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매석 적발해도 판매 강제 못해…‘이빨 빠진’ 물가안정법 손본다
이행강제금ㆍ과징금ㆍ신고포상금 신설 추진
압수물품 즉시 매각 특례도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정부가 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 금지 등 물가안정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선다. 위반 사업자를 적발하더라도 물품 판매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시장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구조적 한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제9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물가안정조치 실효성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현행 물가안정법은 △최고가격제 △긴급수급조정조치 △매점매석금지 등 세 가지 물가안정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최대 징역 3년ㆍ벌금 1억원의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최고가격제 위반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매점매석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이후 판매업체가 자발적으로 물건을 내놓기를 기다리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압수 물품의 유통도 제한돼, 주무부장관이 고발하면 경찰이 영장을 받아 압수하고, 검사 기소와 법원 재판을 거쳐 몰수 선고가 확정된 뒤에야 공매에 부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4월 주사기 판매업체를 단속해 85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5개 업체를 고발했지만, 물품이 시장에 신속히 공급되기까지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부의 자체 평가다. 매점매석 위반의 주된 유인이 경제적 이익 추구인 만큼, 형사처벌만으로는 불법이득 박탈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즉시 시행이 가능한 조치로, 수입ㆍ통관 단계의 매점매석금지 위반 단속권한을 관세청장에게 위임하는 물가안정법 시행령 개정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반물품을 처분한 경우에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기소 전 추징보전’을 적극 활용해 가액 추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법 개정을 통해서는 유통 강제 수단을 새로 도입한다.
긴급수급조정조치ㆍ매점매석금지 위반이 적발될 경우 처분명령을 부과하고, 이행기한이 지나도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계속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긴급한 공급이 필요한 경우 압수 물품을 법원 판결 전이라도 즉시 매각할 수 있는 매각특례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현재는 확정 판결 이후에야 공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장 공급 공백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경제적 제재 수단도 대폭 강화한다.
매점매석 등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부당이득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징금 부과 규정을 신설한다. 현재는 최고가격제 위반에만 과징금이 부과 가능하고 나머지 조치 위반에는 과징금 규정 자체가 없어 불법이득 환수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와 함께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도 신설해 민간의 자발적 감시를 강화한다. 신고자의 기여도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며, 향후 공익신고장려기금이 신설될 경우 이를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매점매석 위반의 근본 원인은 경제적 이익 추구인 만큼 형사처벌만으로는 억지력에 한계가 있다”며 “이행강제금과 과징금을 통해 불법이득을 철저히 박탈하는 동시에 수급불안 물품이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에 즉시 착수하고, 이행강제금매각특례과 과징금, 신고포상금 신설을 담은 물가안정법 개정은 오는 8월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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