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를 다듬을 때 갈색 속껍질은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속살을 꺼내고 나면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보면 버리는 것과 쓰는 것이 뒤바뀐 셈입니다. 양파 속살보다 양파 껍질에 혈압과 혈관에 작용하는 핵심 성분이 훨씬 높은 농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양파 껍질 속 쿼세틴 함량은 속살 대비 수십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이 양파 껍질이 혈압과 혈관 건강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양파 껍질의 핵심 성분은 쿼세틴(quercetin)입니다. 쿼세틴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폴리페놀로, 혈관 내피세포에서 아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해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아산화질소는 혈관 벽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관을 넓히고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며, 이는 일부 혈압약의 작용 기전과 유사한 경로입니다. 또한 쿼세틴은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해 혈관 벽에 플라크가 형성되는 것을 줄이고, 혈소판 과응집을 억제해 혈전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을 낮추고 혈관을 청소하는 두 가지 효과가 같은 성분에서 동시에 나오는 것입니다.

쿼세틴이 혈관에 작용하는 원리
쿼세틴의 혈압 강하 효과는 여러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쿼세틴을 일정 기간 섭취한 그룹의 수축기 혈압이 대조군 대비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연구 규모와 섭취 방법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있어, 혈압약을 대체하는 수준의 효과로 과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식이 보조의 관점에서 꾸준한 섭취의 의미가 있습니다. 쿼세틴은 지용성 성분이라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양파 껍질차를 끓일 때 올리브오일 한두 방울을 첨가하거나, 볶음 요리에 껍질 우린 물을 육수로 사용하면 흡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양파 껍질에는 쿼세틴 외에도 식이섬유인 케르세틴 배당체와 캄페롤(kaempferol)이 들어 있습니다. 캄페롤도 플라보노이드 계열로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며, 혈관 내피 보호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파 껍질의 짙은 갈색이 짙을수록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경향이 있으므로, 겉껍질보다 색이 진한 내피 부분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파 껍질, 이렇게 활용하세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양파 껍질차입니다. 양파 껍질 2~3개 분량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 1리터와 함께 10~15분 끓인 후 껍질을 건져내고 그 물을 드시면 됩니다. 연한 황금빛 국물이 나오며 양파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납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양파 껍질을 함께 넣어 육수를 내는 방법도 간편합니다. 양파 껍질은 가능하면 국산 양파를 사용하시고, 잔류 농약이 걱정되신다면 베이킹소다 물에 5분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궈내시면 표면 잔류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컵을 꾸준히 드시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보세요. 혈액 응고 억제제를 복용 중이신 분은 쿼세틴의 항혈전 작용이 더해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도 과량 섭취는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매번 양파를 다듬고 나서 껍질을 버리던 손을, 오늘부터는 싱크대 옆 그릇에 모아 두세요. 버리던 것이 가장 값진 것이었습니다.
Copyright ©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사용 시 즉각 법적 조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