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0억에도 안 붙잡은 이유 있었네".. 기아 김범수, 1아웃도 못잡고 무너져

기대를 안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20억 좌완 김범수의 데뷔전은 충격적인 부진이었다.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5점 차 리드가 순식간에 2점 차로 좁혀졌고, 이게 KIA 역전패의 시작이었다.

KIA는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주도한 쪽은 KIA였다.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6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고, 타선도 해럴드 카스트로,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이 활약하며 7회초까지 5-0으로 앞서나갔다.

이범호 감독은 7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했다. 마운드에 오른 건 올 시즌 3년 20억원에 영입한 좌완 김범수였다. 기대했던 건 깔끔한 이닝 정리였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 고명준에게 안타. 최지훈에게 안타. 순식간에 무사 만루. 이동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찾아 김범수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반전은 없었다. 김범수는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성영탁은 김범수가 남긴 주자들을 전부 불러들였다. 조형우 1타점 진루타로 5-1, 김성욱 타석에서 포일 득점으로 5-2, 대타 오태곤 1타점 적시타로 5-3. 5점 차가 2점 차로 좁혀졌다.

8회 셋업맨 전상현이 나섰다. 1사 후 최정을 사구로 내보냈지만, 김재환과 고명준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유일하게 불펜에서 자기 몫을 해냈다. KIA 타선은 9회초 박정우의 1타점 내야안타에 힘입어 6-3으로 달아났다. 여기까지 KIA의 승리 확률은 95.7%였다.

9회 정해영·조상우 — 연쇄 붕괴

9회말 마무리투수 정해영 등판. 선두타자 최지훈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조형우는 삼진으로 잡았지만, 안상현에게 2루타를 맞아 1사 2·3루. 여기서 또 오태곤이 나섰다. 정해영의 슬라이더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2타점 적시타. 6-5 턱밑 추격.

계속된 1사 1루. 정해영이 다음 타자 박성한에게 초구 볼을 던지자 KIA는 조상우로 교체했다. 예상치 못하게 급히 올라온 조상우는 결국 볼넷을 내줬다. 1사 1·2루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좌전 적시타로 6-6 동점. 최정 볼넷으로 1사 만루. 다음 김재환 타석에서 조상우의 초구 포크볼이 폭투가 되면서 3루주자 박성한이 득점. 6-7. 끝내기 폭투 패배.

시범경기까지는 완벽했다

김범수는 시범경기까지는 완벽했다. 4경기에서 3홀드 평균자책점 0.00. 3⅓이닝 동안 볼넷 1개, 탈삼진 3개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필승조 핵심 자원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2015년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2025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고, 지난해에도 72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불펜 강화를 위해 KIA는 시장에 나온 김범수와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54억 투자한 불펜이 전부 무너졌다

KIA는 올해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핵심 타자 최형우(삼성)와 박찬호(두산)가 빠진 공백을 보강하지 못했고, 국내 선발투수들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펜은 KIA가 그나마 겨울에 투자했기 때문에 걱정의 대상은 아니었다. 김범수를 비롯해 홍건희(1년 7억원)를 외부에서 데려왔고, 내부 FA 조상우(2년 15억원)와 이준영(3년 12억원)을 단속했다. 4명에게 쓴 금액만 54억원이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태양과 보상선수 홍민규까지 가세해 '오히려 불펜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상현을 제외한 필승조가 모두 무너졌다. 김범수의 흔들림에서 시작된 연쇄 붕괴. 정해영의 마무리 실패. 조상우의 끝내기 폭투. 다 잡았던 개막전을 스스로 내주고 말았다. 국내 선발진의 약세를 고려하면 적어도 네일과 아담 올러가 등판하는 경기만큼은 잡고 가야 한다. 그런데 개막전부터 필승조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런 어이없는 패배는 보통 연패로 이어진다. KIA가 개막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