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당국 '제동',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기류'

정한결 기자 2023. 5.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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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각국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난기류를 만났다.

집행위는 "합병시 해당 노선에서 가장 큰 여객·화물 항공사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중요한 대체 항공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다른 경쟁사들은 규제 등 장벽에 막혀 서비스 확대가 어려우며 합병사에 대한 충분한 경쟁 압박을 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EU는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는 기존 항공사들에 대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사의 경쟁사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이미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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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각국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난기류를 만났다. 대형 통합항공사에 대응할 경쟁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운수권과 슬롯 등을 상당수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에 '이의 제기서(statement of objection: SO)'를 통보했다. 이의제기서는 일종의 공소장이다. EU 반독점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세부 위반 사안을 기재해 관련 기업에 통보한다. 최종 판결 전 인수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절차다. 대한항공은 이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 소명하고, 관련 구술 심리를 요청할 수 있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 2월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양사가 제출한 내부 문건과 경쟁사들의 제보,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는 경쟁사 및 고객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티켓값이 오르거나 서비스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서비스,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서비스의 경쟁이 제한된다는 우려다.

집행위는 "합병시 해당 노선에서 가장 큰 여객·화물 항공사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중요한 대체 항공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다른 경쟁사들은 규제 등 장벽에 막혀 서비스 확대가 어려우며 합병사에 대한 충분한 경쟁 압박을 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사 상당수가 중단거리 노선 위주인 저비용항공사(LCC)라 중장거리 노선에서 합병사를 견제하기 어려운 점을 짚은 것이다.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등이 장거리 노선 진출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최근 미국 법무부도 양사의 합병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시애틀·뉴욕·호놀룰루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합병 성사까지 미국과 EU, 일본 경쟁당국의 결정을 남겨둔 가운데 두 곳에서 반대 기류가 포착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각국 경쟁당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운수권 및 슬롯 추가 반납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가 필요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1990년부터 지난달까지 30여년간 총 8816건의 기업 인수·합병 사례를 조사했다. 대다수가 1차 조사에서 승인 결정이 났고, 심층 조사는 전체의 3.3%(299건)에 그쳤다.

이중에서 144건(48%)이 조건부 승인을, 63건(21%)이 조건 없는 승인을 받았다. 집행위가 심층 조사 후 승인한 인수건의 70%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셈이다. 최근 승인한 마이크로소프트-액티비전블리자드 합병 건도 10년간 경쟁 기업에 공짜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라는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나 EU는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는 기존 항공사들에 대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사의 경쟁사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이미 판단했다. 당장 대체할 대형항공사를 찾기도 어려운 가운데 대한항공이 이권을 더 많이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깐깐한 심사로 합병의 이점이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에어캐나다 등 복수의 항공사들이 자체 시정조치안을 제출했음에도 EU가 심층 조사에 착수하자 합병을 스스로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EU가 심층 조사에서 최종 불승인한 합병 건은 전체의 12%였지만, 기업이 자진해 철회한 건수는 17%로 더 많았다.

대한항공은 EU·미국 경쟁당국과 지속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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