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름 없는 도마뱀 한 마리

/김선준·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2026. 4. 3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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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7년 전쯤이었다. 크레스티드 게코라는 종으로, 다른 파충류가 충식(蟲食)을 하는 것과 달리 전용 사료만 공급해도 된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사람이 키우는 도마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와 삐죽삐죽한 ‘속눈썹’이 정말 귀엽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고민만 하며 도마뱀을 기르지는 못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전에 새끼 고양이를 잠시 기른 적이 있었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길러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는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오래 살지 못했다. 내가 잘 키우지 못한 탓일지도 몰랐다. 그런 죄책감을 오래 안고 지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 점도 컸다. ‘반려’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더라도 이 관계는 결국 반려인의 일방적인 선택에 의해 성립된 것이다. 설령 최선의 사랑과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다른 생명의 거주지와 생활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최근 늑구의 동물원 탈출 사건과 연결해 다시 곱씹게 되는 질문이다. 한 개체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음으로써, 해당 종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태계의 비대칭성과 상업화를 가속하는 데 기여하는 건 아닐까.

죄를 짓지 않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오히려 죄에 대한 유혹을 키우기도 하는 것처럼, 오랜 고민 끝에 몇 달 전 나는 결국 새끼 도마뱀 한 마리를 집에 들였다. 여전히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 것인지 일주일에 한 번은 도마뱀에 관한 꿈을 꾼다. 도마뱀이 케이지를 탈출해서 찾지 못한다든가, 침대 위로 올라온 도마뱀을 잠결에 깔아뭉갠다든가, 도마뱀이 갑자기 사람만큼 커진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미 반려 관계가 되어버린 이상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종에 대해 더 공부하는 것, 내 즐거움을 위해 개체와 환경을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 것, 그리고 도마뱀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 정도다. 어차피 이름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호명될 필요 없는 관계로서의 우리는, 아침저녁마다 서로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김선준·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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