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고한 대만 독립분자' 처벌할 것… 위험할 정도로 현실이 된 중국의 위협
중국 당국이 최근 '완고한' 대만 독립분자들을 형사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제보 전화를 운영하고, 분리 독립운동 단체의 '우두머리들'에게는 최대 사형의 형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대만을 향한 위협은 점점 더 위험할 정도로 현실이 되고 있다.
사실 대만인들은 이제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대만의 방어력을 시험하는 공중 및 해상에서의 도발도 이젠 일상이 됐다.
그러나 최근 대만 독립 지지를 범죄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중국에 있는대만인들뿐 아니라 대만 현지 주민들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대만 독립 지지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종신형,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다는 새 지침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 출신 한 사업가는 “출국을 서두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중앙 연구원’의 법학자인 첸위지에 교수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발언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젠 그 경계가 매우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측은 시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닌, “극소수 완고한 독립 분자들을” 향한 것이라며 2300만 대만인들을 안심시키고자 나섰다.
“대부분 대만 동포들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계심이 많은 대만인들은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발언을 시험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BBC는 중국 본토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몇몇 대만인들과 접촉했다. 곧 중국을 떠날 계획이거나 이미 떠났다는 이들 중 인터뷰를 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물론 실명을 밝히고 싶 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편 이 사업가는 “지금 하는 모든 말이 잘못 해석돼 신고당할 수 있다”면서 “이 새로운 법이 생기기 전에도 중국은 이미 신고를 장려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중국 당국이 '완고한' 분리주의자로 분류한 대만의 인사들을 나열한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이번 지침은 공식화됐다. 해당 웹사이트엔 해당 명단 속 인물이나 비슷한 성향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단서 및 범죄 정보”를 제보할 수 있는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의 성공적인 사례를 또 한 번 구현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해당 법에 따라 홍콩에선 정부를 비판하던 여러 국회의원, 시민운동가 및 평범한 시민들이 투옥됐으며,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은 박살 났다.
첸 교수는 중국 당국이 친대만 정서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해 “(대만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지침으로 인해 분명 중국에 거주하는 몇몇 대만인이 기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지침은 중국 전역의 모든 사법 기관에 전달됐습니다. 즉 해당 범죄로 더 많은 이들이 기소되길 원하니, 가서 찾아보라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
대만 출신으로 현재 마카오에 거주하는 한 남성 또한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늘 위협에 대비해 왔지만, 이번 중국 당국의 지침으로 인해 주변 지인들 또한 중국 도시에 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최근 몇 년간 마카오에서 애국주의 교육이 더 널리 퍼지면서 대만에 대한 발언 수위가 올라가고 있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강력한 동맹이 있는 대만은 중국의 ‘통일’ 계획을 거부하지만, 점점 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이 공언한 목표인 대만 점령의 타임라인을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아이폰 제조업체인 ‘폭스콘’, 첨단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 전자제품 대기업인 ‘에이서’ 등 대만의 기업들은 지난 30여 년간 중국이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해협 건너 더 밝은 미래를 좇아 많은 대만인이 중국의 이 같은 번영에 이끌렸다.
조이 추(가명)는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대만에 비하면 훨씬 크고, 짜릿하고, 국제 도시같았다”고 회상했다. 추는 상하이에서 10년 넘게 중국 전역의 클럽 및 공연장이 찾는 외국인 음악가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중국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자본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중심엔 중국의 그 어떤 도시에 비해 더 크고, 화려하고, 세련됐던 상하이가 있었다.
추는 “내 상하이 친구들은 베이징을 무시했다”면서 “베이징은 그저 북쪽에 있는 큰 마을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상하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최고의 레스토랑, 클럽, 가장 멋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전 스스로 시골 사람처럼 느꼈지만 빠르게 배웠습니다.”
그렇게 2000년대 말인 2009년,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무려 40만 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대만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그 수는 17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 상하이를 떠나 현재 타이베이의 한 의료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추는 “중국은 변했다”고 했다.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
추는 “나는 대만인”이라면서 “그곳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만인들이 대거 중국을 떠나게 된 배경은 수많은 외국인이 떠나게 된 이유와 비슷하다. 침체된 경제, 미국과 높아져 가는 긴장감,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갑작스럽고도 전면적인 봉쇄 조치로 인해 이들은 중국에 등을 돌렸다.
그러나 중국 내 대만인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을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기에 특히 국가적 탄압에 더욱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대만 고위 관리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반분리주의 법 위반을 포함한” 여러 범죄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대만인이 15명이라고 밝혔다.
2019년 중국 당국은 선전시에서 경찰관의 사진을 찍다가 적발된 대만인 사업가를 간첩 혐의로 투옥했다. 혐의를 부인했던 해당 사업가는 지난해 겨우 석방됐다.
지난해 4월엔 대만의 한 출판업자가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됐다. 출판업자는 여전히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살며 일했던 에이미 슈(가명)는 이제 출장으로도 중국에 가기 두렵다고 했다. 대만으로 돌아온 이후 슈는 홍콩에서 탈출한 이들이 대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비정부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슈는 “확실히 내겐 더 위험해진 시대”라면서 “(중국은) 2018년부터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자 감시카메라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해 곧바로 집 주소로 벌금 통지서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슈는 이렇게 광범위한 감시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된 명단에 오른 중국 방문객을 추적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업계의 억만장자인 로버트 차오(77)는 웃으면서 “아 물론 나도 그 명단에 있다. 나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강경 독립 지지자”라고 말했다. 차오는 대만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UMC)’의 창립자다.
차오는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나, 현재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 태국 심지어 싱가포르 방문도 피하고 있다.
차오가 처음부터 중국에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차오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한 최초의 대만 투자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국의 홍콩 탄압으로 인해 마음이 돌아섰다고 한다.
“홍콩은 너무나도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곳이었으나, 이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들은 우리(대만)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합니다.”
차오는 이번 중국 당국의 지침에 대해 “사실 이번 판결은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지침이 대만인들의 중국에 대한 저항심을 더욱 높이는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들은 이번 법이 저 같은 소수의 완고한 독립 지지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수많은 대만인이 독립을 지지하거나, 현상 유지를 원합니다. 결국 둘은 같은 거죠. 그래서 우리 모든 대만인이 범죄자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