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사업부문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규모를 확장하는 동시에 국민은행의 실적을 잠식했던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적자를 끊는 것이 급선무이다.
12일 국민은행 감사보고서를 보면 KB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KB프라삭은행·KB뱅크·KB미얀마은행·KB미얀마마이크로파이낸스 등 5개 해외법인의 지난해 합산 순손실은 2030억원으로 전년(1114억원)보다 큰 폭 증가했다. 2022년(5716억원)과 견줘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자폭이 크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올해 취임 직후 해외법인 적자를 지목하며 정상화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국민은행이 2022년 하나은행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것도 모자라 신한은행에게 순이익 기준 2위 자리를 뺏긴 것도 해외사업부문 적자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행장 취임에 앞서 KB금융 수장에 오른 양종희 회장 역시 해외법인 손익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 뒤 주력 해외시장인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은행 브랜드를 정비했다. 특히 지난해 12월26일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이재근 직전 국민은행장을 KB금융 글로벌부문장에 앉히는 승부수를 띄웠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적자가 누적된 KB뱅크의 흑자 전환이다. 국민은행은 인니 KB뱅크의 영업채널을 정비하고 부실자산 정리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KB뱅크가 지난해 12월20일 발표한 실적자료를 보면 자산건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작년 3분기 기준 위험대출비율은 24.54%로 △2021년 64.38% △2022년 49.23% △2023년 39.22%에서 확연한 개선을 시현했다. KB뱅크는 위험대출비율을 올해 15% 이하로 낮추고 정상여신을 20~25% 늘려 손익을 흑자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수기로 관리하던 업무 시스템도 데이터 전산화로 업그레이드 한다. 국민은행은 2021년부터 4년간 1000억원을 들인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을 올해 2분기 KB뱅킹에 도입할 방침이다.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과 오프라인 지점 등 다양한 영업 채널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다.
국민은행 해외법인 중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KB프라삭은행의 도약도 주목된다. 캄보디아는 KB금융 그룹 차원에서도 역량을 집중하는 주요 시장이다. KB프라삭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319억원으로 전년(1157억원)과 비교해 14.1% 성장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자회사 상무부로부터 현지 자회사 KB대한특수은행(KDSB)과 아이파이낸스리싱(iFL) 합병 최종인가를 받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합병법인은 리스와 대출사업을 통합하고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포함한 모빌리티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KB프라삭은행과 손잡고 카드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3~7일 캄보디아와 필리핀을 방문해 현지 당국 고위 인사와 면담했다. 내년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해외금융협력포럼을 위해 양국간 금융협력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뱅크 경영권을 2021년 9월 인수한 뒤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체질작업을 진행하는 일환으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과 경영권 인수 전 체결됐던 불합리한 계약을 정리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와 미얀마 현지법인의 실적 성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