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세수펑크’ 올해도 기금으로 메운다

이희경 2024. 10. 28. 19: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재부, 재정 대응 방안 보고
기금 16조 활용·교부금 6.5조 집행보류
예산 불용액도 최대 9조 동원 활용키로
주택도시기금 3조 첫 동원 놓고도 논란
외평기금 4~6조에 공자기금도 4조 활용
‘외환 방파제’ 외평기금 사용 부작용 우려
기재위 국감서도 정부 대응 방안 질타
정부는 올해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등 최대 16조원의 가용재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6조5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는 한편 올해 편성된 예산 중 불가피한 사유로 못 쓰게 된 ‘불용’도 최대 9조원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평기금을 ‘외환시장의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활용하는 만큼 ‘꼼수’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교부세(금) 감소·불용에 따라 내수 회복세가 지연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앞서 지난달 기재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당초 잡았던 세입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수 추계 오류로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4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 발생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 부족분을 기금 등 가용재원 활용(14조∼16조원),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6조5000억원), 불용(-7조∼-9조원) 등 세 가지 방안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통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거나 지출을 재조정하지 않고 작년처럼 기금 ‘돌려막기’ 등을 활용해 메우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먼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위탁하는 금액을 축소해 4조∼6조원을 일반회계에 넣기로 했다.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외평기금에 주는 예탁금을 일부 줄였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더불어 공자기금의 여유재원 약 4조원을 활용하고,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과 국유재산관리기금(3000억원) 여유재원의 공자기금 예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교부세·교부금은 6조5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삭감된다. 내국세 감소에 연동해 교부세·교부금을 약 9조7000억원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이 중 6조5000억원을 집행하지 않고 약 3조2000억원을 교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부세는 전체 감액분(4조3000억원)의 절반인 2조1000억원이, 교부금은 감액분 5조4000억원 중 20% 수준인 약 1조1000억원이 각각 집행된다. 정부는 예산 대비 부족분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교육청의 자체 가용재원 등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아울러 통상적인 불용(-7조∼-9조원)도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 방파제’인 외평기금에서 최대 6조원이 예산으로 활용되는 것을 두고 향후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외평기금의 조기 상환 등을 통해 확보한 19조9000억원을 세수결손에 활용한 바 있다.

최근 2년간 여유자금이 35조원 줄어든 주택도시기금을 처음 동원한 점도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공공임대주택 실적은 지난 정부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는데도 주택도시기금을 최대 3조원을 쓰겠다고 한다”며 “정부 실패로 인한 결손을 주거약자에게 쓰여야 할 재정으로 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금 돌려막기로 국가채무의 질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채무 중 대응자산이 있어 양질의 채무로 분류되는 ‘금융성 채무’인 외평기금과 주택도시기금이 활용되는 탓이다. 이번 방안대로라면 적자성 채무는 원래 계획보다 최대 9조원 늘어난다. 작년에도 세수결손 대응 과정에서 적자성 채무가 8조5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종합국감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지난 9월 재추계 보고 때 당시 (최상목 부총리가) 외평기금 추가 활용 검토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기초단체 중 통합안정화기금의 잔액이 0원인 곳이 17곳”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안정화기금에서 예치금 잔액을 감소시키는 것은 결국 지역 소멸 가중을 정부가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스스로 편성하고 국회에서 심의 의결된 사업이 불용되지 않도록 하고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사용하겠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승환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