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의 카타르일기] "이태원 참사 떠올라" 카타르 WC 페스티벌, 밀치기+무질서 대혼란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조심해야 한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팬 페스티벌을 가려거든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울 수 있다. 페스티벌을 찾는 현지인 및 외국인 축구팬들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2022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수도 도하의 알 비다 공원 인근을 페스티벌장으로 만들었다. 페스티벌장 안에는 다양한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다. FIFA 스토어와 FIFA 뮤지엄을 비롯해 아디다스, 현대차, 카타르 항공, 코카콜라 등 공식 후원사가 마련한 대형 부스가 여럿 있다.
기자는 월드컵 개막일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에 이곳을 방문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에 ‘FIFA Fan Festival’을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곳이다. 우버 택시를 불러 이 위치를 찍었는데 택시는 목적지까지 갈 수 없었다. 인근 도로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택시에서 내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한참을 걸어갔다.
‘Welcome’이 적힌 거대한 입구가 나왔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외국인보다 현지인 비율이 높았다. 남녀비율은 8:2 정도였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입장 대기줄을 기다렸다. 하지만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보안요원들이 경관봉을 들고 큰소리로 지시해도 듣지 않았다.
또 다른 입구는 난장판이었다. 통제가 전혀 안 됐다. 바리케이드도 없이 보안요원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입구를 막았다. 그중 한쪽 끝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팬들은 소리 지르며 이 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순간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기자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 10월 29일 저녁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었다.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아 외곽으로 한참 걸어나왔다. 용산구청 근처에서 겨우 식사한 기억이 있다. 그날 참사의 아픈 기억이 카타르에서 불현듯 떠올랐다. 페스티벌에 동행한 기자에게 “이태원 사건이 떠오른다”고 속삭이자 “위험하니까 다른 입구를 찾아보자”며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미디어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이곳은 비교적 한산했다. 페스티벌 입장 AD카드를 따로 발급받아 입구를 통과했다. 행사장 안에 들어오니 질서가 없다는 게 또 느껴졌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사람으로 행사장이 붐볐다. FIFA 스토어 내부에서는 상품으로 진열된 축구공을 어린아이들이 드리블하며 놀았다. 직원들은 이를 보고도 지나쳤다.
행사장 내부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메인무대 앞이다. 디제잉 파티가 계속 진행되는데 무대 앞 인파 사이에 갇히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깊숙한 곳까지 가는 건 ‘비추’한다. 경기 시간대에는 이곳의 대형 스크린으로 해당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소매치기 위험도 있다. 카타르는 오후 5시만 지나도 해가 져 어둡다. 저녁 시간대에 행사장을 방문하면 가방과 바지 주머니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기자는 동료 기자와 돌아보며 서로 가방이 열려있는지 확인했다. 소지품을 챙기면서 즐겨야 한다는 스릴(?)이 가득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행사장 구역이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부 입구에만 비정상적으로 사람이 몰렸다. 자연스레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입구를 통과하면 넓디넓은 행사장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행사 부스를 찾아갈 수 있다.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개막한 이상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나라 팬들 사이에 시비가 붙을 수도 있다. 혼자 다니다가 길을 잃거나 소지품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 페스티벌을 즐기되 안전에 유의하며 좋은 추억을 쌓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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