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여행기자·77세 인도 배낭여행자가 전하는 여행의 의미 [여책저책]
전통적으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책 읽기 좋은 날씨 덕분이죠.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 분위기는 더욱 달궈진 모양새입니다. 비록 ‘한강 작가’와 관련한 열풍일 뿐 전체 출판계까지는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지만 워낙 ‘독서하지 않는 한국’이었기에 이마저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책저책은 여행의 구미를 당길 여행 에세이 두 책을 소개합니다. 여행이 직업인 16년차 여행기자의 ‘조용한 여행’과 77세의 나이로 인도에 배낭여행을 떠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승표 | 어떤책
- 여행지에 책 한 권은 꼭 챙겨 간다.- 도시의 활기참보다 자연의 고요함이 좋다.- 여러 곳에 짧게 들르기보다 한곳에 오래 머물기를 좋아한다.- 좋은 게 넘치는 기쁨보다 나쁜 게 적은 편안함을 선호한다.- 경유 비행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나고 싶다.- 때론 카페 하나를 목적지로 삼고 떠난다.- 여행의 순간을 SNS 에 실시간으로 남기기보다 종이 위에 글로 쓰기를 좋아한다.
그가 말하는 ‘조용한 여행’이란 정적인 풍경, 차분한 분위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달리기, 스키, 스쿠버다이빙 같은 격정적인 운동이나 익스트림 레저를 하는 가운데에도 ‘조용한 여행’은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경북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마주한 공중의 적막, 오직 삭삭, 슝슝 눈을 헤치고 나가는 소리만 작게 메아리쳤던 일본 니가타현의 야간 스키장. 뿐만 아니다. 조용한 여행은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중계하는 대신 속으로 곱씹거나 가만히 묵히는 태도 또한 포함한다.
이 얘기와 함께 ‘조용한 여행’은 6장으로 나뉜다. 1장 ‘수면제 없는 고요한 밤’에서는 귀가 예민한 여행자들에게 절실한 고요의 순간을 전한다.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잠자리에 든 스위스 고산 호텔에서의 밤, 미국 데스밸리국립공원에서 올려다본 밤하늘 등이 여기 속한다. 2장 ‘비대해진 자아를 잠재우다’에는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자연의 순간이 담겼다. 혹등고래, 오로라, 유빙, 야생 코끼리를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씨 | 바른북스
유별나다할 만큼 이름에 대한 뒷얘기는 사실 더 있다. 저자는 강원도 외진 산골, 빈집 문간방 하나를 얻어 2년 넘게 살았다. 그는 처음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 이 씨라고 인사를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이씨라 여기기 시작하면서 다소 서먹했던 거리가 좁혀지고, 오래전부터 같이 살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그러나 이씨 속에서 이 씨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쉽고 편안함이 삶의 전부가 아닐뿐더러, 무리에 매몰되면 개체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기도 했다.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체가 무엇이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름은커녕 그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민망하게 느껴졌다는 저자는 글쓰기만은 이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이 씨로 사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행이란 무엇인지, 여행은 왜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려 시도했다. 여행자들은, 낯선 사람들과 만남, 다양한 문화 경험, 역사적 현장이나 유적지 순례, 익숙하지 않은 음식 체험 등을 통해 확장된 시야와 깊어진 사고,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힌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익숙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여행의 정의가 인도로 그를 발걸음하게 했는지 모른다. 자신을 정화하고, 쌓인 업을 하나씩 허무는 의식을 치르기에 인도만큼 적절한 장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화장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늘 같은 생각을 했다고 전한다. “어떻게 하면 잘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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