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차세대 쉐보레 CUV의 보금자리, 한국지엠 창원 공장 방문기


지난 10월 19일, 국내 출범 20주년을 맞은 한국지엠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창원 공장 미디어 투어를 실시했다. 2023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쉐보레의 차세대 글로벌 CUV 생산을 책임질 곳으로, 최근 9,000억 원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시설로 탈바꿈했다. 직접 둘러본 창원 공장에서는 자동화 장비와 쾌적한 작업 환경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글 최지욱 기자
사진 한국지엠

한국지엠 창원 공장은 어떤 곳?

1991년 준공한 한국지엠 창원 공장은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경차 및 경상용차 생산을 책임졌다. 티코와 마티즈, 스파크, 라보, 다마스가 이곳 출신이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2002년 10월에는 공장 이름을 ‘GM대우 오토 앤 테크놀로지 창원 공장’으로 바꿨다. 이후 브랜드 이름을 쉐보레로 바꾼 2011년부터는 ‘한국지엠 창원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아울러 완성차 조립 공장 외에 엔진 조립 공장도 지었다. 2002년 12월에 마티즈용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엔진, 칼로스의 직렬 4기통 1.2L 가솔린 T4 엔진 공장을 세웠다. 5년 뒤에는 1,400억 원을 들여 B-DOHC 엔진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마티즈, 젠트라 등에 얹는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직렬 4기통 1.2L 가솔린 엔진 등을 제작했다.

한국지엠 창원 공장 둘러보기

한국지엠은 먼저 도장 공장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 새롭게 지은 시설로 총 면적 8만㎡, 높이 3층 규모를 자랑한다. 그 결과 시간 당 60대를 칠할 수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창원 공장은 국내 최초로 차체 패널 이음새를 마감하는 ‘헴 플랜지 실링(Hem Flange Sealing)’ 공정 로봇과 차체 도장 전 먼지를 털어내는 ‘스워드 브러시(Sword brush)’ 로봇을 설치했다.

이제는 공장 시설을 둘러볼 차례. 가장 먼저 조립 공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나오는 차체는 도장을 마친 뒤 프리 트림(Pre trim) 라인을 거쳐 내장재를 결합하는 의장 라인을 통과한다. 이후 하부를 조립하는 섀시 라인→도어와 시트를 설치하는 파이널 라인→검사 라인을 거쳐 출고한다.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에서는 금속으로 만든 체인형 컨베이어를 설치한다. 그러나 소음이 크고 꾸준히 윤활유를 뿌려야 하는 만큼 환경적인 문제가 따른다. 재질 특성상 부식도 피할 수 없다. 반면, 한국지엠은 국내 자동차 공장 최초로 모터 구동 방식 플라스틱 컨베이어를 투입했다. 부품의 위치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작업자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고 쉬운 조립을 돕는다.

모든 라인엔 GM 최초로 신규 ‘에러 검출 시스템(Error Proofing Platform)’을 설치했다. 시스템 스스로 자동차의 정보를 받아 부품 조립 토크 등을 모니터링하며,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치지 못하거나 잘못된 부품을 집으면 경고 후 컨베이어를 멈춘다. 하나의 불량이라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설정이다.

섀시 라인 옆에는 앞뒤 유리를 붙이는 로봇 네 개를 마련했다. GM 글로벌 사업장 중 창원 공장에 최초로 도입한 장비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스템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라인이 움직일 때 시스템이 자동차의 위치를 읽어 유리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차체 공장. 원래 이곳은 스파크의 차체 조립, 도장을 책임지던 공간이다. 최근에 시설을 확장 및 개조하면서 내부 전체를 차세대 CUV용 차체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규 차체 공장은 최대 3개 차종을 제작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차체 공장에는 용접 로봇 640대를 도입해 높은 완성도와 안전성 모두 확보했다. 또한, 공장 곳곳에 지게차 대신 다음 공정까지 부품을 나르는 ‘AGC(Auto Guide Cart)’ 31대를 배치했다. 기존 지게차와 달리 전기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이 적은 점이 핵심. 더불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물건 나르는 포크를 덜어낸 덕분에 사고 위험도 줄었다.

참고로 차체 공장에는 100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도어 및 보닛 조립, 부품 검사 등을 수행한다. AGC에 자재를 싣거나 장비를 설정 및 가동하는 작업도 직원의 몫이다.

차체 공장 안쪽에는 프레스 시설이 자리한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든 세그먼트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5,250톤(t)급 탠덤(Tandom) 프레스 두 대를 설치했다. ‘탄소섬유 T-빔(Carbon T-Beam)’과 ‘선형 동작 메커니즘(Linear Press Tool)’ 등 최신 자동화 설비와 공법을 고스란히 옮겼다. 그 결과 부품 네 개를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다. 또한, 3D 카메라로 패널의 결함 여부를 검사하는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을 도입해 품질검수 시간을 줄였다.

그렇다면 로봇이 만든 자동차는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까? 한국지엠에 따르면, 차세대 CUV의 차체 품질은 테스트 단계에서 89.7%를 기록해 실제 양산 품질 기준(85%)을 넘어섰다. 자동차 전체 완성도는 96.5%로 기존 목표치(90%)를 초과 달성했다. 이제는 사람 없이 로봇만으로도 정교한 완성차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창원공장에서 태어날 신차는 트랙스?

한편,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차세대 CUV로 신형 트랙스를 지목했다. 지난 13일 등장한 2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한껏 키운 몸집과 최신 쉐보레 패밀리룩을 입은 외모, 확 바꾼 실내 디자인이 특징이다. 골격은 GM의 최신 앞바퀴 굴림 전용 플랫폼 ‘VSS-F(Vehicle Set Strategy-Front)’를 밑바탕 삼았다.

앞모습에는 얇은 주간 주행등(DRL)과 분리형 헤드램프를 달았다. 뒤로 갈수록 가파른 지붕 라인과 뒷문에서부터 솟아오른 벨트라인을 통해 날렵한 측면 실루엣도 완성했다. 뒷모습엔 ‘C’자 그래픽을 그린 LED 리어 램프를 넣었다. 휠 크기는 트림에 따라 17~19인치로 다양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537×1,823×1,564㎜. 현행 트랙스와 비교하면 282㎜ 길고 48㎜ 넓으며 86㎜ 낮다. 휠베이스는 2,700㎜로 기존 모델 대비 145㎜ 늘어났다. 참고로 신형 트랙스의 길이, 너비, 휠베이스는 윗급 모델 트레일블레이저(4,425×1,810×1,660㎜, 2,640㎜)보다 112, 12, 60㎜씩 큼직하다. 높이는 트랙스가 96㎜ 낮다.

실내 분위기도 크게 바꿨다. 대시보드에는 8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1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심었다. 공조 장치를 제외한 모든 기능은 디스플레이 안에 넣었다. 기본 안전 및 편의 장비로는 전방 충돌방지 경보 및 제동 보조, 전방 보행자 제동, 차선 이탈 방지 보조, 하이빔 보조,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등이 있다. 옵션으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 후방 교차 경보 등을 담았다.

보닛 아래에는 직렬 3기통 1.2L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어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3㎏·m를 낸다. 복합연비는 12.7㎞/L다(GM 자체 시험 기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지엠 창원 공장. 이곳은 시간 당 60대, 나아가 연간 28만 대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차체와 조립 완성도 측면에서 이미 목표치를 달성했다”라는 관계자의 설명에서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났다. 대대적인 변화를 이룬 만큼, 실적 측면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