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에임과 키보드의 조화로 빚은 리듬, '에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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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게임만큼이나 규칙이 단순하면서도, 개인차가 나는 장르도 드물 겁니다. 리듬에 맞춰 나오는 노트대로 버튼을 두드리거나 누르는 아주 심플한 장르지만, 그 노트를 처리한다는 게 말은 쉽지만 몸이 쉽게 따라오질 않으니까요. 물론 어느 정도 적응되거나 혹은 흔히 말하는 '고인물' 정도가 되면 숨 쉬듯 자연스럽지만, 음악의 '음'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죠. 혹은 음치나 박치거나 음악에 관심 없어서, 반사신경이 느려서 수도 없이 내려오는 노트의 파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좌절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리듬 게임을 개발하며 인지도를 쌓은 개발사 외에 인디 혹은 중소 게임 개발사에서는 리듬 게임에 흥미는 보이지만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다가가지 못했던 유저층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눌러야 하는 버튼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서 캐릭터 게임으로서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전개했죠. 혹은 다양한 음악을 선곡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서 스토리와 무드를 페어링, 팬들의 가슴에 남는 시리즈가 되는 방향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대만의 인디 개발팀 이매니티가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내세운 '에스텔라'는 이러한 방향성을 또 다른 형태로 풀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8개의 라인이 중앙의 콤보 카운트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노트가 떨어지는 라인을 보고 그 라인에 마우스를 댄 뒤에 키보드를 눌러야 비로소 처리가 되는 그런 게임이죠.

PC 리듬 게임은 일반적으로 키보드나 혹은 컨트롤러, 패드를 사용해왔던 만큼 마우스가 가미된 '에스텔라'는 지난 8월 BIC에 출전했을 당시에도 많은 리듬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BIC 취재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기 전에 잠깐 해보려고 하다가 기차 시간 때문에 결국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던 게 사뭇 아쉬웠죠. 색다른 리듬 게임을 바라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조작법이 추가되면서 새로운 채보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안 그래도 정신이 없게 쏟아지는 노트에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 더해지면 멀미가 나지 않을까 우려도 됐습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선보인 '에스텔라'는 조금 달랐습니다. 마치 운전대를 직접 잡고 운전하는 사람이 멀미를 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실 '리듬'이라는 요소를 잠깐 제외하고서 곰곰이 생각하면, 마우스로 에임을 맞추는 방식 자체는 이미 게이머들이 즐긴 슈팅 게임에서 많이 나온 방식이라 친숙합니다.

마우스 커서를 노트가 나오는 라인에 에임을 맞춘 뒤, 키보드로 눌러야 처리가 된다 ©INVEN
다만 마우스 에임을 맞추고 클릭만 하면 되는 슈팅 게임과 달리, 마우스로 에임을 맞춘 뒤에 키를 또 눌러야 해서 조금은 낯설긴 하죠. 그리고 네모난 노트가 나오는 게 좀 다르지만, 빠르게 나타나는 도형들을 처리한다는 그 개념은 에임 랩 같은 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나와서 조금만 익숙해져도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그저 마우스 조준-키보드로 쏜다는 감각만 익히고 나면 다른 리듬 게임에서 중급 이상 난이도에서 악전고투하던 실력으로도 나름 그럴싸한 플레이가 가능했거든요.

토폴로지처럼 마우스 에임 개념을 슈팅 게임에 빗대어서 적응하는 것 역시도 어떻게 보면 개인차가 있는 부분입니다. 리듬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유저층과 슈팅 게임 유저층이 그렇게 많이 겹치지도 않으니 모두가 다 빠르게 적응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에스텔라는 또 다른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몇몇 음악 게임들처럼 노트를 다 놓쳐도 그냥 끝까지 게임 오버 없이 완주는 시켜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더 나아가 '배드' 판정마저도 콤보에 넣어주는 후한 인심을 보여준 것이죠.

하 씨 콤보 놓쳤네 싶었지만 이거를 콤보로 인정? 어쨌거나 살았다 휴 ©INVEN
사실 리듬 게임을 조금 코어하게 하면 풀콤보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냥 라이트하게 찍어 먹는 유저 입장에서는 그 풀콤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게 생각보다 압박감이 세거든요. 그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과정을 한 번 겪어보면 좀 달라지지만, 그걸 안 겪어본 입장에서는 그저 두려움이 앞서죠. '카타르시스'라고 말한 것처럼, 그냥 쉬운 난이도에서 풀콤보하는 그런 걸로는 도통 해소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에스텔라는 과감하게 배드 판정도 콤보 처리를 해주고, 그 배드 판정도 굉장히 느슨해서 보통은 미스가 뜰 법한 것도 어지간하면 배드는 띄워주는 식으로 보정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어려운 곡도 어찌저찌 따라가면서 풀콤보의 쾌감을 말석에서라도 즐겨보게 했죠.

물론 누구나 풀콤보가 쉬우면 변별력이 없을 테니 그에 대한 보완 장치도 확실합니다. 배드, 그리고 그 위에 그레이트까지는 판정이 조금 후하지만, 퍼펙트 판정은 상당히 빡빡하죠. 그리고 중간중간에 칼같이 처리해야만 배수로 터지는 크리티컬 노트도 추가, 한 끗 차이를 겨루는 고수들의 니즈도 충족시켰습니다. 아울러 조작법도 에임 방식의 묘를 살려서, 아예 그 노트가 있는 방향으로 커서를 돌리면 안 되는 특수 노트들도 넣었습니다. 그래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마구잡이로 난타하다가 얻어걸리는 게 아니라, 리듬을 타면서 좀 더 집중하게끔 유도했죠.

보라색 노트는 칼같이 정확히 치면 크리티컬이 적용,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INVEN
아예 건드리면 안 되는 빨간 노트들도 중간중간 등장, 에임도 조심스럽게 잡아야 한다 ©INVEN
다만 스토리 모드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스토리를 보기 위한 도전의 느낌으로 접근한 만큼 계속 미스를 범하면 게임 오버가 되게끔 했죠. 화면 하단에 마치 아케이드 게임처럼 HP 표시를 해두고, 미스가 여러 번 터질 때마다 하나씩 깎아나가면서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보통 리듬 게임은 삐끗하다가도 콤보를 시작하면 그런 게이지들이 잘 차는 편이지만, 에스텔라의 스토리 모드는 그 게이지가 잘 안 차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조작법 특성상 동시에 여러 노트를 같이 눌러서 처리하는 조작은 무조건 안 나오니, 그 경우의 수를 배제하고 플레이하다 보면 노트 암기는 그나마 쉬운 편이었습니다.

'에스텔라'는 스팀 페이지에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 체험판부터는 한국어가 지원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스토리 모드는 아직 감을 잡기는 어려웠습니다. 황금 혜성을 찾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라고 스팀 페이지에 게재가 되어있고, 그 소녀가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몽환적인 음악과 일러스트 그리고 종종 레트로 감성이 드는 3D 그래픽으로 게임 내에서 표현하긴 했습니다. 다만 스크립트가 많이 비어있어서 그 맥락은 미처 알기 어려웠죠.

어느 날 갑자기 몸이 투명해지고 있는 소녀 엘리나가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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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혼란스러운 기억을 추스르고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살렸다 ©INVEN
여타 모드와 달리 스토리 모드는 HP가 있고, 0가 되면 바로 실패한다 ©INVEN
스토리 모드 외에도 프리플레이 모드도 볼륨이 아직은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곡의 수가 적고, 난이도 분포도 들쭉날쭉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리듬 게임 초보가 갑자기 도전하기엔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한 번 해보고 나면 이런저런 보완 장치가 잘 설계되어서 초보도 중급 난이도 이상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걸 알 수는 있지만, 사전 정보도 없이 그렇게 덜컥 발을 내밀기는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초보를 위한 다양한 고민과 색다른 조작법에 대한 시도, 그리고 몽환적인 세계관까지 그려내고자 한 '에스텔라'는 리듬 게임에 흥미가 있는 유저라면 한 번 지켜볼 만한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종료된 지금도 체험판이 열려있으니, 한 번 직접 그 리듬을 체험해보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체험판에서는 스토리 모드 이후 해금한 곡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IN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