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섭(문화비평 • 아르떼 숲 으뜸일꾼)
발달장애를 지닌 작가와 교류하면서 ‘아르브뤼 작가 선언’을 이끌어내고 그들 작품에 관한 글도 몇 편을 썼다. 하지만 알수록 어렵고, 깊어질수록 심해의 명징한 정경보다는 어두운 데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날 아침을 책상 앞에서 맞았고, 안면경련으로 얼굴을 부비며 다녀야 했다.
깊이 알지 못하면서 글을 쓰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르브뤼 작가의 작품을 두고 예사롭게 상대평가를 통해 상을 주는 공모전을 마땅찮게 여겨왔다. 마땅히 그들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했겠지만 결국 기성의 시각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한 입도 뗄 수 없는 게 아르브뤼 작가의 작품이다. 그들의 가족도 모르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나도 알지 못한다.

박태현 작가는 테이프로 그림을 그린다. 색깔이 단조로운 포장용 테이프가 그에게는 물감인 셈이다. 그럼에도 색감이 깊다. 테이프를 여러 차례 겹치고 겹쳐 붙여서 원하는 색을 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훈련이나 경험에서 비롯된 기교 이상의 경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이 없이 곧장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이는 박태현 작가가 지닌 매우 특별한 능력이다. 테이프를 붙여서 면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형태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환상적이다.
그의 작품은 아이슈타인 ・ 피카소 ・ 고흐 ・ 쿠사마 야요이 ・ 아이웨이웨이 등 유명인을 그린 것과 얼룩말 ・ 고래 ・ 물소 등 동물을 그린 것, 그리고 여행에서 경험한 열기구 풍경을 그린 것 등이 있는데, 인물 작품에서는 그 인물의 탐욕스러운, 혹은 고뇌하는 특징을, 동물이면 그 동물의 이미지가 지닌 특징을 절묘하게 끄집어내서 표현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튀르키예 앙카라에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에스레프 아메 간>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을 그린다. 붓 대신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서 하늘, 숲, 호수는 물론 물고기까지 그린다.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형태를 어떻게 알고 그릴까. 또한 형태도 없고 만져지지 않는 빛깔은 어떻게 알고 그릴까.
BBC와 CNN과 같은 방송은 ‘기적’, ‘신비한 능력’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그를 대상으로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일부는 인간에게 마음으로 보는 눈, 즉 심안(心眼, the eye of reason)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에스레프 아메 간>이 하늘, 호수, 숲의 색깔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일반이 지닌 육안은 없지만 일반보다 월등한 심안과 영안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흥미롭다. 영성 심리학자이며 ‘무경계’의 저자 <켄 윌버(Ken Wilber, 1949 - )>는 ‘앎의 세 가지 눈’이라는 개념을 설파하면서 이를 육안(肉眼, the eye of flesh), 심안(心眼, the eye of reason), 영안(靈眼, the eye of contemplation)으로 구분 지은 바 있다.
박태현 작가가 지닌 특별한 능력의 발원지도 윌버의 개념에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형태를 안에서 채워가다가 바깥에서 마무리하는 것, 먼저 면을 채워서 선을 이끌어 내는 것, 상대와 일상의 대화가 제한적인 그가 대상의 특징을 콕 집어내 그림으로, 그것도 테이프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난 그가 지닌 능력이다. 그의 작품이 지닌 수수께끼를 몸의 눈-> 마음의 눈-> 영의 눈이라는 세 개의 우물에서 풀어보고자 하는 까닭이다.
고래야 터키 가자

동화파랑새

물보라 2

소래포구

아담창조

어미새의 모정

영웅과 이순신

카파도키아사랑(전체)

피카소

화병

박태현과 친구들

박태현 작가

작가의 작업소개
“박태현 작가는 테이프를 뜯고 붙이는 반복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와 성장과정을 통한 사적 경험을 작업으로 담아낸다.”
박태현 작가는 색깔이 단조로운 포장용 테이프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는 물감인 셈이다. 그럼에도 색감이 깊다. 테이프를 여러 차례 겹치고 겹쳐 붙여서 원하는 색을 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의 특이한 것은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이 없이 곧장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형태를 안에서 채워가다가 바깥에서 마무리하는 것, 먼저 면을 채워서 선을 이끌어 내는 것, 상대와 일상의 대화가 제한적인 작가가 대상의 특징을 콕 집어내 그림으로 그것도 테이프로 표현해 낸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정신세계와 만화 속 세상에 대한 일관된 관심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점차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동물, 식물, 곤충 등으로 소재의 영역을 넓혀졌고 특별히 작가에게 여행은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몸짓으로 새로운 영감을 부여한다. 특히 관객 들 앞에서 ‘live taping(라이브 테이핑)’ 시연은 작가와 대중 간 소통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주)디스에이블드 소속작가
<활동내역>
2022년 인천문화재단 청년예술가 성장지원 선정
2013~14년 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 향유지원사업 선정
<개인전>
2023년 세 개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그림, 테이핑화가 박태현 전 (아르떼숲)
2022년 박태현과 친구들 네 번째 (토다의 집)
2019년 박태현과 친구들 세 번째 (대구 텀트리프로젝트)
2014년 박태현과 친구들 두 번째 (푸르지오밸리)
2013년 박태현과 친구들 첫 번째 (언오피셜프리뷰 갤러리)
<특별전>
2023년 우리가 사는 세상 PALETTE (소다미술관)
2022년 Dreamability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2022년 장애예술인 특별전시 (춘추관)
2022년 우영우의 고래 우리들의 고래전 (아르떼 숲)
2022년 아름다운 가치(더러미 미술관)
2021년 ACEP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021년 국제장애인 미술교류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스페이스 작)
2020년 발달장애인 청년 작가전 2020 (라메르)
2018년 고기리의 7인전 (일본 오미하치만 노마미술관)
2018년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문화의 달 초청인사
2017년 해피투게더 (학아재 미술관)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경기대회 특별전 (아시안게임선수촌)
2013년 평창동계 스페셜 올림픽 특별전 (알펜시아 컨벤션홀)
<수상>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수상
대한민국 회화 대상전 특선 수상
제1회 국민일보 아르브뤼상 수상
<아트페어>
2022년 장애인 아트페어 (양재A 전시관)
2021년 장애인 아트페어
2019년 오티즘 엑스포 (양재at 전시관)
<작품 소장처>
한국화랑협회 (황제), 아르떼 숲 갤러리 (쿠사마야요이), 소다미술관 (세븐 외 2점)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syyw03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