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인데 희망 퇴직이요?"...11번가 직원들이 분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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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커스=김지수 기자]

쇼핑은 11번가에서~.

이 광고 외치던 때가 벌써 15년 전이다.

11번가는 옥션ㆍG마켓보다 늦은 2008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형 아마존'을 롤모델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11'과 관련된 이벤트 등으로 단숨에 온라인 쇼핑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7년에는 총 거래액을 기준, 기존 1위 사업자 G마켓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햇다. 이를 앞세워 11번가는 1년 후인 2018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여기에 SK스퀘어의 시대를 앞선 완성도가 높은 모바일 앱 등을 적극 활용하며 나선 결과 모바일 부문에서도 G마켓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했다.

2020년 11월, SK텔레콤은 "자회사인 11번가를 통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아마존과 협상하면서 11번가의 일부 지분에 대해 아마존이 투자를 하는 형식으로 11번가와 아마존 간에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SK텔레콤에서는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물건을 살 수 있고, 아마존 역시 추후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에 있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판매해도 문제 없는 (의류, 잡화 등) 상품임에도 일부 옵션품에 대해서만 구입할 수 없다거나, 특정 브랜드의 상품은 구입할 수 없는 등 11번가 나름대로의 제한이 존재한다.

11번가에서는 아마존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홍보와는 달리, 국내에 취급되지 않는 제품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떠한 언급이 없다.

어쨌든 모기업의 힘을 받으며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한때 오픈마켓 최강자 11번가에 희망 퇴직 바람이 불었다.

지난 2018년 G마켓을 제친 기쁨에 취한 11번가는 기한 내 IPO가 무산되면서 투자받은 5,000억 원을 모두 상환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까지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 지분 투자 협상을 진행했으나,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을 중단했다.

결국 매각 협상이 불발되면서 11번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한다.

안정은 11번가 사장.

11번가는 다음 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으며, 희망 퇴직 확정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 프로그램 시행으로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견고한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만 35세 이상이 희망 퇴직 나이의 기준이 된다면, 남은 80년 남짓한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직원들은 난감하다. 하루 아침에 골칫덩어리가 돼버린 직원들은 남아 있어도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지 않을까. 달랑 4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책정한 것도 직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른 유통사들도 희망 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최대한의 배려 흔적은 엿보인다.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GS리테일'의 희망퇴직 대상자는 77년생 이상의 장기근속자로 약 18개월치 이상의 급여와 학자금 지원 등을 회망퇴직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한 '롯데홈쇼핑'도 신청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된 직원이다. 이들에게는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된다.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8월 희망 퇴직 신청을 받은 '매일유업'. 희망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이외에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통상임금 18개월치를 위로금으로 받게되며 퇴직 후 2년 동안 경조사 시 물품을 제공받고 회사 측에서 재취업 교육도 지원한다.

또 이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지난 5월 퇴사 시 특별 보상금을 주는 '이직 지원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운영해 같은 경쟁 업체이던 '티몬'으로 이직한 직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륵으로 불리는 11번가의 마지막 운명은 결국 파산일까? 모기업의 대처에 눈길이 쏠린다.

jisukim@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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