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의 헤드램프 가격은 포르쉐 1대 값?

부가티 시론의 헤드램프 가격은 대체 얼마일까?알려진 듯 알려진 게 많지 않은 이 차의 헤드램프 가격이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가격은 놀랍게도 포르쉐 1대 값이라는 거다.그런데 2개 한 세트를 갖추려면 포르쉐 2대 가격이 필요하다.

꽤나 세속적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소재도 없다. 그중에서도 어림짐작은 했지만 설마하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고 아연실색할 정도의 가격표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깃 거리가 된다. 그런데 정보가 워낙 발달한 시대를 살다 보니 조금만 검색해 봐도 세상 값비싼 물건들의 존재를 거의 대부분 알 수 있다. 자동차 쪽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부가티 한 대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를 위한 단 한 대의 부가티 가격이 얼마였는지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차의 부품 가격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철저히 사용자와 제작사 사이에만 공개된 가격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텍필립 한 개 가격은 금방 알아낼 수 있어도 그 시계를 구성하는 스트랩 혹은 그보다 작은 부품 하나의 가격 정보로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나마 부가티는 꽤 많이 공개되어 있는 편이다. (물론 부가티 스스로가 공개한 건 아니고 부가티 오너들이 실제 수리를 해본 끝에 알아낸 사례가 대부분이긴 하다.)

그중 하나의 부품 가격이 최근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건 헤드램프였다. 의외로 헤드램프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부품들에 비해 꽤 비싼 가격이 매겨져있다. 프리미엄 카를 타본 사람들 중 헤드램프를 교체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특히 기능이 다양하고 복잡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 기능이 장착된 차량들 중 일부는 기능 고장이 있을 때 램프만 따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해 아예 헤드램프 모듈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그래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브랜드에 따라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다.

그런데 부가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들보다 훨씬 위에 존재하는 브랜드다. (아! 가격대를 말하는 거지 갖고 있는 모든 가치가 그러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그렇다면 부가티의 헤드램프는 대체 얼마쯤 하는 걸까? 우선 부가티의 헤드램프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하거나 혹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차에만 들어가는 기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헤드램프는 의외로 자동차 관련 법규의 저항이 큰 부품이기 때문에 근사하고 편리하다고 해서 멋대로 기능이나 성능을 높이거나 새로 적용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부가티의 헤드램프는 무려 164,000달러, 한화로 2억이 조금 넘는다. 이 돈이면 포르쉐 카레라 GTS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이른바 한 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쪽의 가격이 포르쉐 1대 가격인 거다. 달리 말하면 한 세트를 온전히 교체하려면 그 순간 포르쉐 카레라 GTS 두 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도 정식 가격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곳에서는 꽤 110,000달러라는 꽤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한화로 1억 5천만 원쯤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이 헤드램프에 뭔가 숨겨진 엄청난 기능이나 성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프랑스 몰샤임 어느 산자락에 헤드램프 프로젝션 램프만 깎는 장인이 있는데 그 장인이 1년에 깎을 수 있는 유리 램프가 10개밖에 안된다더라…와 같은 사치스러운 스토리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물건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글로벌 부품 제조, 유통사인 발레오에서 제작했다. (그래! 어쩌면 여러분의 차에 끼워진 헤드램프를 만든 회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매겨진 것일까? 물론 부가티가 이 가격으로 부품을 유통해서 부족한 수익을 채우려는 목적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발레오는 단 500대 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차를 위해 플라스틱 파츠를 찍어 내야 했고 램프를 설계해 줘야만 했다. 금속 부품이야 손으로든 밀링 머신이든 깎을 수 있다지만, 플라스틱은 사실상 그게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은 언제 다 팔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 이 부품의 재고를 일부 보유해야 하며 제조사 혹은 고객이 요구한다면 잠시 치워두었던 몇 개의 사출 금형을 다시 꺼내어 생산해야 한다. 그 사이 다른 자동차 헤드램프 생산 라인 일부를 잠시 빌려와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몇 개 되지 않는 이 헤드램프를 만들기 위해 발레오와 부가티는 꽤 많은 잉여 설비와 잉여 시간을 보내야 하는 셈이다. 비단 헤드램프 뿐만 아니라 부가티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부품들이 이런 극도의 제한된 환경에서 생산된다. 10,000달러에 육박하는 미등, 18,000달러짜리 브레이크 캘리퍼은 물론 10,000마일마다 완전히 교체해야 하는 50,000달러짜리 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기에 인건비는 아직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부가티 오너들은 이 부품들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완벽히 독점된 시장에 출시된 극도로 복잡한 극소량의 물건을 내 손에 넣으려면 제품 가격만큼이나 경이롭기 그지없는 또 다른 지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어야 한다. 그게 부가티를 갖는다는 진짜 의미일 거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