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부산고등학교 박찬엽

밝고 당찬 아이

추운 겨울 찾아간 부산고등학교의 운동장, 오후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그라운드에서 이 선수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에 띄는 큰 키나 우람한 체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난히 밝게 반짝이는 눈을 가진 선수. 맑은 눈동자와 반대로 수많은 펑고와 연습으로 바래진 글러브는 그가 왜 신입생일 때부터 부산고의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듯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수비로 팬들과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아이. 밝은 자신감으로 2024년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고의 박찬엽을 만났다.

Photographer Inbi Na Editor Jinseok Kim Location Busan High School

박찬엽

출생 2006년 4월 20일
신체조건 176cm 74kg
출신교 부산 센텀중SBC - 부산고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3년 성적 14경기 타율 0.316 12안타 0홈런 2타점 2도루 OPS 0.826

인터뷰에 앞서 화보 촬영을 진행했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1월 9일 인터뷰)
촬영 분위기도 좋았고,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방학이라 시즌보다는 여유로울 거 같아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3학년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래서 훈련에 더 집중하고, 저를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겨울이라 야외 훈련을 진행할 때 어려움도 있을 거 같아요.
추위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감독님이 야외 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날씨에는 실내에서 진행하거나 야간 운동을 빼주시기도 해요. 힘들지만 동료들과 재밌게 하는 중이에요.

#우승의 주역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축하해요! 시간이 지났지만, 우승 소감 한번 들어볼까요?
부상 때문에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팀의 우승을 도울 수 있어 행복했고, 아직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6회 초에 결정적인 수비로 팀의 우승을 도왔어요. 2루 베이스 뒤로 빠지는 타구를 잡아서 병살타를 만들었는데, 당시 상황이 기억나요?
눈 깜짝할 순간이었어요. 본능적으로 타구를 쫓아갔는데, 운이 좋게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왔죠. 훈련할 때 비슷한 상황을 연습하기도 했어요. 준비한 대로 플레이할 수 있어 기뻤죠.

실점을 막은 수비였어요. 투수에게도 감사 인사를 들었을 것 같은데요?
투수 형 부모님이 “찬엽이 밥 한번 사줘야겠다”라고 하셨어요. 대회가 끝난 후에 고기를 얻어먹었죠. 원래 친한 형이라 결승전 이후로도 잘 지내고 있고요.

수비 외에도 결승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요?
결승전에서 2안타를 기록했어요. 그중 두 번째 안타가 투수 옆을 스치며 지나갔어요. 짜릿한 기분에 저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크게 했죠. 기분 좋은 기억이에요.

황금사자기 대회 이전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집에서 친구들의 경기 중계를 볼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루빨리 그라운드로 돌아가 뛰고 싶고, 복귀하면 이전보다 훨씬 잘하겠다는 다짐도 했죠. (재활을 진행할 때 어떤 분의 도움이 컸나요?) 재활 트레이닝 코치님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수비는 이전부터 쌓아놓은 연습량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죠. 하지만 타격은 감각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서울에서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훈련 시간도 짧았고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김사훈 코치님의 원 포인트 레슨이 큰 도움이 됐어요. 배트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손의 위치를 조정했는데, 덕분에 공이 방망이에 잘 맞기 시작했죠. 그 외에도 야간에 친구들과 서로 타격폼 영상을 찍어주며 고민도 하고, 남아서 혼자 연습하기도 했어요.

대회를 진행하다 보면 서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잖아요? 타지 생활은 어땠나요?
1학년에도 대회 성적이 좋아서 서울에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작년엔 큰 어려움은 없었죠. 가족들과도 종종 전화하고, 동료들과 경기 준비도 하며 즐겁게 보냈어요.

서울 생활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친구들과 감독님 몰래 한강 공원으로 외출을 나갔어요. 라면도 먹고 서울 구경도 했죠. (밝혀도 되는 내용인가요?) 대회 트로피를 가져왔잖아요? 감독님도 넓은 마음으로 봐주실 거라 믿어요.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전국 명문고야구열전에서 KT 위즈에 간 육청명 선수를 상대했어요. 실투가 들어와서 장타를 노리는 스윙을 했는데, 파울이 됐어요. 좋은 선수일수록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그래야 타석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도 높잖아요? 지금도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기억나는 다른 투수도 있나요?) 지금은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김서현 선수요. 1학년 때 기억이지만, 연습구부터 위압감이 다른 투수들과는 달랐어요. 중학교에서 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었죠. 팀원들이 타자들에게 기를 넣어주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쳤는데, 김서현 선수가 우리 쪽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한 적이 있어요. 남자답다고 생각했죠. 멋있었어요.

올해 박찬엽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요?
부상을 제외한다면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어요. 오랜 시간 동안 쉬었지만, 경기 결과는 나쁘지 않게 나왔다고 봐요.

1학년부터 전국대회에 출전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2년 차이 나는 선배들과 경기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나이 차이로 주눅이 들진 않았어요.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3학년 선배들만큼 잘하기 위해 남아서 추가 훈련도 진행하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처음으로 출전했던 전국대회 경기는 어떻게 기억에 남아있나요?
떨림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경기 전 훈련할 때 펑고 공도 거의 다 잡고 송구 실수도 없었어요. 덕분에 자신감이 찬 상태로 시합에 나설 수 있었죠. 경쟁자였던 선배들도 좋은 선수였지만, 제가 받은 기회를 꼭 살려서 주전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나갔어요.

1학년엔 봉황대기 우승, 2학년엔 황금사자기 우승을 하며 1년마다 1개씩의 우승을 거머쥐었어요. 올해도 욕심이 안 날 수 없겠죠?
제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첫 번째 목표고, 프로구단에 지명받는 게 두 번째 목표예요.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해인데, 긴장도 될 것 같아요.
1학년 때 선배들의 신인드래프트를 본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제 차례잖아요?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신이 나기도 해요. 긴장도 되고요.

작년 선배들의 신인드래프트를 지켜봤을 때는 어땠나요?
지명받을 줄 알았던 형들 중에 프로에 가지 못한 형들이 있었어요.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프로구단 스카우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본인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저는 어떤 타구든 안정감 있게 처리할 수 있어요. 타격 능력도 1학년보다 2학년 성적이 좋았고, 3학년엔 더 발전할 예정이에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타자라고 봐주시면 감사하죠.

#어긋남 없이

야구를 처음 만난 순간이 궁금해요.
처음엔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기장 리틀 야구단에서 취미반으로 시작했고, 야구의 재미를 느끼면서 선수 반으로 옮기게 됐죠. 당시에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경쟁하며 야구 실력이 느는 것도 신기했고,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자연스럽게 야구에 빠졌죠.

어떤 계기로 야구선수라는 꿈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1학년 땐 실력이 별로인 선수였어요. 그때 아버지가 경기 성적에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죠. 아버지의 조언을 들으며 좀 더 진지하게 야구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후에 실력이 늘었고요.

야구선수를 하겠다고 결정한 뒤 스스로 했던 다짐이나 약속이 있을까요?
어긋나는 행동 없이 운동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조금은 참고 견디자고 생각했고요.

유격수 외에 해보고 싶은 포지션도 있나요?
포수를 해보고 싶어요. 경기할 때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게 재밌어 보이고, 공수교대할 때 벤치랑 거리가 가까운 게 부러워요. (웃음)

야구를 하며 어떤 순간에 가장 큰 희열을 느끼나요?
어려운 타구가 저를 향하면 경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제게 집중되잖아요? 그 순간에 완벽하게 수비를 해내는 게 가장 짜릿해요. 기분도 좋고요.

반대로 힘들었던 때는 없나요?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동계 훈련에서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어요. 10명 정도를 빼고는 모두 입원해야 했죠. 배가 너무 아프고, 잠도 잘 못 잤지만, 야구를 못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팀에 라이벌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식중독에 걸리지 않아 어린 마음에 질투도 많이 났고요. 거울을 보면서 왜 나만 아픈지 속상해하며 눈물을 터뜨린 적도 있어요. 그만큼 야구가 간절했던 거죠.

수비에서 많은 호평을 듣고 있어요. 평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진행하나요?
최대한 단점을 보완하려고 해요. 다른 선수보다 다리가 안 움직여져서 대시가 부족한 편인데, 수비 훈련할 때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본인만의 수비 팁이 있다면요?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낼 때 같이 집중해서 보고 있어요. 던지는 공의 구종과 위치에 따라 어떤 타구가 나올지 예상하는 거죠. 예를 들어 왼손 타자에게 바깥쪽 빠른 공을 던지면 배트가 밀리는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미리 제 위치를 옮겨놓죠.

호수비 영상을 보면 백핸드로 타구를 잡는 장면이 눈에 자주 띄어요.
백핸드는 어려운 타구라 더욱 집중하는 편이죠. 시합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도움이 되기도 해요. (원래 무대에 올라가면 더 잘하는 체질인가요?) 중학교 때는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로 올라오며 바뀌었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노래 부르라고 불러내면 자신 있게 나가요. 이런 부분이 그라운드 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봐요. (평소에도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BIG Naughty 님이나 백예린 님의 노래도 듣고, 최근에는 로이킴 님이 리메이크한 ‘잘 지내자, 우리’를 많이 불러요.

#강팀

올해도 부산고가 많은 기대를 받고 있어요. 부산고의 야구를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강팀이요. 부산고는 타자와 투수 모두 빠짐없이 좋은 선수로 가득해요. 타선도 1번부터 9번까지 상대하기 쉬운 구간이 없고요.

본인 외에도 자랑하고 싶은 동기, 후배 선수가 있다면요?
올해 들어올 1학년 친구 중 대천중 출신의 김민혁 선수가 있어요. 처음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탈 신입생급이에요. (유격수 경쟁자가 등장했네요?) 저도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은 보고 배우려고 해요. 경쟁자보다는 서로 보완해 주는 존재예요. 그리고 투수 중 김동욱 선수도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은 재활 중이지만, 오른손 타자가 상대하기 어려운 유형의 투수예요. 제구가 되는 변화구가 각도도 크게 들어와요. 다른 팀들이 만난다면 고전할 거라고 봐요. 라이브 피칭 때 바깥쪽 꽉 차는 직구를 본 적이 있어요. 팀원들 모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죠. 대단한 선수예요.

팀 동료들 외에도 감사한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레슨장 코치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2학년 때부터 타격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고, 힘들 때도 버틸 수 있었어요.

둘 중의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요? 1년 내내 3할을 유지하는 선수 vs 1년 내내 실책이 없는 선수
실책이 없는 선수요. 1년 내내 타격 페이스가 꾸준한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하지만 한 시즌을 치르면서 실책이 0인 선수는 비교적 더 보기 힘들잖아요? 지금 제 장점을 살려서 수비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지금 친구들은 추운 곳에서 연습 중인데, 따뜻한 곳에서 인터뷰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안녕하십니까! 부산고등학교 유격수 박찬엽입니다. 올해 동계 훈련에서 준비 잘해서 시즌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올해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5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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