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부터 운전 가능? 유럽의 운전면허 이야기

한국에서 만18세가 되면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뭘까요? 바로 운전면허증 취득이에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 어느 곳에서나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하여 법적으로 인정된 면허증을 소지해야 돼요. 하지만 나라마다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지원자격 및 시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고 해요. 특히 자동차 선진국 유럽의 경우 그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하죠.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당신! 유럽에서 운전하기 위해서는 그 어렵다는 시험을 똑같이 거쳐야 할까요? 과연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은 해외에서 인정을 해줄까요?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이 면허증 제도는, 도대체 누가, 도대체 왜 만든 걸까요? 오늘 첫차연구소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 드릴게요. 


자동차만큼이나 📖
긴 역사를 가진 면허 제도

자동차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1886년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바로 독일의 칼 벤츠가 개발한 삼륜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Motorwagen)’이 특허를 받은 해이기 때문이죠. 그 이전에도 스스로 움직이는 탈것이 개발되긴 했으나, 가솔린을 엔진으로 한 벤츠의 발명품은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진정한 ‘자동차’의 최초라고 부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최초의 운전면허증은 언제 탄생됐을까요? 놀랍게도 이 또한 칼 벤츠가 1888년 발급받았다고 해요. 이는 세계 최초로 국가기관에서 자동차 운전을 허가하는 문서였는데요. 발급을 요청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칼 벤츠 자신으로, 자신이 개발한 자동차의 소음과 냄새로 인해 주위에서 민원이 증가하자 직접 요청하여 발급받은 것이라고 해요.

칼 벤츠가 받은 최초의 면허증 (허가증)

칼 벤츠의 발명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보급률이 높아지자 당연하게 자동차 사고도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여담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기록된 자동차 사고는 1891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했다고 해요. 당시 제임스 램버트(James William Lambert)라는 엔지니어가 자신의 자동차를 몰다가 한 나무의 뿌리 부분을 밟고 넘어가는 바람에 차량이 중심을 잃어 사고가 났다고 하는군요. 다행히 부상은 경미했다고 하지만요.

이처럼 내연기관 자동차가 탄생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곳곳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어요. 그리고 자동차가 많이 보급된 나라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죠.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국가는 프랑스였어요. 파리 경찰에서 일하던 공무원 루이 레핀(Louis Lépine)은 파리 시내의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면서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요. 이에 1893년 8월 14일 파리 경찰 조례에 자동차 운전에 관련된 내용을 제정하였는데요. 그 내용에는 운전 시험과 면허증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요.

프랑스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운전면허시험 혹은 운전면허증에 관한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어요. 옆 나라 영국의 경우 1904년 운전면허증을 도입하고, 1934년에는 시험을 의무화했다고 해요. 이처럼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된 국가는 비교적 일찍 자동차 운전과 관련한 제도를 만들었어요.

19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도 자동차가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는 면허 시험에 앞서 학원이 먼저 생겨났다고 해요. 1913년 말 일본인 곤도, 오리이와 서울 낙산 갑부 이봉래 씨 등 3명이 승합차를 들여와 충청도, 평양 등 전국 9개 노선에서 자동차 운송사업에 나섰어요. 하지만 사업을 위해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운전자를 양성하고자 용산에 경성운전수양성소를 세웠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운전면허학원이에요.

초기에는 지원자가 없어 월급과 상여금 등의 조건을 세워 10명을 모집할 수 있었으며, 이들에게 교부한 수료증이 운전면허증을 대신했다고 해요. 국가에서 운전면허시험을 시행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15년부터예요. 당시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만 21세 및 초등학교 졸업 이상에 운전학원을 졸업해야 했으며, 시험은 포드 모델 T를 갖고 매년 한 번씩 치렀다고 하는군요.


한국과 유럽의
면허 제도 파헤치기 🔍

유럽의 면허제도를 알아보기 전, 먼저 오늘날 우리나라의 면허제도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볼게요.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만 18세부터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요. 차량의 형식 등에 따라 크게 제1종 운전면허, 제2종 운전면허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제1종 운전면허는 다시 대형, 보통, 소형, 특수로, 제2종 운전면허는 보통, 소형,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으로 나눠져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하여는 우선 1시간의 교통안전교육과 신체검사를 마쳐야 하는데요, 이후 학과시험, 장내기능시험 그리고 도로주행시험 등 총 세 가지 시험을 모두 합격하면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요. 참고로 1, 2종 보통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장내기능시험 4시간, 도로주행시험은 6시간의 의무교육을 수료하여야 시험을 치를 수 있죠.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의무교육시간이 짧고 시험 난이도 또한 낮아 취득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에요.

가장 먼저 운전면허시험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 18세부터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요. 크게 학과시험(examen du code de la route)와 도로주행시험(examen pratique du permis) 등 총 두 가지로 나눠져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이죠?

학과시험에서는 총 40문제가 출제된다고 하는데요, 이중 35개 이상을 맞춰야 통과할 수 있어요. 시험은 운전자의 시선에서 겪게 되는 사진을 보고 맞추는 객관식 문제로, 한 문제당 30초의 제한시간이 있어 난이도가 결코 쉽지 않아요.

학과시험을 통과하면 마침내 도로주행시험을 응시할 수 있게 되는데요, 도로주행시험에 응시하기 전 먼저 운전연수학원에서 최소 2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해요. 시험은 실제 공공도로에서 약 30분 정도 진행되는데, 이때 시험관은 수험생에게 주차, 시동, 주행 등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 응급구조법 등 여러 가지를 시험하죠.

프랑스 운전면허시험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우며 그 비율이 절반이 채 안 되고, 게다가 한번 떨어지면 수 개월 뒤에나 재시험을 칠 수 있다고 해요.

운전면허를 취득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시험에 통과하면 정식 면허증이 아닌 초보운전(jeune conducteur)이라는 임시면허증이 발급돼요. 이때 운전자는 반드시 차량 뒷부분에 빨강색 알파벳 A라는 글자가 쓰여진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요.

이 스티커를 붙인 운전자는 도로 운전 시 더 천천히 달려야 하는 등의 일부 제약이 있어요. 운전자는 임시면허를 받으면 6점의 포인트를 얻게 되고 이 포인트가 누적 12점이 되는 때에 정식적인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해요. 아무런 사고가 없는 경우를 가정할 때 보통 약 3년 정도가 지나야 12점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까다롭게 운전 면허를 관리하는 것 같죠.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를 비롯 일부 국가에서는 ‘청소년 또한 보호자와 함께 탑승하는 경우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존재한다’는 점이죠. 거기에 더 나아가서 프랑스에는 만14세 이상만 되면 면허 없이 운전이 가능한 차량도 있어요.

이는 무면허 자동차(Voiture Sans Permis)로 불려요. 초소형 전기차 등이 해당되며 속도 제한은 물론 고속도로 등에서는 주행이 불가하다는 제약이 있어요.

대표적인 모델로는 프랑스 완성차 업체, 시트로엥의 에이미를 꼽을 수 있어요. 이 차는 국내에서는 사륜 전동 바이크로 분류돼요. 약 6kW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최대 70km까지 주행할 수 있어요. 220V 가정용 콘센트로 약 3시간 정도면 충전이 완료되며, 최고 시속은 프랑스 무면허 자동차 기준에 따라 45km/h로 제한된다고 해요.

다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운전면허를 가장 따기 힘든 나라 중 하나라고 하는 스웨덴이에요. 기본적으로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나, 시험을 응시하기 전에 리스크 트레이닝(Risk Training)라는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 교육은 크게 안전교육 및 미끄럼(skidding)교육 등 두 가지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죠. 미끄럼 교육이라고 하니 느낌이 잘 안 올 수 있어요. 북유럽의 지역적 특성상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빙판길 등에서의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이 필수라고 하는군요.

미끄럼 교육에는 전복된 자동차에서 탈출하기, 야생동물을 마주할 때 운전하기 등을 시작으로 ABS, ESP 등의 전자식 제어 시스템, 계절별 타이어 특성 등에 대해서 배운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실습을 진행해요. 여기에는 추월, 빗길 브레이크, 급브레이크에 무스 테스트(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을 회피하는 기동 테스트)까지 다양한 교육이 준비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교육을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BMW 드라이빙센터 등의 프로그램에서 체험할 수 있어요. 직접 체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제 운전에 큰 도움이 돼요. 스웨덴에서는 전국민이 필수로 수료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부러워져요. 우리나라에서도 면허 취득 시 긴급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교육이 의무화된다면 좋겠네요.


한국에서 딴 면허 📝
유럽에서도 유효할까?

한국과 비교해서 어려운 다른 나라의 운전면허시험, 그렇다면 우리나라 면허증으로 해외에서도 운전이 가능할까요? 다행히 소수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하고 있어요. 이 면허증은 경찰서, 운전면허시험장은 물론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에요.

주의하실 점은 입국한 국가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인데요. 국가별로 일정 기간 이상부터는 현지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해야 돼요. 관광 목적 등의 단기 체류가 아닌 장기적으로 머무를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돼요.

최근에는 운전면허증 뒷면에 운전면허 정보를 영문으로 표기하도록 발급이 가능해졌어요. 이른바 영문 운전면허증이라고 불려요. 일부 국가에서는 이 면허증만 있으면 국제운전면허증을 별도로 소지하지 않아도 운전이 가능해요. 최근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지 않아도 되는 국가들이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미국, 일본 및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 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따라서 반드시 여행하는 국가에 영문 운전면허증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돼요.


📌 오늘의 세 줄 요약!

☝ 최초의 면허는 가솔린으로 가는 자동차를 발명한 '칼 벤츠'가 취득했어요.
✌️ 오래된 자동차 역사만큼이나 유럽에서의 면허 시험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 '국제면허증'을 발급받는다면 유럽에서도 일시적으로 한국 면허를 인정받을 수 있어요.

몇 년 전, 첫차 에디터는 직접 한 자동차 업체에서 진행하는 드라이빙 교육을 받아 봤어요. 그 내용이 운전면허학원이나 시험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으나, 실제 운전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죠. 이번 콘텐츠를 만들면서 놀랐던 사실은,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시험 난이도 자체가 높아 면허증을 취득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면허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죠. 더 안전한 운전 문화 확립을 위하여 운전면허시험의 난이도를 조금 더 제고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 Google, 제조사 홈페이지, pixabay, 경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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