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살린 단월중 이태곤 감독 “원석을 보석으로 키워야죠”[우수중 초청 인제 야구]

김세훈 기자 2024. 5. 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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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월중 이태곤 감독이 강원도 인제야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인제| 김만석 선임기자



경기 양평군에 있는 12개 면 중 11번째로 작은 단월면에 단월중학교가 있다. 여자 축구와 남자 야구부가 2012년 나란히 창단됐다. 학생 수급이 힘들어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체육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면서 되살아난 학교다. 현재 전교생은 100명 안팎이다. 그중 60명 안팎이 학생 선수들이다.

단월중 야구부 이태곤 감독(45)은 최근 제2회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스프링캠프가 열린 강원도 인제에서 “학교처럼 학생들도 세컨드 찬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보면 내 생각이 난다. 감독으로서 원석 같은 학생들이 보석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배재고-홍익대를 나와 프로야구 KIA에 신고선수로 들어갔다. 이 감독은 “7개월 정도 하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군대에 갔다”며 “내가 너무 일찍 그만두고 군대를 가는 바람에 다른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가 왔지만 응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해볼 걸, 조금 더 버틸 걸이라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제는 지도자로서 학생 선수들을 나와 같지 않게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단월중 이태곤 감독(왼쪽)이 지난 4일 강원도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2회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스프링캠프 양산BC와 경기 중 구원투수 최시현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icando@kyunghyang.com



단월중 야구부는 2년 전 팀내 불화로 선수단이 대거 이탈하면서 해체 위기에 몰렸다. 당시 남은 학생은 겨우 3명뿐이었다. 이 감독은 팀을 되살리기 위해 2022년 6월 부임했다. 이 감독은 “대전, 철원, 구미, 춘천, 인제 등 100곳이 넘는 리틀 야구부를 방문하면서 선수들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학생 선수들을 한명씩 한명씩 모아가면서 지금 24명 정도로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단월중은 훈련환경이 무척 좋은 편이다. 이 감독은 “야구장 3개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며 “인조잔디구장, 조명시설, 실내연습장도 완비됐고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수영장, 헬스장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동계 훈련을 타지로 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이 감독은 “학생 선수들이 전교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최지애 교장 등 교사들의 애정과 관심도 크다”며 “학생들을 잘 지도할 뿐만 아니라 후원금을 모아주시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단월중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7년 동안 서울에서 리틀야구팀을 지휘했다. 이 감독은 “서울에서 팀을 운영하면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월에서는 집중력 있게 충분히 훈련할 수 있고 좋은 시설을 맘껏 쓸 수 있어 학부모 경제적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단월중 전유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2회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스프링캠프 양산BC와 경기에서 힘차게 타격하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icando@kyunghyang.com



단월중 야구부는 훈련량이 무척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학생 선수들은 학교 정규수업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해 오후 훈련, 야간 훈련까지 소화한다. 이 감독은 “야구부 부흥을 이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 윤이빈 코치, 학생 선수 모두 힘든 훈련을 버티고 있다”며 “서로 경쟁하고 성장하는 분위기, 열정만큼은 전국 최강”이라고 말했다.

단월중은 이전 팀에서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 여러 이유로 전학이 불가피한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감독은 “이들을 보면 내 어릴 적 모습이 생각한다”며 “나도 그 나이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리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중학생 시절은 지도자가 잘 가르치면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며 “학생들이 세컨드 찬스를 잘 살려 보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단월중은 아직은 약체에 속한다.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도 경기 대회 8강이다. 이 감독은 “이종욱, 손시헌 등도 방출된 뒤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라며 “이들처럼 뛰어난 선수로 거듭난 우리 야구부 학생들과 함께 언젠가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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