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픽]"취업 당연한 시대 지났다"…'호야초'가 알려주는 '3D 디자인'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이 올해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클래스101+'를 도입하며 재도약을 예고했습니다. 개별 클래스 판매로 성장한 클래스101의 구독 모델은 기업 뿐만 아니라 이용자, 나아가 강의 주체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큰 변화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클래스101+의 앰버서더 13인의 인터뷰를 통해 구독 서비스가 가져올 온라인 클래스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들여다 봤습니다.

"내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원하는 회사는 알아서 생기게 됩니다. 제 클래스는 작품을 만드는데 큰 흐름을 익혀 배움의 영역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

'호야초(본명 최호정)'는 무료 3D 디자인 툴 '블렌더'를 소개하는 국내 대표 크리에이터다. 그가 주력으로 소개하는 블렌더는 1년에 20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 다른 툴과 다르게 무료로 운영중인 데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막강한 프로세스 △완벽한 모델링 △필요한 조각 모드 △비디오 에디팅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블로터>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태국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자로서의 역량 키우기를 강조한 호야초는 클래스101 구독 서비스를 통해 초·중·고등학교와 같이 탄탄한 학제를 구성하고 클래스메이트들과 한층 활발한 소통을 해나간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호야초'는 누구?

호야초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대학교에서도 관련 분야를 전공했다"고 밝혔다. 그가 졸업할 당시만 해도 디즈니 내부에선 2D 애니메이터 인력 감축 바람이 불었고,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도 경영 악화로 인한 폐쇄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2D 디자인 산업이 침체되는 분위기가 일자 호야초는 게임업계로 진로를 변경했고, 당시 디지털 환경 기반의 가상세계에 주목해 3D 기술을 익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국에 있는 호야초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시간으로 악어 캐릭터가 호야초 옆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이후 호야초는 1인 회사 '호야초 아트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첫 외주 제작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외부 옥외광고 콘텐츠를 제작했다. 또 호야초는 강남터미널 인근에서 진행된 행사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과 함께 부스 내 '좀비탈출챌린지'에서 캐릭터 제작과 리깅(Rigging, 3D 캐릭터 모델링에 뼈와 관절을 추가하고 모션을 제어하는 작업) 부분에도 참여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호야초는 증강현실(AR) 숏폼에 집중하고 있다. <블로터>와 화상통화로 만난 자리에서도 호야초 옆을 차지한 귀여운 악어 캐릭터가 시선을 빼앗았다. 이미지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친밀감을 줄 수 있는 3D 캐릭터를 전 세계 곳곳 유명 장소에 등장시켜 캐릭터 세계와 실제 장소가 합쳐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가 세운 핵심 목표다.

"클래스101 강점은 쌍방향 소통"

호야초는 지난해 4월 클래스101을 통해 처음 수업을 진행했다. 국내에 블렌더가 알려지기 전부터 이용해 온 만큼 다른 플랫폼에서도 호야초에게 제안을 해왔지만, 그는 결국 클래스101을 선택했다.

호야초는 "1년여간 각 플랫폼과 인터넷 강의에 대해 분석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쉬운 강의'와 '별점으로 알 수 있는 강의 피드백'이 가능한 클래스101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야초의 클래스101 강의는 개인이 혼자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해당 강의에서는 모델링, 리깅, 기초 소품 모델링, 조명·환경 세팅, 렌더링까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호야초가 태국에서 작업한 AR 콘텐츠. (사진=호야초)

호야초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인 피드백을 보면, 디자인과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들이 수강생 대다수"라며 "심지어는 할아버지·할머니도 있었고, 경력 단절된 엄마가 자녀를 위해 배웠다는 평도 있었다"고 전했다.

클래스101의 또 다른 장점은 '피드백'이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강의 실력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호야초는 별점, 질의응답, 피드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클래스101을 택했다. 수강생들은 클래스101 플랫폼에 사진이나 영상 형식으로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데, 3D 디자인 강의 특성 상 질의응답에 요긴하게 쓰였다고 호야초는 설명했다. 다른 수강생들도 '하트'를 눌러 공감을 표현할 수 있어, 관련 글이 상단에 오르고 이를 통해 노출도도 올라간다. 일종의 '많이 묻는 질문'인 셈이다.

호야초는 "강의도 좋았지만 댓글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들을 올려 대답을 받은 것이 최상단에 올라와 있어서, 그걸 한 번 훑어보고 나니 강의 진행이 쉬웠다는 후기가 있었다"며 "이를 통해 실제로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독제로 만드는 3D 디자인 커리큘럼

호야초는 클래스101에서 구독제 전환을 통해 이용자를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붙들어 놓는 이른 바 '락인효과'를 만들고 콘텐츠 질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호야초가 락인효과에 주목하는 것은 디자인 강의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디자인 대학 입시반의 경우 고등학교 3년과 대입 준비 특별반 등 여러 단계로 이뤄져있다.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반면, 어른들이 듣는 취미반 같은 클래스의 경우 일회성 측면이 강하다.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서 이 문제는 더 심화되는데,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소속감이 없기 때문에 이후 또 다른 강의를 들을 지 알 수 없다. 플랫폼 파워가 떨어지면 강사 수익률도 함께 낮아지고, 이를 통해 콘텐츠 질도 나빠진다. 이는 결국 이용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호야초의 지적이다.

호야초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클래스메이트 입장에서 초급, 중급, 상급까지 점차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워지는 클래스를 구상중이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처럼 꾸준히 배울 수 있는 장기 클래스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개별 클래스를 들을 경우 이미 자신이 아는 내용이거나 다른 강의와 내용이 겹쳐 손해를 보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구독 서비스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호야초는 수업에 필요한 리소스나 굿즈(특정 대상을 기념하는 파생 상품)도 판매해 커뮤니티적인 성격을 심화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호야초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던 코미디언들이 어느 새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오히려 TV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한다"며 "일반인도 직장에 취업해서 회사에 다니는 게 당연한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자인도 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관련 툴이 생기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외주를 받았다거나,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호야초는 마지막으로 "창작자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현실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클래스메이트 분들도 클래스101+를 통해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꼈던 분야나 클래스,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마음 가는대로 들어보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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