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까워서 온전히 즐겨본 마카오의 낮밤
편집의 시대다. 멋진 장소는 더 멋지게 찍고, 맛있는 음식은 더욱 맛있어 보이게 만든다. 사진이 ‘진짜’냐고 묻는다면 확답하진 못하겠다. 각종 SNS에 떠돌아다니는 곳들을 찾아가도 사진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만큼 실제로 감동을 느끼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그와 반대로 아무리 멋들어지게 찍어도 사진에도 담기지 않는, 꼭 방문해 봐야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고풍스러운 반전 매력을 간직한 ‘아시아의 포르투갈’ 마카오다. 지난 1일부터 4일간 중국 마카오로 떠나 이곳의 매력을 느끼고 왔다.
- 공항서 차로 10분이면 특급호텔 즐비
- 밤에는 화려한 분수쇼·불빛쇼 ‘눈호강’
- 낮에는 포르투갈 흔적 간직한 관광코스
- 관광+휴식 적절한 안배, 가족여행 제격
▮화려함과 웅장함이 가득 찬 ‘코타이’
마카오는 김해공항에서 3시간 30분가량 비행하면 도착한다.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서 마카오로 떠나는 직항편을 현재 주 3회 운행하고 있다. 비행 후 수하물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느낀 건 습도다. 9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한여름에서 느껴볼 수 없는 습함이 온몸을 감쌌다.
함께 여행한 가이드는 “마카오는 홍콩보다 조금 낮은 위도에 있어 다소 온도가 높은 편이다”며 “하지만 10월께부터 4월 정도까지는 여행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마카오는 31.3㎢가량의 면적으로 부산진구(29.67㎢)의 크기와 비슷한 매우 작은 도시다. 행정구역은 북쪽에서부터 ▷구시가지인 ‘마카오 반도’ ▷로컬 맛집으로 유명한 ‘타이파’ ▷고급스러운 대형 호텔이 즐비한 ‘코타이’ ▷조용한 어촌 마을인 ‘콜로안’으로 구분되는데 구역별로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공항에서 차로 10분가량 이동하면 코타이의 웅장한 특급호텔이 나온다. 사실 ‘호텔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차를 타고 코타이 호텔들의 야경을 만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특급호텔 6, 7개가 밀집돼 있는데 1시간가량 혼자 걸어 다녀도 호텔의 외관조차 모두 만나보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도시 전체가 불빛 쇼를 펼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저녁시간을 활용해 코타이를 방문해야 비로소 진짜 이곳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코타이는 본래 섬이었던 타이파·콜로안 섬 사이 바다를 매립해 완성한 신도시다. 사실상 이곳엔 호텔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마카오반도와 더불어 마카오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그 이유는 호텔들의 멋진 야경과 엔터테인먼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도시 리브랜드 정책 차원에서 카지노로 대표되던 호텔의 이미지를 쇼나 볼거리 등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코타이의 호텔들은 경쟁적으로 각각의 시그니처 볼거리들을 만들고 있는데, ‘MGM코타이’는 로비 전체에 2조4000억 원가량의 희귀 청나라 시대 미술품들이 가득하고, ‘파리지앵 마카오’는 실제의 절반 정도 크기로 된 에펠탑을 세워 매일 저녁 화려한 불빛 쇼를 선보이기도 한다.
‘런더너 마카오’는 ‘빅밴’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건축물을 만들었고, ‘윈 팰리스 마카오’는 호텔 앞에서 분수쇼를 펼친다. 각 호텔 앞의 거리는 SNS에 올리려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항상 북적일 정도다. 대부분 이런 볼거리들은 무료인데, 코타이에 즐비한 호텔들만 둘러봐도 멋진 관광이 될 법 하다. 카지노를 즐기지 않는 가족 단위 관광에도 적합해 보인다.
▮마카오 고유문화 만나는 ‘마카오 반도’
코타이에서 마카오의 화려함을 즐겼다면 ‘마카오 반도’에선 포르투갈의 흔적이 더해진 마카오의 문화를 접한다. 마카오는 1500년대부터 포르투갈 상인들이 거주했다고 알려진다. 그 때문에 음식과 종교 산업 등에서 중국과 포르투갈의 문화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성 바울 성당, 세나도 광장 등 25개가 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모여 있다.
마카오반도 여행의 출발점은 이곳의 랜드마크 세나도 광장이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민정청사와 중앙우체국 등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기념사진을 많이 남기는 성 바울 성당까지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카오 육포거리와 성 아우구스틴 광장, 성 도미니크 광장 등 이곳의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1시간가량이면 모든 명소를 훑어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이어진 색색깔의 건물들은 유럽에 온 듯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포토 스팟’인 성 바울 성당 유적(사진)은 17세기 포르투갈 건물로 성당 주변 유적지구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잇따른 화재로 건물 본채는 유실되고 현재는 정면만 남았다. 고딕 양식 건물에 성경 문구를 한자로 새긴 모습이 색달랐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마카오는 도교와 불교 카톨릭 등 종교가 다양하다. 오래전부터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만큼 유럽풍 건축물이나 성당 등 가톨릭 관련 건물이 명소로 사랑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정상 이유로 타이파와 콜로안 지역은 상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화려한 ‘코타이’와 아기자기한 ‘마카오반도’ 와 다른 로컬스러움과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이곳들도 방문해 보길 권한다. 특히 콜로안에 방문한다면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로드스토우 본점’에서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맛보길 추천한다.
# 객실엔 황실서 쓰던 카페트, 곳곳엔 미술품 300여 점이
▮‘MGM코타이’ 호텔
‘코타이’와 ‘마카오반도’ 지역에는 수많은 특급호텔들이 줄지어 자리한다. 그 중에서도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로 보일 정도로 특별한 호텔이 눈에 띄었다. 예술에 흥미가 있다면 특별한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MGM코타이’ 호텔에 투숙해 보길 추천한다.
MGM코타이는 2018년 코타이 지역에 오픈한 호텔이다. ‘눈부신 보석상자’를 콘셉트로 외관을 디자인 했고, 1400여 개의 스위트룸이 자리한다. 이외에도 ▷각종 전시와 돌고래 드론쇼를 만날 수 있는 ‘더 스펙타클’ ▷전시공간 ‘M 아트’ ▷상위 객실로 이뤄진 ‘에메랄드 빌라’ ▷VVIP만 입장·투숙할 수 있는 ‘MGM맨션’ ▷쓰촨 요리 레스토랑 ‘파이브 풋 로드’를 비롯한 각종 레스토랑 등의 시설이 있다.
이곳은 카지노는 물론 편안한 실내공간 등도 매력적이지만 각종 예술·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MGM 코타이의 상위 객실이 자리한 ‘에메랄드 타워’에는 청나라 황실에서 실제로 사용한 카페트 28점이 있다. 청나라 7대 황제였던 가경제 시대에 제작된 ‘Nine Dragons and the Eight Auspicious symbols’를 비롯해 도광제 시절 제작된 원형 카페트인 ‘Five Lions’ 등이 자리한다. 카페트는 유리벽 안에 전시된 것이 아니라 그대로 노출돼 있어 실제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호텔의 실질적인 로비 역할을 하는 ‘더 스펙타클’에서는 첨단 기술과 예술을 함께 체험했다. 이곳은 뻥 뚫린 듯한 개방감이 장점인데, 세계 최대의 자유경관을 가진 그리드셸 유리지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쉽게 말해 기둥 없이 유리 천장이 전체 로비를 덮고 있다. 25개의 대형 LED 스크린에는 아티스트의 미디어 아트 등이 재생된다. 이외에도 로비 곳곳에 설탕으로 만든 공예품이나 마카오의 명소를 그린 쉬에 송(Xue Song)의 ‘Eight Views of Macau’ 등 미술품들이 자리한다. 호텔에 있는 미술품만 300점이 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 4000억 원 가량이다. 이곳에선 일명 돌고래 드론쇼라 불리는 ‘씨 오디세이(Sea Oddyssey)’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MGM코타이 관계자는 “‘삶은 예술이다’는 판시 호 MGM 차이나홀딩스 회장의 모토에 따라 호텔에서 각종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 문화·예술영역으로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국인 도슨트 등을 채용해 미술 작품 설명도 진행하고 있다. MGM마카오에는 새로운 예술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라며 “다양한 아트 컬렉션이 다른 호텔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MGM코타이를 운영하는 ‘MGM 리조트 인터네셔널’과 ‘MGM 차이나 홀딩스’는 이곳 이외에도 마카오반도에 자리한 ‘MGM마카오’도 운영 중이다. MGM마카오는 2007년 12월 오픈했고, 3층 물결 모양의 외관이 특징이다. 남중국해를 감상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로 호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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