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년 동안 아들에게 걸었던 수십 통의 전화는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은 채 차가운 기계음으로 끊겼다.
서운함에 가슴이 베인 나는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며 홀로 야속한 마음을 달래며 세월을 버텼다.
어느 날 밤 낯선 번호로 찍힌 화면을 보고 반사적으로 받자 수화기 너머로 아들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은 내가 사준 중고 차를 몰고 해외 출장을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떨리는 음성과 숨소리는 무언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나는 무작정 아들이 자취하는 오피스텔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마주한 모습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환자복을 입고 여윈 얼굴로 나를 맞이한 아들의 방 한구석에는 수많은 병원 입원 봉투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큰 병에 걸려 투병 중이던 아들은 어미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일부러 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던 것이다.
홀로 고통을 견디며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신음하던 자식의 진실을 확인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어미의 마음도 모르고 차단당했다고 오해하며 야속해했던 지난날의 내 무지함이 지독하게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아들은 눈물을 흘리는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불효를 용서해 달라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나는 자식을 품에 안고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며 이제는 절대로 혼자 아파하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통화를 마친 뒤 거실 창문을 바라보며 자식이 숨겨왔던 홀로서기의 아픔을 가만히 새겨보았다.
나를 향한 배려 뒤에 숨겨진 깊은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던 어미로서의 미안함이 가슴속 깊이 밀려왔다.
나는 아들이 챙겨준 약봉지를 식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며 녀석의 건강만을 간절히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