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급한 시진핑 "중남미는 동반자"
反美연대 끌어안기 행보
아르헨에 통화스왑 지원
訪美 앞둔 브라질이 변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미 국가들을 향해 '개발도상국 단결에 중요한 동반자'라고 치켜세웠다. 미·중 갈등으로 우군 확보가 절실한 중국이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 국가들과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5일 관영 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7차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영상 축사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한 참여자이자 공헌자"라며 "CELAC는 이미 전 세계 남남협력(개도국 간 협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CELAC는 미주기구(OAS)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뺀 반미 성향의 좌파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연합체다. 명실상부한 중남미 지역 최대 규모 공동 협의체로, 회원국만 33개국에 달한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CELAC와의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CELAC를 개도국 단결을 공고히 하고 남남협력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반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가 평등, 호혜, 혁신, 개방, 혜민의 신시대에 진입하도록 했다"면서 "점점 많은 지역 국가가 중국과 협력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 주석은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들과 서로 도우며 손잡고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며 인류 운명 공동체를 추진해 더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개척하자"고 말했다.
이달 초 중국은 외환보유액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지원에도 나섰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 9일 중국과 1300억위안(약 24조원) 규모 통화스왑 중 350억위안을 아르헨티나 외환 안정화 정책에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왑은 외화가 부족해 위기에 닥쳤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하는 외환 거래로, 외화 유동성이 부족한 국가에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핵심 참여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대상으로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까지 내놓자 아르헨티나가 중남미 지역에서 친중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중남미 끌어안기 행보의 핵심 변수는 브라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오는 2월과 3월에 각각 미국과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룰라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브라질은 중립을 유지한 채 실리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룰라 대통령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국 이익을 위한 외교 행보를 펼칠 것"이라며 "미·중 갈등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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