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아무나 못해도 완주는 모두에게 열려 있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공군 입대해 비행장 뛰면서 달리기에 흥미
늦게 시작했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며 배워
한 종목에 오버 안하는 밸런스 가장 중요
포기 않고 완주하는 삶 배울 수 있으면 충분”
스포츠 문외한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최강자로 거듭났다. 오영환 오클래스 코치(45) 얘기다. 그는 철인3종 국내 최강자다. 2004년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첫 완주로 입문한 뒤 지금까지 연령대별 170회 이상, 통합 100회 이상 우승했다. 철인코스(아이언맨코스, 킹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최고 기록은 2017년 코리아맨인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세운 8시간 53분 33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공군에 입대했을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오 코치는 “사단장 공관 관리병으로 배치를 받았는데 운전병하고 둘만 생활하다 보니 시간 날 때 달릴 수 있었다. 비행장 한 바퀴 달리면 5km였다. 하루 일과 끝나고, 주말에 달리면서 그 묘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
제대할 무렵인 2002년 친 동생의 제안으로 부산 오킴스 아쿠아슬론 대회 A코스(수영 1.5km, 달리기 10km)에 출전했다. 대학 수업 때 수영을 다시 배웠지만 3년 동안 하지 않아 사실상 초보였다. 군대에서 쌓은 달리기 실력만 믿고 출전했다.

“바다 수영은 스윔 슈트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죠. 그래서 사촌 형의 스킨스쿠버 슈트를 빌려 갔더니 안 된다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수영복만 입고 입수했죠. 출발부터 수경이 벗겨졌고, 자유형, 배영, 평영 등을 번갈아 하다 간신히 완영했죠. 달리기는 수영보다는 쉽게 완주했어요.”
2003년 복학해서는 매일 새벽 12~15km를 달렸다. 그는 “무언가 해야 했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쪄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라이프가드(수상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따며 수영 실력을 키웠고, MTB(산악자전거) 수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67kg이던 체중이 58kg으로 줄었다.
2004년 5월 강원 강릉 경포대에서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다. 오 코치는 “당시 수온이 섭씨 13도로 차가웠다. 그래서인지 수영이 1.2km로 짧았다”고 했다. 2시간 13분 57초 5위로 완주했다. 그의 철인3종 첫 완주다.

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허민호(35) 등과 팀을 만들어 훈련을 함께했다. 6살 때 철인3종에 입문한 ‘영재’ 출신인 허민호는 주니어 대표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무대에 오르며 한국 트라이애슬론 새 역사를 썼다. 허민호 외에 올림픽 무대에 선 한국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없었다. 허민호는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2회 연속 혼성 릴레이 은메달을 땄다.
당시 오 코치가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선수론 막내였다. “그냥 따라가며 배웠다”고 했다. 그즈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가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선수가 없어 오 코치도 운 좋게 실업팀에 입단하게 됐다. 그는 “일반 학생이 전문 선수가 된 것이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취미로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림픽코스가 아닌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km) 이상을 보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철인3종 프로선수로도 등록해 활약하고 있다. 그해 여주 그레이트맨 대회에서 8시간 55분 16초를 기록해 국내 선수론 사상 처음 9시간 미만 기록을 세웠다. 오 코치는 2024년 독일에서 열린 챌린지 로쓰 대회에서 8시간 56분 2초를 기록해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 최초로 9시간 미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아이언맨 인증 코치 자격증도 획득했다.

오 코치는 올 초 산악스키 국가대표로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산악스키는 스키를 타며 눈 덮인 산을 오르내리는 고강도 스포츠다. 대학 시절 겨울 스포츠를 즐겼던 경험이 있어 선발전에 나갔고, 철인3종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참가 종목이 혼성계주였는데 여자 선수가 대회 직전 다치는 바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대회 조직위의 선처로 혼자 뛸 기회를 얻었다.

오 코치는 대학 시절 스노보드 프로 자격증에 도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스노보드가 그나마 제가 가장 잘하는 스포츠였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테니스 당시 마지막 기문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스노보드 타며 뼈 골절을 4회 당하는 등 부상도 많았다. 그래서 “이러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에 스노보드를 포기하고 철인3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다음은 오 코치가 보는 철인3종에 대한 생각이다. “철인3종의 핵심은 밸런스입니다. 세 가지 스포츠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합니다. 한 종목에서 오버페이스 해버리면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철인3종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삶’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 자신의 삶에서도 ‘완주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1등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재미가 아니지만, 완주의 재미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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