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병 역사상 전례 없는 ‘무교전 임무’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군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바로 총 한 발도 쏘지 않고 30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주민들의 생명을 구한 자이툰 부대의 활약이었다. 당시 미군과 연합군은 반군과 테러조직의 공격에 시달리며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지만, 한국군은 철저히 비전투 지원 임무에 집중했다.
‘재건과 평화’를 모토로 내세운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 병원, 학교, 도로, 상수도 등 생활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과 교육을 제공했다. 전투보다 평화적 지원에 무게를 둔 결정은 파병 역사상 이례적이었다.

“한국군은 무서운 군대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군대”
자이툰 부대의 전략은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그들은 총구 대신 의약품과 식량을 들고 마을로 들어갔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직접 치안 유지 활동까지 지원했다. 이라크 언론은 “한국군은 무서운 군대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군대”라며 연일 긍정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실제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아르빌은 다른 지역과 달리 테러 공격이나 대규모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관계 덕분이었다.

30만 명 구호, 그리고 의학적 기적
자이툰 부대가 가장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의료 지원이었다. 파병 기간 동안 부대는 무려 30만 명에 달하는 환자를 치료했다. 하루 평균 수백 명의 환자가 진료소를 찾았으며, 한국군 군의관과 의료진은 최첨단 장비와 약품을 동원해 치료를 이어갔다.
단순한 상처 치료에서부터 치과 진료, 산부인과 시술까지 제공해 현지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의료망 역할을 했다. 한국군 의료팀의 헌신 덕분에 많은 이라크 어린이와 여성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이는 자이툰 부대를 ‘의사 군대’라 부르게 만든 결정적 이유였다.

총 대신 책과 삽을 든 군인들
자이툰 부대원들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책과 삽을 들었다. 지역 학교를 보수하고 교과서를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상수도와 전력망을 복구해 주민들이 깨끗한 물과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와 교량 건설에도 참여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닦았다.
군대가 단순히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일으키는 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 주민들로부터 ‘형제의 군대’라는 호칭을 얻었다.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한국식 파병’
자이툰 부대의 사례는 국제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군과 다국적군이 주로 무력 진압과 전투 작전에 집중한 반면, 한국군은 ‘재건’이라는 틈새 영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유엔과 국제 NGO들은 한국군의 활동을 “군사력 대신 인도주의적 접근으로 지역 안정을 이끈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총 한 발 쏘지 않고 현지인의 지지를 얻은 점은 현대 분쟁 지역 파병의 새로운 모델로 거론되며 여러 나라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한국군 파병의 교훈과 유산
자이툰 부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3년 7개월 동안 이라크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총 1만 8천여 명의 장병이 순환 배치되었다. 그들이 남긴 교훈은 단순히 한 지역을 재건한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군사적 개입보다 신뢰와 협력, 인도주의적 접근이 장기적 평화 정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자이툰 부대의 경험은 훗날 대한민국이 국제 평화유지활동(PKO)와 재난 구호 활동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라크 아르빌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군은 친구이자 의사였다’는 기억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