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차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까. 고요한 전기로 시작해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고, 도시에서는 퍼스트 클래스처럼 우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 P550e는 그 모든 가능성의 문을 여는 열쇠다.
전장 5m가 넘는 플래그십 SUV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초 만에 도달한다. 하이브리드의 정숙함과 고급 세단의 승차감, 그리고 오프로더의 생존성이 한 덩어리로 녹아든 이 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적 예술이다.

이 차는 '효율적인 럭셔리'라는 모순된 개념을 가장 우아하게 풀어냈다. 3.0ℓ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160kW 전기 모터가 결합해 550마력, 81.6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전기로만 80km를 주행할 수 있다. 더는 도심에서 엔진음으로 럭셔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고요함이 차의 품격을 완성한다.
MLA-Flex 플랫폼 위에 세운 이 차체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하다. 도로 위에서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의 파동을 실시간으로 읽고 움직임을 보정하며, 고속 주행 시에는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차체를 움켜쥐듯 조향을 돕는다. 미끄러운 길에서도, 좁은 코너에서도, 차는 매 순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으면 레인지로버만의 중후한 질감이 전해진다. 페달을 밟는 발끝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부드러운 토크가, 스티어링을 감싸는 손끝엔 예상보다 정밀한 응답이 느껴진다. 차체가 크다는 인식은 몇 초 안에 사라진다. 전기 모터의 민첩함과 내연기관의 밀도 있는 출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일상에서도 가속 페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도심에서는 서스펜션이 노면과의 거리를 부드럽게 조율하고, 감속 시의 피칭과 과속방지턱에서의 반동 모두 절제돼 있다. 하지만 이 차가 진가를 드러내는 건 와인딩 코스에서다. 마치 거대한 SUV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스티어링 입력에 대한 응답이 명확하고 일관되며, 댐퍼는 상하 움직임을 신속히 정돈해 차체 자세를 단단히 유지한다.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는 좌우 롤링을 억제하고,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는 오프로드와 노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언제나 최적의 구동력을 유지한다. 모래길, 젖은 아스팔트, 언덕길을 잇달아 지나는 동안도 휠의 헛돌림은 단 한순간도 허용되지 않았다. 롱 휠베이스, 높은 무게중심, 복합 동력 시스템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P550e는 제어의 끈을 놓지 않았다.
브레이크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회생 제동과 기계식 제동이 매끄럽게 연결되며, 고속에서도 페이드 없이 일정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급제동 시에도 자세 변화가 작고, 실내 탑승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점은 이 차가 단순한 SUV가 아님을 말해준다.
차체는 무겁다. 공차중량만 3025kg. 그러나 무게는 단점이 아닌 안정성의 언어로 해석된다. 묵직한 중량은 고속 직진 안정성을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이 이를 정교하게 보정해 나른함 없이 단단한 승차감을 만든다.

인테리어는 영국 브랜드 특유의 절제된 사치와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전 좌석에는 핫스톤 마사지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뒷좌석에는 이그제큐티브 클래스 시트가 마련된다. 버튼 하나로 리클라이닝, 발 받침대, 8인치 터치컨트롤러가 작동하며, 비즈니스 클래스가 아닌 진짜 퍼스트 클래스에 앉은 듯한 착각이 든다. 여기에 1,680W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이 실내를 콘서트홀로 바꿔놓는다. 고요한 전기 주행 상태에서 음 하나하나가 더 명확하게 울린다.

실내 정숙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타이어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은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 상쇄하고, 스피커에서 발산되는 반대 파장이 실내를 또 다른 공간으로 만든다. 창 너머의 세상과 이 차 안의 세계는, 소리로 단절된다.

이 차의 기술적 정점은 실내 공기질에까지 이른다. 공기 정화 프로 시스템은 PM 2.5 먼지를 걸러낼 뿐 아니라 CO2 농도까지 조절하며, 나노이 X 기술로 바이러스는 물론 옷에 밴 냄새까지 정화한다. 실내 공간을 넘어 '생활 공간'을 다룬다.
하이브리드 SUV의 궁극을 말할 때, P550e는 기준점이 될 만하다. 충전은 DC 50kW 기준으로 1시간 이내에 80%까지 가능하며, AC 완속 충전은 약 5시간 소요된다. 연비는 복합 기준 8.7km/ℓ, 전기 효율은 2.4km/kWh, CO₂ 배출량은 35g/km에 불과하다. 내연기관 SUV의 종말 이후, 이 차는 그 다음 시대의 답이 될 수 있다.

가격은 2억4227만 원.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경험으로 증명되는 차다. 올 뉴 레인지로버 P550e를 경험한 순간, 하이브리드는 타협이 아닌 완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052×2003×1870mm
휠베이스 2997mm
공차중량 3025kg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전기모터
배기량 2997cc 2997cc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81.6kg·m
구동방식 AWD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 에어 / 5링크 에어
브레이크(앞/뒤) 6피스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 1피스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타이어 285/45R22
0→시속 100km 약 5.0초
최고속도 시속 242km(전기모드 140km)
배터리 용량 38.2kWh
1회 충전 주행거리 80km
연비(복합) 8.7km/ℓ
전기 효율(복합) 2.4km/kWh
CO2 배출량 35g/km
가격 2억4227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