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여행 왔다가" 깜짝 놀란 부산 만의 특이한 '주차 문화'

산 위에 뜬 ‘하늘 주차장’의 원리

부산 산복도로 옥상 주차장의 핵심은 “도로가 옥상 높이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산복도로가 중턱을 가로지르면서, 도로와 같은 높이에 있는 주택 옥상이 자연스럽게 차량 진입이 가능한 평면으로 바뀐 것이다. 좁은 골목과 계단으로 얽힌 산동네에서 별도의 부지 없이도 주차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말 그대로 지형이 만들어낸 부산만의 주차 문화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옥상 주차장의 관광 자원화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옥상 주차장을 주차난 해소 수단이자 관광 요소로 함께 활용하고 있다. 동구 초량·수정동, 중구 영주·보수·대청동, 서구 동대신·남부민동 등 산복도로 망양로 일대에는 바다와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 주차장들이 줄지어 있어, 일부 여행사·가이드북에서는 ‘하늘 주차장 포인트’로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옥상에 서서 전망을 감상하던 관광객에게 “지금 있는 곳이 옥상”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는 현지 여행업계 증언도 있다.

피란·난개발이 만든 산동네와 산복도로

이 독특한 구조 뒤에는 부산 근현대사의 그림자가 있다. 개항기와 한국전쟁 전후 피란민 유입으로 평지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도심 외곽 산비탈 중턱에 판잣집·달동네가 빽빽이 들어섰고, 이를 연결하기 위해 산허리를 따라난 도로가 바로 산복도로다. 이후 고도제한과 재개발 지연으로 고층 건물 대신 저층 주택과 옥상 공간이 남으면서, 이 옥상을 주차장·창고·카페 등으로 재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한편으로는 도시 난개발의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부족한 공간을 돌려 쓰는 산동네 주민들의 생활 기술이 응축된 공간이기도 하다.

“후진 잘못하면 낭떠러지” 안전 논란

문제는 상당수 옥상 주차장이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방송사 현장 취재에 따르면, 일부 옥상 주차장은 난간·벽체가 낮거나 아예 없고, 주차선조차 없는 곳도 많아 “후진 잘못하면 그대로 낭떠러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15년 부산의 한 목욕탕 옥상 주차장에서 택시가 4층 높이에서 추락한 사고, 주택가 옥상에 주차된 차량이 주행 중 난간을 뚫고 떨어진 사고 등 추락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 옥상’

지자체는 “개인 소유 건물 옥상에 안전시설을 강제할 법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일부 옥상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월 7만~10만 원을 받고 월주차장으로 쓰이는 등 사실상 불법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되지만, 이 경우 사고 책임은 대부분 운전자·건물주 몫으로 떠넘겨지는 구조다. 시는 산복도로를 관광 자원으로 홍보하면서도, 옥상 주차장 안전 정비 예산과 기준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지역 의회와 주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 또 다른 산복도로 풍경

옥상 주차장만큼이나 외국인이 놀라는 부산 산복도로 풍경이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168계단 구간에는 주민·관광객 편의를 위해 전국 최초로 주택가 계단을 따라 오르는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이 모노레일은 동절기(10~5월) 오전 7시~20시, 하절기(6~9월) 오전 7시~21시 운행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약 5분 만에 가파른 계단을 단숨에 오를 수 있어 ‘등산 대신 모노레일’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도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외국인 여행자들도 SNS 인증 사진을 남기는 명소가 됐다.

‘버스 드리프트’로 불리는 산복도로 버스 노선

구불구불한 급경사 산복도로를 오르내리는 시내버스 역시 부산만의 풍경으로 자주 언급된다. 산복도로 구간을 지나는 일부 노선은 헤어핀 커브와 급경사 구간이 연속돼, 바깥에서 보면 마치 버스가 측면으로 미끄러지듯 코너를 돌아 나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 때문에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부산 버스 드리프트’, ‘산복도로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실제 승객들도 “기사님 운전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코스”라며 놀라워한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학교 가는 길이 곧 등산로인 도시 지형

부산 산동네의 가파른 지형은 학교·대학 등굣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학산여고·동의대 등 일부 학교는 경사 30~50도에 가까운 언덕·계단을 넘어야만 교문에 닿을 수 있어, 방송·SNS에서 ‘등교=등산’, ‘학생 등정대’라는 표현으로 자주 소개된다. 동의대학교의 경우 캠퍼스가 산 중턱에 자리잡아, 교내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바로 인근 산책로·등산로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등교 시간에 등산복 차림의 주민과 학생이 뒤섞인 풍경도 흔하다.

채석장 절벽 옆 아파트, 부산형 랜드스케이프

승학산 옛 채석장 절벽을 끼고 지어진 사하구 당리동 아파트 단지 역시 부산 지형이 만든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대형 절벽을 그대로 뒤에 두고 아파트가 들어서, 단지 뒤편으로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이고 앞쪽으로는 계곡과 하천이 흐르는 배산임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낙석 위험이 지적되지만, 동시에 “도시와 산·절벽이 그대로 맞닿아 있는 풍경은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