ‘신체의 기본 대사가 이루어지는 동안의 혈당’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은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간에서 포도당이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공복 상태에서의 혈당정상수치는 70~100mg/dL이며, 100~125mg/dL 범위에 있을 경우 ‘당뇨 전단계’, 126mg/dL 이상으로 나오면 당뇨로 진단한다. 보통 건강검진 등에서의 혈액 검사는 공복 혈당만을 측정하게 되며, 여기서 당뇨 의심 증상이 나오는 경우 또는 전문가 판단 하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식후 혈당 측정을 권장하게 된다.
식후 혈당은 음식을 먹은 뒤 몸 안에서 포도당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측정한다. 인슐린이 적당한 수준으로 분비돼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대사 시스템이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식후 혈당은 보통 음식을 먹고 나서 2시간 이내에 측정한다. 식사 직후에는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며 혈당수치가 빠르게 상승한다. 이후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 조절 작용을 시작하는데, 2시간은 정점에 도달한 혈당이 다시 내려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시점이다. 즉, 정점까지 상승한 혈당이 어느 정도까지 내려갔는지에 따라 인슐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역할을 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식후 상태에서의 혈당정상수치는 2시간 이내 140mg/dL보다 낮게 나와야 한다. 140~199mg/dL 범위에 있을 경우 당뇨 전단계, 200mg/dL 이상으로 나오면 당뇨로 진단한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증상 관리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 식후 혈당 수치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정상치를 벗어난 혈당,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식습관은 혈당정상수치를 벗어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주범이다. 여기에 다양한 이유로 운동 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수면 부족, 수면 장애 등도 한몫을 한다.
건강한 식단에 건전한 생활 루틴을 가지고 있더라도, 유전적인 요인이나 기저 질환 등의 문제로 혈당이 정상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대부분은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와 수면 문제로 인해 혈당 이상을 겪는다.
특히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높여 혈당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몸은 언제든지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 방출하게 함으로써,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몸에서 긴급하게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코자 하는 자연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으로 인해 혈당수치가 높게 유지되는 문제가 생긴다. 혈당을 낮추려는 인슐린에게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혈당이 낮아지지 않으면 췌장은 인슐린이 부족하다고 인식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는 췌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혈당정상수치를 벗어난다는 것은 혈액의 당분 함량이 높은 상태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우선 면역 세포들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염증이 더 자주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 세균의 성장과 번식을 촉진하므로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혈관이나 신경의 손상 위험도 커진다. 망막에 영향을 미쳐 시력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고, 신장 기능을 떨어뜨려 신부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상이 모두 혈당정상수치를 벗어남으로써 시작된다. 혈당은 아차 하는 사이에 손쉽게 정상수치를 벗어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거나 고열량 음식 먹기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당뇨 위험군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타입이라 할 수 있다.
당뇨 전단계, 흔하지만 무시하면 안 되는 신호들
앞서 당뇨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당뇨 전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리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굳이 혈당 문제가 아니라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전신에 공급돼야 할 에너지원(포도당)이 혈액에 정상치 이상으로 머물러 있음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식성 변화, 또는 식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세포는 필요한 에너지원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므로, ‘에너지 부족’ 상태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뇌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이 늘어나며 더 많은 음식 또는 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게 된다. 혈당 조절 및 체중관리의 악순환이다.
빈뇨, 즉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는 것도 당뇨 전단계의 증상 중 하나다. 신장이 혈액 속 포도당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신장이 완전히 걸러내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신장은 잉여 포도당을 다시 배출하기 위해 보다 많은 수분을 끌어오게 된다. 이는 빈뇨를 유발하는 동시에 더 많은 수분을 섭취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일상적이고 흔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 최대 난제다. 만약 이들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인지한다면, 가급적 빨리 당뇨 관련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혈당 관리, 자신의 컨디션을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
혈액 검사를 통하면 혈당 관련 이상 여부를 곧장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이지만, 문제는 개인이 일상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매년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는다고 해도 1년에 한 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심되는 증상이 보인다면 본인이 먼저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액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 전단계, 혹은 당뇨에 해당하더라도 구체적인 혈당 수치에 따라 그 심각성은 달라진다. 가급적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와 관리가 더 용이해진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컨디션을 사려 깊게 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
시중에서 자가 혈당측정이 가능한 도구들을 구할 수도 있다. 건강관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런 측정도구를 사용해 본인의 혈당 변화를 직접 측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들은 본래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뇨 환자들이 매일 병원을 방문할 수 없으므로, 일상에서 보다 수월하게 자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엄연히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혈당이나 당뇨 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가 측정도구로 정확한 점검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부득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대략적인 참고 지표로만 삼도록 하는 편이 좋다.
최근에는 AI 등 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혈당 범위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혈당관리 도구가 상용화되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혈당정상수치, 되찾거나 유지하려면?
건강한 습관의 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반복해봤자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여러 요인 중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전해보려고 한다.
모든 원인을 함께 고려하며 개선해야겠지만, 가장 본질이 되는 요인은 스트레스다. 과식과 고열량식 섭취, 음주, 수면 장애 등 혈당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스트레스 푸는 법’을 두세 가지쯤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가급적이면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을 포함해서 서로 다른 성격의 활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는 몸을 ‘비상 상태’로 만드는 주범이다. 적당히 먹고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하더라도, 잘 자고 활기차게 살려고 애쓰더라도, 몸이 경계 태세를 풀지 않는다면 자원(에너지와 영양소)의 순환 자체가 어긋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익히 알다시피, 스트레스는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잊어버리거나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요인보다 다스리기 어려운 데다가, 체중이나 혈압, 면역력, 수면의 품질 등 다른 건강 지표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당정상수치를 회복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첫 번째 디딤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스트레스만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돼도, 그 다음은 한결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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