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9년 만에 가장 늦은 열대야…티베트 고기압 언제까지?

박성진 기자 2024. 9. 10. 15: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대야가 계속되는 24일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히며 있다. 2024.08.24. [서울=뉴시스]
9일 밤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났다. 10일 오전에는 전국 183개 구역 중 164곳(89.6%)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추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여름 같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 서울서 89년 만에 가장 늦게 열대야 나타나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부터 10일 오전 6시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5.6도였다. 서울에서 열대야 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89년 만에 가장 늦게 열대야가 나타난 것이다. 이전까지 서울의 가장 늦은 열대야는 1935년 9월 8일에 발생했다. 지난해 9월 4일, 1914년 9월 2일 등 9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사례는 4번으로 늘었다.

‘가을 폭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오후 2시 기준 32.6도였다. 전날에는 34.1도로 1939년 9월 2일 35.1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9월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11일에는 더위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가을 폭염은 추석날인 17일까지 이어지다 차츰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9월에 한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대기 상층에서 티베트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북쪽의 찬 공기 유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대기 하층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 기온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늦더위도 티베트고기압 때문

10일 전국 183개 구역 중 164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경기 파주시, 경북 포항시, 대전, 세종 등 31곳에는 폭염경보가 발표됐다. 9월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0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에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9월 일 최고기온 신기록이 쏟아졌다. 오후 2시 기준 대전은 낮 기온이 35.3도까지 치솟으며 1969년 대전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충남 금산군과 전북 고창군에선 36.1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이 밖에 경기 동두천과 파주, 강원 춘천과 철원, 충북 충주, 경북 안동, 전주, 전남 완도군 등도 9월 일 최고기온 종전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유난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장마철이 끝난 후 역대급 한여름 더위를 만들어냈던 티베트고기압 탓이 크다. 여름 동안 한반도 대기 상층 12km 부근에 자리잡고 있던 티베트고기압이 여전히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9월 늦더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 하층으론 끊임없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 자리를 타고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뜨거운 열을 불어넣고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9월 중순까지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세력의 확장 정도에 따라 기온이 오르락 내리락 할 것”이라며 “한반도 남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압부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남동풍이 불면서 태백산맥 서쪽을 중심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 폭염의 기세는 11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고 밤 사이에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을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를 경우 기상관측 이래 9월 최고기온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 추석인 17일 이후 더위 물러날듯

11일 이후엔 16일까지 기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0~12일 소나기를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 20~60mm, 전라권과 경산권 5~40mm, 제주 30~80mm(많은 곳 최대 120mm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내리는 비와 티베트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수축한 덕분에 12~14일에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하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3일에는 티베트고기압이 수축된 틈을 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남족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며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지역에 비가 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최고기온도 13일과 14일엔 30도 아래에 머물 전망이다. 내렸던 기온은 15~16일 티베트고기압이 재차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시 상승하겠다. 15일과 16일 서울 낮 기온은 3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폭염과 열대야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던 올해 무더위는 추석인 17일부터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티베트고기압이 수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7~28도, 최저기온은 20~23도 분포를 보이고 있다. 다만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티베트고기압이 얼마나 수축될 지에 따라 북쪽에서 들어오는 기압골이 어느 정도까지 남하할지 결정된다”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에서 지금처럼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넣으면 기온이 내려가는 정도가 더딜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