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 폭증
국내 관광 활성화에 제동
올해 설 연휴가 최장 9일간 이어지면서 정부는 내수 경기와 관광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호캉스를 즐기려는 이들도 발길을 해외로 돌리며 국내 호텔 예약률은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1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호텔의 설 연휴 예약률은 웨스틴 조선 서울이 70%,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64.7%로 전년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호텔신라는 전년 대비 예약률이 더 떨어진 상태다.
반면 웨스틴 조선 부산과 그랜드 조선 제주 등 일부 지역 호텔은 예약률 90%를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업계에서는 긴 연휴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약 두 배 이상 늘었다.
주요 여행지로는 일본(40%), 베트남(20%), 유럽(8%) 등이 꼽혔으며, 특히 일본과 베트남은 예약량이 1.5배에서 4배까지 증가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도 해외여행에 대한 높은 관심이 드러난다. 11번가는 임시공휴일 지정 직후 항공권 판매량이 57% 증가했고, 해외호텔 예약은 16%, 패키지 상품은 150% 늘었다.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설 연휴 해외여행 관련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국내 소비 활성화를 기대했던 정부의 목표는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국내 호텔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에는 평소보다 예약이 빨리 마감되곤 했지만, 올해는 긴 연휴로 인해 해외여행이 우선시되면서 국내 호텔 예약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단거리 여행지로 아시아를 택하고, 프리미엄 여행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유럽 등 장거리 여행지까지 다양한 해외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내 관광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서유럽과 동유럽까지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패키지 예약량도 크게 늘었다.
교원투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 장거리 여행 예약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는 긴 휴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설 연휴는 국내 관광보다 해외여행이 주목받는 명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높은 해외여행 상품과 긴 연휴의 시너지가 국내 관광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내 관광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