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험노출액만 28조원… 증권사 뜨거워진 뇌관 [추적+]

강서구 기자 2023. 11. 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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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증권사 PF대출 연체율 빨간불
증권사 2분기 연체율 17.28%
6개월 새 6.9%포인트 치솟아
PF대출 부실 뇌관 된 증권사
선제적 조치에 괜찮다는 정부
PF대출로 배불린 국내 증권사
4년간 뿌린 성과급만 8500억원
부동산 시장 살아나야 하지만
고금리‧경기침체에 전망 어두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손을 미리 쓰긴 했지만 연체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 2분기 기준 연체율이 17.28%를 기록한 증권업계가 걱정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30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실적 부진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PF대출 부실 가능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 중 하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다. 한번 터지면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권의 뿌리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에 이른다. 업권별로는 보험사와 은행이 각각 43조7000억원, 43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여신전문업체는 26조원, 저축은행은 10조원, 증권사는 5조5000억원 등이었다.

규모도 크지만, 더 주목해야 할 건 연체율이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PF대출 연체율은 2.1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1.19%) 대비 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업권별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은행의 연체율은 0.23%, 보험사는 0.72%, 상호금융은 1.12%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여신전문업체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각각 3.89%, 4.61%로 높았다.

가장 심각한 건 연체율이 17%대까지 치솟은 증권사다. PF대출의 '부실 뇌관'이 증권사에서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증권업계와 정부는 부실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 5월 증권사가 보증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1조8000억원 규모)을 시행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들어간 데다 위기가 일부 증권사에 국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PF대출 연체율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연체율이 둔화하고 있고, 증권업계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안심할 만한 상황인 것도 아니다. PF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희석되려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2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의 PF대출 익스포저는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사진=연합뉴스]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만기 연장 등의 조치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부실이 되레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8조4000억원(6월 말 기준) 중 채무보증잔액은 2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PF대출을 받은 시행사가 돈을 변제하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대신 갚아야 하는 금액이 23조원 수준이란 얘기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두가지 관점에서 증권사 PF대출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왜 증권사의 연체율만 유독 높으냐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PF대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돈이 필요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PF대출 수익은 주요 증권사 투자금융(IB) 부문 수수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증권사가 PF대출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직원들에게 뿌린 성과급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9곳(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증권·키움증권·KB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KB증권·NH투자증권)이 지난 4년간 PF대출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8510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권사가 돈벌이 수단으로 PF대출을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PF대출은 고금리 기조에서 부메랑이 됐다. 치솟는 대출금리와 부동산 시장 부진에 돈을 갚지 못하는 건설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둘째, 증권사의 PF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자금시장이 경색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 우려가 커지면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는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건설사엔 악재 중 악재다.

이 위험은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폐업신고를 한 건설사가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종합공사업)는 479곳에 달했다. 2021년 272곳 대비 76.1%(207곳) 늘어난 수치다. PF대출 부실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해 302곳과 비교해도 58.6%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건설사의 줄폐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정부가 내놓은 PF대출 정책은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거나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게 대부분이어서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 매매수급은 정체돼 있고, 청약시장에선 미달이 발생하고 있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내년에도 PF대출 이자부담으로 인한 밀어내기식의 분양으로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PF대출 우려는 현재 진행형인 리스크"라며 "제2금융권 모두 PF대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에서 문제가 터지면 위기는 금융권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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