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존재감, 메르세데스 벤츠 E200 아방가르드 시승기
메르세데스 벤츠 11세대 E200을 시승했다. 현행 시리즈 중 보급형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옵션에서 차이가 있지만 브랜드 특유의 주행성과 신세대 디지털화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전환기 시대에 오히려 적합한 모델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가장 존재감이 강한 프리미엄 모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200 아방가르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한국 시장에서 특히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선대 모델은 국내 최초로 수입차 단일 모델 20만 대 판매를 돌파하고, 8년 연속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에 올랐다. 한국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E클래스 세단 판매 1위로 자리매김했다.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냥 비즈니스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그만큼 제품과 마케팅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호사가들이 각종 악플을 쏟아내도 E클래스, 더 넓게는 메르세데스 벤츠 사용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그것이 차별화된 프리미엄 마케팅의 결과다. 그에 대한 다양한 비판 또한 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인류는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칭송 또는 향유했다. 지금은 그 틀이 달라질지 변곡점에 있을 뿐이다.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핵심 모델이다. 판매 대수만으로 본다면 BMW는 D세그먼트인 3시리즈가 가장 많고 메르세데스는 E세그먼트인 E시리즈가 중심이다. 두 브랜드가 프리미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사실은 이 두 모델을 중심으로 한 아이덴티티가 발현한 결과다. 그것을 배경으로 21세기 들어서며 라인업의 세분화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내연기관 시대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포트폴리오를 양산 브랜드들은 흉내 낼 수 없었다. A세그먼트부터 F세그먼트까지도 부족해 더 세분화해 셀 수 없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양산 브랜드들에는 없는 컨버터블과 4도어 쿠페는 물론이고 유럽 지역 외에서는 존재감이 높지 않은 왜건까지 라인업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모델은 세단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식으로 준대형으로 분류되는 E클래스가 가장 높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본국인 독일에서는 주로 컴퍼니카(한국식으로 법인용차)로 사용되지만, 한국에서는 좀 더 보편화된 오너드리븐카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을 사회학적 또는 인문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라는 틀 내에서는 그런 분석이 의미가 없다. 핵심은 성능이고 독창성이고 헤리티지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강고한 사용자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 떠드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큰 만큼 그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그것이 세상이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다.
현행 E클래스는 11세대다. 1947년 데뷔한 170V(W136)부터 계산하면 그렇다. 미디엄 클래스로 분류했던 W124부터는 6세대다.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는 5세대 모델부터 원조를 동원했고 지금은 11세대를 표방하고 있다. 그 사이 76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5년 이상은 생명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terior & Interior
디자인은 선과 면의 조합이다. E클래스는 11세대를 거치며 끝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면서도 선과 면, 그것을 바탕으로 한 라인과 실루엣은 메르세데스만의 것을 지켜왔다. 다른 강한 독창성이 100년만의 대전환이라는 화두가 지배하는 시대에 오히려 돋보이는 것이 역설적인 상황이다.
자동차 디자인을 표현하는 수많은 용어가 더 이상 의미 없는 시대다. 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가 없다. 그만큼 극에 달했다는 얘기이다. 11세대 E클래스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보다는 한 마디로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표현할 수 있는 형상이 중심이다.
그래도 베리에이션마다 디테일이 다르다. 그것 또한 세분화의 일환이다. 올 초에 시승한 AMG 라인과 오늘 만다는 E200 아반가르드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이런 문법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것이 효과를 본다는 것은 아직은 브랜드파워가 월등한 시대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측면에서는 세꼭지별 못지않게 측면 실루엣에서 나타나는 선의 흐름으로 메르세데스임을 주장하고 있다. 긴 보닛, 짧은 프론트 오버행, 약간 리어 캐빈이라는 원칙은 그대로다.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선대와 직접 비교하면 차이가 나는 것도 특징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10mm 길어졌고, 전폭은 300mm 넓어졌으며, 전고는 13mm 높아졌지만 5미터와 3미터 이내라는 수치는 지키고 있다.
플랫폼은 S 클래스, C클래스와 같은 MRA II.
인테리어는 EQS 등을 통해 선보였던 하이퍼 스크린과 운전석 앞에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형태다. 마찬가지로 베리에이션에 따라 디테일이 다르다. 콕핏의 중심은 2025년 출시 예정인 MB.OS의 선행 버전인 이 MBUX 슈퍼스크린이다. 센터패시아의 14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AMG와 달리 동승석 앞의 디스플레이는 없다.
현행 모델은 인터넷 화면으로 접속되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속도는 아니다. 다른 회사의 앱도 설치할 수 있다. 세팅을 달리하면 안녕 벤츠라는 키워드 없이도 음성 조작이 가능하다. 애플 카플레이 등을 연결하려면 정지 상태여야 한다. 디지털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경쟁 모델과의 차이는 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E/E아키텍처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차음 시설이 좋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승차감이 메르세데스답다는 점이 우선 다가온다. 물론 17개의 스피커와 730W 출력의 부메스터 4D서라운드 사운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운전석에서는 적당히 서 있는 A-필러와 메르세데스 특유의 느낌이 살아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8가지가 있다. 물론 국내 시장에 모두 들여 오는 것은 아니다. E200, E220d 및 E220d 4MATIC은 가솔린 및 디젤 4기통 터보차저 마일드 하이브리드 ISG 사양이다. E300e, E300e 4MATIC, E400e 4MATIC, E300de는 4기통 + 모터가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E450 4MATIC은 유일한 6기통(ISG 사양)이다. 모두 전동화됐다. 유럽산 모델답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이 절반에 달한다.
시승차는 E200 아방가르드로 1,999cc 직렬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6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최대출력이 약간 증강된 22ps, 최대토크 200Nm의 48V ISG(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채용되어 있다. 그만큼 파워를 증강하고 연료효율도 높다. C클래스에서 경험했던 엔진이다.
변속기는 9 G 트로닉, 구동방식은 뒷바퀴 굴림방식..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250rpm부근. 2리터 엔진이 이 정도로 낮은 회전수를 보이는 것이 이 시대 내연기관의 발전 수준을 보여 준다. 레드존은 6,8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레드존 직전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5km/h에서 2단, 90km/h에서 3단, 14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E300 4매틱과 기어비가 약간 다르다.
부밍음이 거의 없는 것은 같다. 차음 대책에 대해 감탄하면서 이래서 하이엔드 오디오가 빛을 발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A필러 부분의 마무리가 철저한 것도 기여한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상대적으로 가속감이 높지 않다. 초고속역을 자유롭게 달리는 아우토반에서 숙성된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주 이야기했듯이 이 정도면 필요충분하다. 실제 운전자들은 그런 고성능을 수치로만 느낀다. 특히 실내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이 시대의 사용자들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다만 메르세데스 특유의 거동은 변함이 없다. 9단 변속기와의 조화가 좋다. 100km/h 이하의 속도에서도 9단으로 시프트업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도 시프트히스테리가 없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 링크. 앞쪽은 정확히는 더블 위시본 기반의 멀티링크다. 이 등급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채용되어 있지 않다. 댐핑 스트로크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롤링은 충분히 억제되어 있고 다루기가 쉽다. 앞머리가 가벼워 위화감을 느낄 일도 없다. 그래서 승차감이 편안하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더 다가온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메르세데스답다. 즉답식은 아니지만, 원하는 만큼 반응한다. 상급모델과 달리 리어 휠 스티어링이 없다.
E200의 어질러티 컨트롤 서스펜션은 피스톤 속도에 따라 유압 경로를 2단계로 기계적으로 전환하여 저속에서는 더 부드러운 댐핑을, 고속에서는 더 단단한 댐핑을 제공한다. 전자제어식 댐퍼와는 또 다른 맛이다. 이런 차이를 구별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스티어링 반응도 날카롭지는 않지만 정확하다. 그래서인지 엔진보다 하체가 더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뒷바퀴 굴림방식 특유의 거동을 이해했을 때 그렇다. 그런 점에서 아우토반 출신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행성에서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상향 평준화됐다. 그럼에도 추구하는 특성에서의 차이는 있다. 지금은 거의 비슷한 스포티하면서 안락한 주행성을 보여 준다. 모델에 따라서는 드라이브모드로 그 차이를 체감하라고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 회전수와 사운드가 달라지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승차감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선입견 때문일 수 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승차감은 매끄러움이 더 강해졌다.
ADAS장비도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채용되어 있다. ACC(디스트로닉 +)를 ON 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후에 경고 메시지, 다시 10초 후에 경고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대 모델은 10초 후였으나 신형은 약 25초 후에 ‘비상 제동 기능이 작동된다’ 는 메시지가 뜬다. 그 상태에서는 감응식 스티어링 휠을 터치해도 다시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과거에 시승했을 때와 달리 오늘날에는 친환경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E클래스는 재활용을 원자재를 47%나 활용한 마이크로컷 극세사, 무염색 알파카, 울, 질량 수지 방식으로 처리한 소재를 사용해 기능성과 환경성을 높였다. 이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미래지향적인 차만들기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는 더 중요하다. 메르세데스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자들과 소통할지가 관건이다.
주요제원 메르세데스 11세대 E200 아방가르드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55 ×1,880×1,475mm
휠베이스 : 2960mm
트레드 앞/뒤 : 1,634/1,648mm
트렁크 용량 : 540리터
공차중량 : 1820kg
연료 탱크 용량 : 66리터
엔진
형식 : 1,999cc 직렬 4기통 DOHC 트윈 터보 가솔린
최대출력 : 204ps/6,100rpm
최대토크 : 32.6kgm/2,000~4,000pm
압축비 : 10+- 0.5
모터 최대출력: 23PS(17kW)
모터 최대토크: 205N・m(20.9kgf・m)
변속기
형식 : 9G트로닉
기어비 : 5.354/3.243/2.252/1.636/1.211/1/0.865/0.717/0.601/-/) R1 4.798
최종 감속비 : 2.82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25/55R18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방식
성능
0→100km/h 가속 : 7.5초
최고속도 : 240km/h
최소회전반경 : 5.8m
연비 : 12.4km/리터(도심 10.6/고속도로 15.7)
이산화탄소 배출량 : 138g/km
시판가격
6,990~7,480만원
(작성 일자 2024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